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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창완 May 25. 2023

짧아지는 건강수명이 치명적이다

[신중년 생존전략 1장-현실을 읽자] 

지금 서울대학교 기획부총장으로 일하는 윤영호 의대 교수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웰다잉 전도사다. 21년 말에는 <나는 품위 있게 죽고 싶다>라는 책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전하기도 했다.      

 저자는 중1 때 누나를 암으로 잃고, 의대 진학을 택했는데, 전공도 거의 선택하는 이가 없는 호스피스 영역이었다. 그리고 남동생의 죽음과 부모님의 죽음을 겪으면서 그 길이 소중한 길이라는 확신을 얻었다. 그 확신을 ‘연명의료결정법’이나 호스피스에 관한 제도 마련 등으로 실현해 갔다. 하지만 호스피스에 대한 실질적인 인식 전환은 멀다고 저자는 말한다. 암 사망자의 20%인 1만 6000명만 호스피스를 이용해도 832억 원을 절약할 수 있는데, 모두가 외면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강조한다. 결국 인식 전환의 실패는 과도한 의료비로 인해 의료 재정을 악화시키고, 존엄한 죽음을 막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 사회가 건강한 죽음과 관련해 연명치료 중단이라는 이슈에만 천착하고 있는 점이다. 이 논제가 중요한 것은 죽음으로 가는 과정을 잘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그때 주시할 것은 ‘건강수명’(건강하게 지낼 수 있는 나이)이라고 윤교수는 말한다. 2005년 78.2세였던 ‘기대수명’이 2019년 83.3세로 늘었지만, 2005년 68.6세였던 ‘건강수명’이 2018년에는 64.4세로 오히려 짧아지는 기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결국 사람들에게 건강하지 않은 상태(병을 앓다가 죽어가는 시간)에서 살아갈 날이 20년에 가깝다는 공포스러운 현상을 주목하라고 말한다.     

필자도 이 건강수명이라는 말을 실감하고 산다. 공직에 들어선 40살부터 혈압약은 복용하고 있지만 다른 이상은 없었다. 내 몸이 이상이 발생한 것은 민간기업 임원으로 일하던 2018년 겨울이 올 무렵이었다. 나는 집인 부평에서 잠실에 있는 사무실까지 지하철로 통근했다. 그런데 그해 겨울 무릎에 이상이 왔다. 정형외과를 방문했지만 확실한 답은 찾지 못했다. 다행히 봄이 되면 무릎은 이전보다 나아져 생활하는데 큰 불편이 없었다.      

하지만 겨울 동안 무릎에 이상이 있을 때 얼마나 생활이 불편한지를 알면서 나는 건강한 몸을 관리하는 게 얼마나 소중한 지 알게 됐다.      

지난해 추석 83살인 어머니가 집 앞에서 넘어져 허리를 다치셨다. 엉치뼈의 통증으로 병원을 찾았지만 확실한 원인은 파악하지 못했다. 다행히 서서히 차도가 있어서 반년만에 혼자서 거동하실 정도로 나아졌다. 동서양 의학에 대해서 경험이 있는 아내는 어머니에게 말한다. 

“만약 다시 거동하실 수 없으면 큰 일 났을 겁니다. 병원도 쉽지 않고 요양원에 가시면 어머니 성격에 답답해서 계실 수 있었겠어요. 천만다행이지요.”     

맞다. 어른들이 몸을 다쳐서 스스로 끼니를 해결하기 힘든 상황은 최악의 상황이다. 일을 하는 자식들 가운데 하나가 전적으로 부모를 모시는 경우는 많지 않기 때문에 결국 요양원을 찾게 되는 게 일반적이다. 거기에 임종을 맞을 때는 병원으로 모셔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지금도 10명 중 8명이 병원에서 시설에서 임종을 맞는다.      

한참 전에 유행하던 숫자가 있다. 9988이다. 지금도 많이 활용되는데, 99세까지 88하게 살다가 2~3일 만에 죽고 싶다는 염원을 담은 숫자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긴 수명은 행복이 아니라 고통스러운 시간을 늘려주는 공포가 되는 경우가 많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은 만고의 진리다. 가정에서 뿐만 아니라 국가에서도 마찬가지다. 노인인구의 증가는 의료보험 재정의 치명적인 상황을 불러온다. 상대적으로 고령층의 의료비는 젊은 층에 비해 높을 수밖에 없는데, 거기에 수명까지 더 길어지니, 우리나라 건강을 담당하는 ‘국민건강보험’ 재정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럼 건강수명이 짧아지는 원인은 무엇일까. 의료인들은 가장 큰 원인으로 비만율 증가를 든다. 우리나라 비만율은 2018년 기준으로 33.5%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비만은 고혈압, 당뇨병, 심장병, 뇌졸중과 같은 만성질환의 위험을 증가시킨다. 그뿐만이 아니다. 필자도 상대적으로 체중이 낮았다면 무릎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낮다. 

두 번째는 고지방, 고열량 식품의 과다 섭취와 식습관의 변화다. 이런 식단은 비만의 원인이 도고, 영양소의 불균형을 불러서 만성질환을 가져온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육류보다는 야채류 중심의 식단을 권하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세 번째는 흡연이나 과도한 음주다. 흡연은 심혈관 질환, 호흡기 질환, 암 등 다양한 질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과도한 음주 역시 간 질환, 심혈관 질환, 암 등과 관련되며, 건강에 해로운 영향을 줄 수 있다. 음주량을 적절히 조절하지 않는 경우 급성 질환을 불러올 수 있다. 

네 번째는 환경오염과 독성 물질이다. 사실 인류는 화학, 유전학의 발달로 이전에 경험해보지 않은 신물질의 홍수 속에 살아간다. 임상시험을 거친다고는 하지만 인간의 수명만큼 긴 임상시험을 불가능하다. 이런 신물질은 공기나 물 등을 통해 인간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독성물질은 호흡기 질환, 신체 기능 저하 등을 유발한다. 우리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공포를 갖고 있고, 이 사건은 다시 발생할 수 있다.      

여기에 고령화 자체도 건강수명을 짧게 하는 원인이다. 노년이 되면 신체는 약한 게 정상이다. 그런데 의료 수준이 높아지면서 수명은 늘어난다. 다양한 약들은 대체제 역할을 한다. 이밖에도 스트레스의 증가도 건강수명을 악화시키는 원인이다.      

건강수명을 늘릴 수 있는 해법은 당연히 원인에서 나온다. 우선 균형 잡힌 식단이 중요하다. 영양소가 풍부한 다양한 식품을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채소, 과일, 전체곡물, 단백질, 건강한 지방 등을 포함한 균형 잡힌 식단을 유지해야 한다. 염분과 당의 섭취량을 제한하고, 식이섬유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도 중요하다.     

둘째는 정기적인 신체 활동이다. 일상생활에서 정기적으로 신체 활동을 포함시키는 것이 좋다. 걷기, 조깅, 수영, 자전거 타기 등 다양한 운동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신체 활동은 심혈관 건강을 개선하고, 만성 질환의 위험을 줄여 건강수명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된다.     

셋째는 담배는 피우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 흡연은 심혈관 질환, 호흡기 질환, 암 등 많은 건강 문제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금연을 통해 건강을 개선하고 건강수명을 늘릴 수 있다. 핀다면 일정한 양을 조절하되, 스트레스 등으로 급격하게 양을 늘리는 것은 위험하다.      

넷째, 술도 적당히 마셔야 한다. 음주량을 조절하고, 과도한 음주를 피하는 것이 좋다. 건강을 위해 규정된 음주 지침을 따르는 것이 좋다.     

네 번째는 스트레스 관리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다. 스트레스 관리는 건강을 유지하고 건강수명을 늘리는 데 중요하다. 휴식, 명상, 요가, 규칙적인 수면 등을 통해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필요한 경우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다.     

다섯 번째는 예방 검진과 건강 관리다. 정기적인 건강 검진을 받고, 만성 질환의 조기 발견과 치료를 위해 의사와 상담해야 한다. 건강한 생활습관과 예방 접종, 스크리닝 검사 등을 통해 건강을 지키는 것이 좋다. 최근에는 대상포진, 자궁경부암, 파상풍, 폐렴구균은 물론이고, 각종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시스템이 잘 갖추어 있다. 


건강수명을 늘리는 방법은 뭘까? / 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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