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날씨는
나의 성격을 어느 한 카테고리에 넣는다면, '민감'보다는 '둔감'쪽에 속한다. 눈치 없다는 소리도 종종 듣고, 무뚝뚝에 무감각, 무신경하단 소리를 자주 듣고 살만큼, 주변 환경에 둔감한 편이다.
그런 내가 유독 '오늘의 날씨'에 한에서는 남들보다 예민하고 민감한 감각을 가지고 있다. 아니, 발달되었다고 해야 하나. 아무래도 따릉이를 타기 위한 조건 중 날씨가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겠지. 비가 많이 오거나 눈이 심하게 몰아치는 날엔 주의해야 하니까.
#1 비 소식은 없었는데..
현관문을 나서자마자 느껴지는 공기에서 비가 올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 분명 비 소식은 없었는데. 하늘도 맑은 것 같고, 비도 안 온다고 했으니 그냥 따릉이를 타고 출근할까 하다가 혹시 몰라서 버스를 탔다. 버스가 출발하고 몇 분 뒤 장대 같은 소나기가 쏟아져내렸다.
#2. 비 소식이 있었지만.
내가 출퇴근하는 시간대인 9시부터 10시 사이에 비 소식이 있다기에 오늘은 버스를 타야겠단 생각으로 집을 나섰다. 현관문을 열자 예상했던 대로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은 흐린 하늘이었다. 그런데... 비가 엄청 내릴 것 같지만, 왠지, 적어도 내가 따릉이를 타고 회사에 도착했을 때까진 안 내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비 소식이 있었지만, 하늘이 무척 흐렸지만, 무턱대고 따릉이를 탔다. 하늘은 갈수록 어두워지고, 곧 비가 쏟아져도 이상하지 않을 날씨. 좀 더 부지런히 페달을 밟았고, 무사히 따릉이를 반납한 후 회사에 도착했다. 출입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들리는 빗소리에 뒤를 돌아 밖을 쳐다보니 생각보다 더 많이, 거센 장대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3. 혹시 몰라 우비를 입었더니.
우비를 입고 타기에는 날씨가 조금 더웠다. 그런데, 지금 당장 비가 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따릉이를 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비가 내릴 것만 같은 하늘이었다. 혹시 몰라 우비를 입었더니, 역시나 비가 내렸다.
처음엔 더웠다. 우비를 괜히 입고 탔나. 비가 안 올 것도 같은데, 이미 입은 우비를 다시 벗기도 애매해서 그냥 입은 채 한참 달리니 한 방울씩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근처에 비를 피할 때도 없었고, 우비를 입고 벗기도 애매한 위치에서 비가 내리니 내 촉대로 우비를 입고 타길 잘했단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따릉이를 타고나서부터 하늘을 바라보며 '오늘의 날씨'를 느끼는 것이 하루를 시작하는 나의 루틴이 되었고, 생각보다 나의 예상은 잘 들어맞고 있다.. (물론, 쫄딱 비를 맞은 적도, 버스를 탔는데 날이 갑자기 화창해진 적도 있지만...)
but.
요즘의 날씨는, 아무리 날이 좋아도 따릉이를 타지 못한다. 하늘이 맑다고 한들, 바닥이 빙판길이라...
어릴 때 그렇게 좋아하던 눈이 어느 순간 골칫거리가 된 것도, 첫눈 소식에 '으~ 싫다'는 말이 먼저 나오게 된 것도, 흰 눈에 대한 감성, 낭만이 사라진 것도 결국 따릉이를 타기 시작한 이후부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