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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시츄 Oct 06. 2020

#5. 무거운 고요_앤트러사이트 연희점

#소곤소곤 #어두운 #침묵 #잔잔한


서울에 살고 있다면, 카페 좀 가봤다 하면

누구나 한 번쯤은 가보지 않았을까 싶은

앤트러사이트


연남, 합정, 한남점 등 다양한 곳에서 볼 수 있지만

각 지점마다 색깔이 달라서

체인 같지만 체인 같지 않은 브랜드인 것 같다.





 외근을 나와서 디자이너 미팅을 하기 전에

잠시 앤트러사이트 연희점에 들렀다.


주중 오전이라 사람이 없었다.




1층에서 주문을 하고 2층으로 올라가 자리를 잡으면 된다.

1층에는 계산대와 커피 로스팅 존으로 꾸며져 있었다.






거대한 로스팅 기계가 돌아가고

그 옆에서 선풍기가 열심히 열을 식히고 있는 모습이

아침부터 부지런히 움직이는

현대식 방앗간(?) 같아 보였다.





앤트러사이트에서 직접 로스팅 한

홀빈 원두를 판매하기도 하고



드립백을 판매하기도 한다.


마시고 싶은 커피를 주문하고 나면

밖으로 나와서 이층 공간으로 이동을 해야 한다.




어둡고 긴 터널 같은 공간을 더듬더듬

손으로 벽을 느껴가며 한 발자국씩 움직여야 한다.


처음 가봤을 때는 뭔가 새로운 공간이라는 것도 낯선데

이런 어둠도 낯설어서 뭔가 불빛을 간절히

갈구했던 기억이 있다.





더듬더듬거리며 계단까지 무사히(?) 올라가고 나면

나를 반기는, 아니... 반가운

손잡이라는 것이 나온다.


디자이너의 의도는 약간 알겠다만

간접등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드는 통로였다.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 같은 느낌의

러프한 모양의 손잡이가 공간의 질감과

잘 어우러져서 좋았다.


거친 색감과 질감에 어울리는 모양이

디자이너의 디테일을 엿볼 수 있는 것 같다.






바로 앞에 있는 초등학교가 보이는 큰 창이 나 있었다.


건물의 원색적인 색감이

전반적으로 무채색톤의 절제된 감성을 전달하고자 하는

이 공간과 어우러지지 않아서 조금 아쉬웠다.




큰 창의 반대쪽, 뒤에 있는 벽면에는

이곳에서 로스팅해서 판매하는 원두를 쭉 나열해두었는데

패키지 일러스트가 공간의 거친 매력을

잘 표현해주고 있었다.

 










공간이 한 폭의 그림이 되도록





굵고 길게 뻗은 테이블이

텅 빈 종이를 가로지르는 붓의 한 획처럼

시원시원하고 무게감 있어 보였다.


이 공간에 테이블 하나하나를 놓는 것보다

이렇게 곡선을 가진 큰 테이블 2개를 둠으로써

전체적인 분위기를 꽤나 정돈되게 표현할 수 있었던 거 같다.






앤트러사이트는 이광호 작가의 가구로 공간을 꾸몄다.


대학시절 같은 과 선배로, 4학년 졸업작품을 할 때부터

전선줄을 꼬아서 만드는 작품으로 유명했는데

역시나 이렇게 유명한 작가가 될 줄 알았다.


출처: 연합뉴스(좌) / 이광호 작가 홈페이지(우)
출처: 이광호 작가 홈페이지

한 번은 과 작업실 계단 쪽에서 선배가

무슨 작업을 하고 있어서 나가봤는데

 

거대한 스티로폼을 열선으로 잘라서

뭔가 열심히 만들고 있었다.


열선이 지나간 그 라인이 너무 매력적이었다.


' 와, 이런 것도 작품이 될 수 있구나'


싶었다.


그게 조금 더 발전을 해서

지금 용산 아모레 퍼시픽 오설록 카페에 가면

걸려있는 조명이 그렇게 탄생한 조명이다.


출처: 이광호 작가 홈페이지

 

http://www.kwangholee.com/









이 공간에 있는 의자는 예전에 작업을 한

코퍼 의자랑 라인이 비슷해서

이런 감성으로 공간의 가구를 디자인하지 않았을까 싶다.





벽의 일부는 이렇게 노출 콘크리트를 그대로 드러내서

거친 질감을 다른 방식으로 표현을 하고 있었다.




창에서 바라본 공간의 모습


의자와 테이블의 주황색 색감과

벽이 머금고 있는 톤 다운된 청록의 색감이

한국적인 색감을 오묘하게 표현하는 것 같았다.


단아하고 정돈된 느낌을 색감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과하지 않는 자연광과 최소한의 조명이

시각을 제외한 나머지 오감으로

공간을 즐길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다른 감각이 조금 더 발달할 수 있게,

그리고 그 감각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그런 공간이었다.








공간을 즐기는 사이에 1층에서 주문한

라떼 한 잔이 도착하였다.


주문 진동벨도 번호표도 없지만

주문받은 분이 인상착의를 기억해서


알아서 가져다주는 센스.




잠시 어둠과 고요함 속에서

시각을 닫고 청각을 열어두고


따뜻한 라떼 한 잔을 들이켜보니

미각도 더 발달을 하는 기분이었다.


어둠 속의 라떼를 즐기고 싶다면

앤트러사이트 연희점으로.








앤트러사이트(연희점)  


평일 09:00 - 22:00

주말 09:00 - 23:00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 135

02-332-7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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