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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창완 May 26. 2023

곳간이 비면 어떻게 할 것인가?

[신중년 생존전략 1장-현실을 읽자]노인들이 가난하

‘곳간에서 인심 난다.’라는 말은 만고의 진리다. 자기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면 남에서 인심을 쓸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국민연금관리공단은 23년 1월 ‘중고령자의 경제생활 및 노후준비 실태’ 보고를 발간했다. 그 안을 들여다보자. 우선 대상은 50세 이상 가정의 6392명이다.      

우선 가계 경제 측면에서 봤을 때 2020년 한 해 중고령자 가구의 연평균 가구 총소득은 2628.5만원으로 이중 근로소득은 51.4%, 공적이전소득은 31.6%, 사전이전소득은 10.5%, 부동산 소득은 3.0%, 기타소득은 2.0%, 금융소득은 1.5%였다. 가계지출은 연평균 1706.4만원이고, 이중 소비지출은 85.3%, 비소비지출은 14.6%였다. 중고령자의 순자산 평균은 3,786.2만원, 총자산 평균은 40,042.8만원, 부채평균은 36,33만원이었다.      


사실 이 수치를 보면 좀 놀랄 수밖에 없다. 중고령자 한 사람의 순자산이 3800만원 정도라는 것이 그렇다. 연 가구 소득도 2630만원이라는 것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이런 원인 가운데 하나는 조사자 가운데 50% 정만이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50살부터니, 60살이나 65세 이상으로 한정하면 일하는 이가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임금근로자 가운데 정규직은 44.2%였고, 월평균 급여는 100~200만원 35%, 200~300만원 25.5%, 300만원 이상 21.9%다. 자영업자들은 더 어렵다. 월평균 급여가 100만원 미만이 40%, 100~200만원 20.9%, 200~300만원 18.1%, 300만원 이상 21.1%였다.      

이들 중고령자들은 은퇴예상 시점을 69.4세로 봤으며, 은퇴 후 월균생활비는 부부기준 256.8만원, 개인기준 159.9만원이었다.     


우리나라 신중년들의 은퇴 후 문제는 하루이틀 이야기는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은퇴 후 자금 문제다. 현재 은퇴 후 돈 걱정에서 자유로운 층으로 공무원연금이나 군인, 사학연금을 받는 특수직연금 가입자다. “퇴직 부부 공무원은 중소기업이다”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하지만 이 역시 극히 일부다. 이번 조사에서 60세 미만의 공적연금 가입률은 53.5%이며, 공적연금 납부자는 국민연금 94.1%, 특수직역연금 6.0%였다. 결국 앞서 말한 안전한 연금에 들어간 사람은 6% 밖에 안 되는 소수라는 것이다.      

연금 액수도 문제는 있다. 전체 조사 대상자 가운데 60세 이상에서 공적연금을 수급하는 비중은 40.8%였다. 이중 36.9%가 국민연금 수급자였다. 국민연금공단이 밝힌 2023년 1월 국민연금 수급액은 월평균 61만원이었다. 공무원 연금 평균 수급액인 248만원의 4분의 1수준이다.      


조사에서 개인 기준으로 은퇴 후 월 160만원 정도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는데, 61만원과는 지나치게 차이가 난다. 여기에 순자산도 3800만원 정도다 부니, 문제는 이 빈 곳간을 어떤 방식으로 채울 것인가다.      

곰곰이 내 주변 신중년의 상황은 어떨지를 생각해 본다. 자주 만나는 초중등학교 고향 친구부터 고등학교 동기 등 우리 또래나 나보다 좀 어린 대학 동기들을 어떨까. 친구들은 69년 닭띠가 주류지만, 내 대학 동기들은 92학번들로 1973년생 소띠들이다.      


시골에서 올라온 친구들 가운데 수도권 중심부에 아파트를 장만한 친구는 정말 성공사례로 드물다. 경기도 안양에서 나랑 같은 고등학교를 다닌 친구는 대기업 계열 보험사에서 30년가량일했고, 강남에 아파트를 장만했다. 자산은 충분하지만 당장 환금성이 낮은 부동산 밖에 없다는 것도 불안한 경우다. 거기에 두 아이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결혼을 할 때, 어떻게 할 것인가는 숙제일 수밖에 없다.  

    

상당수의 친구들은 위성도시에서 살면서 아파트를 마련한 것이 재테크의 대부분이다. 역시 아이들의 결혼 등의 큰 지출이 예정되어 있고, 연금은 일반적인 노년의 삶을 보장하기 힘들다. 모두 기회가 된다면 일을 하고 싶지만 만족할 만한 일자리는 많지 않다. 결국 선택할 수 있는 일은 마트나 편의점 알바 등 최저임금을 받는 정도다. 그나마도 몸이 건강할 때의 일이고, 좀 더 나이가 먹으면 폐지 줍는 대열 등으로 합류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일본의 방송에서 서울에서 폐지 줍는 노인을 방송하면서 한국 노인빈곤율의 심각성을 전했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빈곤율은 조사를 발표한 2006년 42.8%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치였다. 이후 2013년 48.1%로 극단적인 상황이었다. 이후 관련 지표가 ‘가계금융복지조사’로 바뀌고, 최근 통계인 2021년에 37.6%로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열약한 멕시코, 호주, 미국 등이 25% 이후에 있고, OECD 평균이 15% 정도였다. 수치가 낮은 독일, 스페인, 핀란드, 프랑스, 네덜란드, 덴마크 등은 10% 이하라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노인들이 가난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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