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요. 귀마개 하면 잠 잘 자요 /그게 못 자는 거에요
"ㅇㅇ씨는 잠은 잘 자나요?"
"네, 잠은 잘 자요!"
"잘 잔다는 게 어떻게 자는 건데요?"
"그냥 누우면 잠에 잘 들고... 저는 귀마개를 꼭 하고 자거든요. 방에 귀마개가 한 통이 있어요. 그걸 하면 진공 상태같은 느낌도 들고 조용해서 잠이 잘 와요."
"귀마개가 없으면요? 잠에 잘 들어요?"
"아뇨."
"잘 못 자네. 잘 잔다면서요."
"음."
"그게 ㅇㅇ씨 패턴이에요. 물어보면 문제 없는 것 처럼 말하고, 말하다보면 뭐가 있어."
"음.."
"왜 귀마개를 해요? 잠귀가 밝은 거 말고도 잠에 잘 안 들 때 하는 게 또 있어요?"
"수면 명상 가이드를 틀어놓고 자요. 그러면 생각이 많을 때 정리되면서 잠에 잘 들거든요."
말하면서 깨달았다. 나는 불면증이 있는 것도, 잠에 드는데 오래걸리는 것도 아니니까 잘 자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여행 가서도 무난하게 자니까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내 나름의 잠들기 전 일종의 의식이 있었다.
이게 언제부터 생겼는지를 되돌아보면... 취준을 시작하던 대학교 막학기 때쯤부터 수면명상 가이드를 틀어놓고 자기 시작했고, 해외 연수를 떠나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전혀 지켜지지 않은 프라이버시와 사라지지 않는 한 밤중의 소음으로부터 차단하기 위해 귀마개를 꼈던 것 같다.
생각이 많을 때 틀어두었던 수면명상도 밤중에 집으로 돌아오는 동생의 소리 때문에 깨버려 소용이 없어졌을 때, 한 밤중에 화를 내면 오히려 잠이 완벽하게 달아나버려 더 화가났을 그 때쯤 부터는 귀마개를 통째로 한 통으로 사서 침대 옆에 두었다. 많이 써서 효과가 떨어지면 바로 새 걸로 교체해야 하니까.
머릿속에 잔뜩 낀 생각들을 떼서 덕지덕지 붙여놓아야 할 공책도 항상 그 옆에 있었다. 그래야 안심이 됐다.
그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면 눈을 뜨자마자 그 날의 할 일부터 생각이 났는데, 그 때 공책을 열면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을 확인할 수 있으니까.
나는 아침 루틴도 확고하게 지키는 편이었는데, 일어나서 물 한잔, 모닝 페이지쓰기, 하루의 계획 세우기, 단언하기, 책 읽기, 출근 전 운동하기... 등등이 있었다.
모두 생각이 많고 쉽게 스트레스를 받는 성격이라 어떻게든 일상을 잘 지켜내보려 노력했던 흔적들이었다.
이제는 의식하지 않고 하는 당연한 것들이라 몰랐는데, 나는 꽤나 민감한 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