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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네리 Jan 31. 2021

우회해서 운행되는 버스를 타고 갔던 날,

우연히 접어드는 그 길이 아름답다



재작년에, 타고 가던 버스가 나의 목적지로 가는 것이 아니라 우회해서 운행되던 버스인 적이 있었다. 그날 무슨 객기가 들어서였는지, 지멋대로 가는 버스를, 내가 모르는 길을 향해 덜컹덜컹 달리고 있는 그 버스를 타면서 '그래 어디까지 가나 한 번 보자' 싶은 마음으로 나의 목적지대로 가지 않고 그저 앞을 향해 내달리고 있는 버스 속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우리 집에서 정말 너무나도 먼, 북한산을 향해 달려가고 있던 버스. 점점 인적이 드물기에 황급히 벨을 누르고 하차했다. 정말 고요했던 부암동. 그리고 그 주변에는, 아주 예전부터 가고 싶었던, 내가 열렬히 좋아하는 김환기 작가의 작품이 모여진 환기미술관이 있었다.


어쩜 우연도 이런 우연이 있을까, 싶은 마음에 바로 환기미술관으로 입장했다. 김환기 선생님은 추상화를 많이 그리셨기에 내가 그의 뜻을 모두 헤아리기엔 어려웠지만 마음이 평온해지고 따스해지는 게 있었다. 늘 자연을 그리셨으니, 자연을 좋아하는 내겐 당연한 결과였는지도.


김환기 선생님처럼 그렇게 올곧은 가치를 갖고 살아가고 싶다. 사랑하는 평생의 동반자와 함께 원하는 작품 활동도 하고 다작보다는 알뜰한 작품을 창작하고 싶다는 그.

선택과 집중.

나는 나만의 작품을 위해 알뜰히 챙기고 창작하고 신념을 기울였는가. 늘 생각하고 고민하고 집중하자.

나의 일을 사랑하는 것은 살아 있는 나를 만나는, 나에게 가장 쉬운 방법이자 행복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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