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빛정원의 아기 거미
은행나무와 느티나무를 잇는 꿈
하늘빛정원에는 작은 거미 가족이 살고 있어요. 엄마 거미와 아빠 거미, 그리고 아기 거미가 살아요.
아기 거미가 알에서 깨어났을 때, 수백 마리의 형제들이 함께 빛을 보았어요. 형제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작은 몸을 감싸 안은 채 한곳에 모여 있었죠. 세상은 너무도 넓고, 그들에게는 모험이 기다리고 있었어요.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자, 형제들은 하나둘씩 기다렸다는 듯이 실을 뽑아내기 시작했어요. 그 실을 타고 높이 떠오르자, 형제들은 바람을 따라 하늘로 날아올랐어요. 마치 금빛 실에 매달려 춤추듯이, 그들은 하나둘씩 하늘빛정원 너머로 사라졌죠.
하지만 아기 거미는 그저 가만히 있을 뿐이었어요. 형제들처럼 실을 뽑아내고 싶었지만, 작은 몸은 바람을 타기엔 너무나 약하고 가벼웠어요. 아기 거미는 바람에 실려 떠나기엔 아직 세상의 무게를 감당할 힘이 없었던 거죠. 형제들이 떠나고 난 뒤, 정원은 고요해졌고, 아기 거미는 홀로 남았어요.
엄마 거미는 그런 아기 거미를 조용히 내려다보며 다가왔어요.
"넌 아직 떠날 때가 아닌가 보구나,"
엄마는 속삭이듯 말했어요. 아빠 거미도 조용히 다가와 아기 거미를 감싸 안았어요.
그날부터 아기 거미는 엄마 아빠의 보살핌을 받으며 조금씩 강해지기 시작했어요. 다른 형제들은 바람을 타고 멀리 떠났지만, 아기 거미는 그 자리에 남아 엄마 아빠의 손길 안에서 새로운 꿈을 키워나갔답니다.
아기 거미는 약했지만, 마음속엔 누구보다도 강한 꿈이 자라고 있었어요. 그 꿈은 형제들이 바람에 실려간 어느 먼 곳에서 피워낼 모험과는 달리, 바로 이곳 하늘빛정원에서, 은행나무와 느티나무 사이에서 이루어질 것이었죠.
이 정원에는 커다란 은행나무와 느티나무가 나란히 서 있었는데, 특히 은행나무는 세 개의 가지가 서로 손을 맞잡은 듯한 모습이라, 마치 엄마 아빠가 가운데 아이를 안고 있는 것처럼 보였죠. 이런 나무들의 모습은 아기 거미에게 항상 따뜻한 느낌을 주었답니다.
하늘빛정원의 은행나무에서 느티나무를 바라보며 살고 있는 아기 거미는 특별한 실을 뽑아내는 황금비단거미였어요. 이 거미들은 햇빛이 비치면 반짝이는, 황금빛 실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답니다. 아기 거미는 엄마 아빠 거미가 그 황금빛 실로 나무 사이에 커다란 거미줄을 치는 모습을 보며 자랐어요.
어느 날 아기 거미는 스스로 두 나무 사이를 연결하는 멋진 거미줄을 만들고 싶다고 결심했어요. 엄마 아빠의 거미줄은 마치 황금빛 비단이 하늘에 떠 있는 듯 아름다웠어요. 햇살을 받으면 금빛으로 반짝였고, 가벼운 바람에도 부드럽게 흔들리며 은은한 빛을 발했죠.
아기 거미는 자신의 몸에서도 실이 나온다는 것을 조금씩 알아갔어요. 볼품없지만 자신이 만든 몇 개의 거미줄이 햇빛 아래서 황금빛으로 빛나는 것을 보며 더욱 꿈을 키웠어요.
‘나도 엄마 아빠처럼 빛나는 거미줄로 무언가를 만들 수 있을까?’
아기 거미는 조심스럽게 은행나무 가지 끝으로 올라갔어요. 실을 뽑아내기 시작하자, 가느다란 실은 서서히 금빛을 띠며 바람 속에서 반짝였어요.
“정말 아름다워!”
아기 거미는 실이 만들어내는 황금빛을 보며 더욱 신이 났어요. 은행나무에서 훌쩍 뛰어내렸어요. 느티나무까지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자신의 실로 조그마한 줄을 만들어 낸 것만으로도 아기 거미는 신이 났어요. 햇살은 실에 부딪혀 반짝였고, 하늘빛 정원 전체를 따뜻하게 밝혀 주었어요.
아기 거미도 실을 더더더 길게 늘어뜨려 멋진 작품을 만들고 싶었어요. 아기 거미는 먼저 엄마 아빠가 거미줄을 치는 모습을 떠올렸어요. 그들은 늘 신중하고 정교하게 움직였어요. 먼저 엄마 거미는 나뭇가지 끝에서 실을 뽑아내 작은 고리를 만들었어요. 고리가 단단히 고정되어 있어야 거미줄 전체가 흔들리지 않으니까요. 아빠 거미는 고리에 연결된 실을 잡고 조심스럽게 반대편 나뭇가지로 이동했어요. 바람에 흔들리지 않도록 천천히 실을 뽑아냈고, 두 나뭇가지를 잇는 기본 틀을 만들었어요.
기본 틀이 완성되면, 다음엔 거미줄의 모양을 잡아갔어요. 엄마 거미는 중앙에서 시작해 동그란 원을 그리듯 실을 연결했고, 아빠 거미는 그 주변을 돌아가며 실이 팽팽하게 당겨지도록 도와줬어요. 원형이 조금씩 커질 때마다 각 실이 서로 교차되면서 강한 구조를 만들었어요. 거미줄은 바람이 불어도 끊어지지 않을 만큼 튼튼해졌고, 햇빛을 받아 아름답게 반짝였어요. 아침 이슬이 거미줄에 매달린 모습도 참 멋졌어요. 가끔은 또르르 굴러가는 이슬방울을 만날 때도 있었어요.
엄마 아빠 거미는 늘 서로 도우며 거미줄을 완성했어요. 실의 각도를 조절하고, 팽팽한 줄을 당기는 방식까지 모든 것이 섬세하고 완벽했죠. 아기 거미는 그런 과정을 지켜보며 자신도 언젠가 그들처럼 할 수 있기를 꿈꿔왔어요.
그 모습을 떠올리며 아기 거미는 이번엔 자신이 직접 해낼 차례라고 생각했어요.
아기 거미는 엄마 아빠가 날마다 멋지게 거미줄을 치는 모습을 보고 알게 모르게 배우고 있었어요. 얇은 실 한 가닥으로 나무 사이를 잇고, 그 실이 햇빛을 받으면 무지갯빛을 내는 것이 정말 놀라웠죠. 아기 거미는 늘 이런 생각을 했어요.
‘나도 언젠가는 엄마 아빠처럼 멋진 거미줄을 칠 수 있을 거야.’
어느 날 아침, 아기 거미는 나무 사이를 잇는 정말 큰 거미줄을 만들고 싶다고 결심했어요. 하늘빛정원의 가장 높은 키로 서 있는 은행나무와 느티나무를 연결하는 거미줄이요. 그 두 나무 사이의 거리는 1미터가 넘었고, 아기 거미는 아직 그렇게 긴 줄을 연결해 본 적이 없었어요.
하지만 아기 거미는 포기하지 않았어요.
‘내 힘으로 해낼 수 있어. 엄마 아빠도 분명 처음에는 어려웠을 거야.’
아기 거미는 스스로를 격려하며 먼저 은행나무의 가지 끝으로 올라갔어요. 위에서 내려다본 느티나무는 멀리 있었지만, 그 도전은 아기 거미에게 설렘을 안겨주었어요.
아기 거미는 몸속에서 얇고 길게 실을 뽑아내기 시작했어요. 살랑살랑 바람이 불 때마다 줄이 흔들렸지만, 아기 거미는 집중력을 잃지 않았어요. 실은 점점 길어졌고, 마침내 은행나무에서 느티나무 쪽으로 조심스럽게 날아갔어요.
중간쯤 왔을 때 바람이 갑자기 거세게 불기 시작했어요. 줄이 팽팽하게 당겨지며 금방이라도 끊어질 듯 보였어요. 아기 거미는 잠시 멈췄어요.
‘어떡하지? 너무 멀어. 이대로 포기해야 하나?’
순간 은행나무의 모습을 바라보았어요. 세 개의 가지가 손을 맞잡고 서로를 지켜주는 듯한 그 따뜻한 장면이요.
아기 거미는 다시 용기를 냈어요.
‘은행나무도, 느티나무도 날 지켜주고 있어. 난 할 수 있어.’
아기 거미는 더욱 힘을 내어 실을 뽑아내며 조심스럽게 줄을 이어갔어요. 그리고 마침내 느티나무에 도착했어요!
느티나무 가지에 단단히 실을 고정한 아기 거미는 숨을 크게 내쉬었어요.
‘드디어 성공했어!’
두 나무를 잇는 거미줄을 만들기 위한 첫 걸음을 내디딘 거예요.
이제는 본격적으로 거미줄을 완성할 차례였어요. 아기 거미는 실을 이용해 여러 방향으로 줄을 이어가며 정교한 패턴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각각의 실은 마치 음악처럼 서로 얽혀 하나의 아름다운 선율을 이루었어요. 은행나무와 느티나무가 만들어내는 바람이 가볍게 줄을 흔들 때마다 거미줄은 반짝이는 햇살을 받아 무지갯빛으로 빛났어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아기 거미는 거미줄을 잇고 또 이었어요. 드디어 해가 질 무렵이 되어서야 아기 거미의 거미줄은 완성되었어요. 거미줄은 두 나무 사이에 크고 아름답게 펼쳐져 있었고, 아기 거미는 거미줄 한가운데 앉아 그 풍경을 바라보았어요.
‘이게 바로 내가 꿈꿔왔던 거야!’
그날 저녁, 엄마 아빠 거미는 아기 거미의 작품을 보고 무척 기뻐했어요.
“정말 멋진 거미줄이구나!”
엄마 거미가 말했어요.
“처음이라 어려웠을 텐데, 정말 잘 해냈어!”
아빠 거미도 아기 거미를 칭찬했어요.
아기 거미는 두 나무를 잇는 거미줄에서 내려다본 하늘빛정원의 풍경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어요. 이제 자신도 진정한 거미 건축가가 된 듯한 기분이었어요. 은행나무와 느티나무, 그리고 하늘빛정원은 앞으로도 아기 거미의 무대가 되겠지요 . 저녁별이 하나 둘 빛나기 시작했어요. 아기 거미의 거미줄도 저녁별빛을 받아 반짝거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