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팅엄을 떠나며
영국 교외의 도로 풍경은 꽤나 목가적이다. 차창 밖으로 그림 같은 푸른 들판이 펼쳐지고, 풀을 뜯는 포근한 양 떼와 소 무리를 볼 수 있다. 기차 여행도 마찬가지라서, 해 질 녘 비스듬히 의자에 기대앉은 채로 창 밖 풍경을 감상하자면 흡사 밀레의 만종을 실시간으로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아름다운 초록 전원 풍경, 드문 드문 보이는 이름 모를 보라색 꽃들, 찬란한 햇볕이 나뭇잎에 부서져 흩날리는 듯하다.
좌석 선반에 놓인 코르타도를 한 모금 들이킨다. 씁쓰레한 에스프레소 맛과 부드러운 우유 향이 진하게 올라온다. 선로 바깥으로 흐드러진 갈대들이 바람에 흔들린다. 하늘은 높고 푸르다. 노을이 지기 시작한 들녘은 잔잔한 핑크빛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이번 정류장을 알리는 나지막한 안내방송이 들려오면 나갈 채비를 하고 점멸하는 화살표 버튼을 눌러 문을 연다.
다시, 집이다.
저작권자 © Sunyoung Cho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스타그램]
더 많은 여행 사진과 글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instagram.com/sunyoung_choi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