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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지민 Jul 31. 2022

어느 스물 아홉의 여름날, 잠시 본캐 OFF.

직장인 5년차. 첫 회사에서 첫 퇴사를 선언하기까지.

첫 회사를 다닌지, 그리고 광고기획자의 삶을 살아간 지 5년차가 된 어느 여름날. 퇴사를 했습니다. 고등학생 때부터 바래왔던 '광고인으로서의 삶'은 제가 29년간 살아오면서 단 한 번도 후회를 한 적 없는 선택입니다. 그리고 그 본캐를 만나게끔 기회를 주었던 첫 회사에는 당연하게 감사한 마음이 있었고요. 솔직히 말하면, 실수 데이터를 와장창 쌓던 인턴 시절부터 시작했으니 역량이 조금씩 쌓이고 난 뒤에는 응당 '효도해야지'라는 마음도 없지 않아 컸습니다.




언제 퇴사할거야?

회사를 다니며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언제 퇴사할거야?'였습니다. 광고회사에서는, 특히 디지털 광고에이전시는 한 회사를 5년 가까이 다니는 경우는 잘 없으니까요. 인턴부터 사원, 매니저, 그리고 리더 승진을 제안 받기까지. 훌륭한 분들 밑에서 다양한 역량을 쌓아왔고 정말 카테고리 구분 없이 여러 프로젝트를 해왔네요.

사실 인생이, 내가 이때까지만 이것 하고 저때까지만 저것 하고 이렇게 계획대로만 되는 일은 잘 없잖아요. 원래 저는 1년도 못 버틸 것이라 생각했는데 어느덧 5년 가까이 다녔고 회사 내에서는 또래 중 근속년수가 높은 사람에 속하게 됐습니다. 그 '언제'라는 건, 결국 제가 '퇴사로 마음이 기울게 된 지금'이 되었습니다.




왜 퇴사한거야?

퇴사에 대한 결정은, 제 주변 지인들에게는 '드디어!' 혹은 '당연한' 일처럼 여겨졌는데, 그 이유는 아무래도 단순히 한 회사에 오래 다녔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전 단순히 오래 다녔다는 이유만으로 퇴사를 결정한 것은 아닙니다.

첫 째는, '회사에 대한 업그레이드 욕심' 때문입니다. 대표님과도 면담을 하면서 해주셨던 말씀이, '다음 선택이 분명 더 잘 되어서 나가는 결정일 것이기 때문에 응원한다'였습니다. 연봉이 됐든, 복지가 됐든, 회사의 네임 밸류가 됐든.. 여러 측면에서 조금 더 업그레이드를 하여 커리어를 그려나가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쌓은 역량을 다른 더 큰 회사로 가게 되었을 때 테스트하고 싶었어요. 과연 나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라는 궁금증이 컸죠.

둘 째는, '더 잘 달리기 위해서'입니다. 저는 광고나 마케팅 일을 정말 오랫동안 하고 싶은데요. 그러기 위해서는 스스로 멈출 줄 아는 용기도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다소 감성적인 이유지만 저는 일과 저희 회사를 너무너무 좋아했기 때문에 이렇게 스스로 멈추지 않으면 계속 돌아가는 물레방아처럼 그렇게 기계처럼 일할 것 같았어요. 스물 아홉 끝자락에는 쉬어갈 수 있는 골짜기를 만들어 냇물이 잘 흐르도록 해주고 싶었습니다. 정말 소중하게 가꿔왔던 20대의 마지막을 '일'로만 채우는 건.. 좀 슬프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저에게는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스물 아홉의 윤지민으로서도 잘 지내고 싶었던 마음이 컸습니다.



그래서 그 다음은? 

하고 싶은 일들이 많아요. 스물 아홉은 참 좋네요. 20대의 마무리를 예쁘게 짓고 싶으면서도 다가올 30대에는 어떤 그림을 그리고 싶고 어떤 것을 하고 싶은지 (막연하지만) 꿈을 꾸게 됩니다.

하반기에는 새로운 광고회사에서 일을 하게 될 것이고, 또 저 개인 프로젝트들도 '꾸준히' 하려고 마음 먹고 있습니다. 작년 말미에 쓴 글을 보니 제가 '글' 관련해 재미난 활동을 하고 싶다고 적었더라고요. 하반기 쯔음이 되니 까먹고 있던 포부였는데 다시금 상기시키게 됐습니다. 기록은 참 좋은 것 같습니다. 과거의 저에게 자주 긍정적인 자극을 받게 되니까요. 그래서 계속 기록할 것이고, 꾸준히 창작해내는 일을 하반기에 마저 하려합니다. 거창한 것보단 소소하게, 평화로운 거리의 숨은 골목길에 위치한 어느 작은 구멍가게 같은 자리에 있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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