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unyoung Choi Sep 23. 2022

웨일스는 제주가 아니에요

제주를 닮은 영국 최고의 휴양지를 가다

찬란한 햇살에 부서지는 파도가 넘실대는 쪽빛 바다, 그 찬란한 바다를 끼고 걸을 수 있는 우아한 산책로, 깎아지른 듯한 해식 절벽 해안 도로를 따라 펼쳐지는 짜릿한 드라이브 경험. 제주도 홍보 문구 아니냐고?


이 풍경들에 예쁘장한 빅토리아 양식의 파스텔 톤 호텔과 상점들을 살짝 더해보자. 이국적인 트램이 바람을 가르며 시원한 언덕 꼭대기로 당신을 인도하는 그곳.  바로 영국 최고의 여름 휴양지로 꼽히는 웨일스다.


일요일 아침, 당나귀와 갈매기들이 있는 웨일스로 떠난다! 내가 있는 잉글랜드 중부에 위치한 레스터셔에서 웨일스까지는 약 3시간. 모터웨이를 신나게 달린다. 중간중간 보이는 푸른 목초지에 한가롭게 풀을 뜯는 양 떼와 소떼들이 한껏 평화로워 보인다.


영국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방목하는 가축들을 꽤나 많이 만날 수 있다. 그림 같은 푸른 초원들은 덤이다. 날씨만 좋다면, 그 유명한 윈도우의 푸른 언덕 배경화면 같은 풍경들을 질릴 만큼 볼 수 있는 게 잉글랜드의 교외다.


이때쯤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 그렇다면 웨일스는 도대체 뭐지? 영국 안에 있는 또 다른 나라인가? 엄밀히 말하자면, 웨일스는 나라가 맞다. 영국 현지인들도 각각의 구성국들을 부를 때는 "Country"라고 칭한다. 단지 주권 국가가 아닐 뿐이다.


한국인에게는 다소 생소한 개념인 구성국(Constituent country)이다. 우리가 스코틀랜드니, 잉글랜드니 부르는 것들이 바로 이 구성국의 개념이다. 영국 자체는 말 그대로 그레이트 브리튼 북아일랜드 연합왕국(United Kingdom of Great Britain and Northern Ireland)이고,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 웨일스 등은 그 연합왕국을 구성하는 행정 구역으로 이해하면 쉽다.


클란디드노 시내 풍경. 트램을 볼 수 있다.


2시간을 넘게 달렸을까. 나무가 우거진 웨일스의 초입부, 고속도로 한편 초록색의 간판에 적힌 웨일스어가 이채롭다. 웨일스어는 영어와는 별개의 언어다. 웨일스 현지인에게 들은 말에 따르면, 웨일스에서도 웨일스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의 수는 자꾸만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파란 하늘과 바다가 반겨주는 클란디드노에 도착한다. 웨일스의 대표적인 휴양 도시다. 영어로는 란디드노라고 하지만, 웨일스 말로는 클란디드노라고 발음한다. 클란디드노에 오면 꼭 해봐야 할 것 중 하나는 바위산인 "그레이트 옴"을 오르는 파란색 트램 타기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가르며 정상에 도착하면 아이스크림을 먹어보길 추천한다. 영국 전통 디저트인 이튼 매스(Eton mass) 맛 핑크색 아이스크림 콘은 꿀맛이다.


기념품 샵에서는 웨일스를 상징하는 붉은색 용이 그려진 국기와 모자, 복슬복슬한 양 인형과 붉은 용 봉제인형들이 즐비하다. 통통한 갈매기들을 잔뜩 그려 넣은 티 타월도 눈에 띈다. 부산도 아닌데 웬 갈매기냐고? 해안가 도시인 클란디드노에서 갈매기는 어린아이들의 간식을 빼앗아먹는 악당으로 이름이 높다. 사실, 실제로 보면 뽀얗고 윤기가 흐르는 깃털과 그 통통한 모습에 한 번 쓱 쓰다듬어 보고 싶은 충동이 들기도 한다.


또 한 가지 놓칠 수 없는 절경, 바위 산인 그레이트 옴의 깎아지른 듯한 해안 도로를 드라이브한다. 그 찬란한 푸른빛에 눈이 시릴 정도다. 잠시 차를 멈추고 아일랜드와 맞닿아 있는 아일랜드 해를 감상한다. 정교하게 쌓아 올린 돌담이 우리네 제주 현무암 돌담을 떠올리게 한다.


아름다운 해안 풍경만으로는 아쉽다면 클란디드노 이웃 도시인 콘위(Conwy)를 방문하는 걸 추천한다. 700살 먹은 요새인 위풍당당한 콘위 성(Conwy castle)이 반겨줄 것이다. 마을을 둘러싼 성의 장벽 위를 걸으면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마을에서 우연히 들른 한 빵집에서 전통 음식 웰시 케이크와 웨일스 양고기 파이(Welsh oogie)를 사서 점심 요기를 한다. 파이 안에 들어간 부추 같은 채소의 일종인 리크(leek)와 짭짤하게 양념된 양고기 조각들이 좋은 궁합을 이룬다.


잉글랜드만큼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푸르른 아름다움과 자연, 따뜻한 사람들이 있는 웨일스. 영국 안에 숨겨진 보석인 웨일스로 떠나는 것도 당신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겨줄 것이다.




▶︎인스타그램 페이지

더 많은 여행 사진과 글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instagram.com/sunyoung_choi__



Copyrights © 2022 Sunyoung Choi All rights reserved.

해당 글과 사진은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마말레이드 샌드위치 어떠세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