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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으니 Feb 06. 2023

아무튼, 따릉이 ep.05

이것은 김장 대야인가?

집에서 회사까지 따릉이를 타고 출퇴근할 때 성산대교를 이용한다. 설 연휴 전후로 역대급 한파가 찾아온 기간을 제외하고는 겨울 내내 따릉이와 함께 성산대교를 지났다. 


늘 시간과의 싸움으로 지각 위기에 봉착하여 열심히 페달을 밟느라, 주변을 돌아볼 정신도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유난히 일찍 일어나게 되면서 여유 있게 길을 나서며 주변을 돌아보게 되었고, 그제야 전에 보지 못하던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언제부터였을까? 늘 지나치던 성산대교. 그 성산대교분기점에서 일반도로로 이어지는 구간에 김장 대야가 있던 것은. 

아무리 김장의 계절이라지만, 누가 여기에 김장 대야를 갖다 놓은 건가. 이 주변에 김치공장이 있던가. 아니, 있다 해도 왜 도로에.. 의식하기 전에는 몰랐지만, 의식하고 나서부터는 계속 신경 쓰였다. 신경 쓰였지만, 가는 길이 바빠 따릉이를 멈추진 않았다. 


그 궁금증이 쌓이고 쌓이던 어느 날. 

따릉이를 잠시 멈춰 세우고 정체불명의 김장 대야에 다가가 보았다.

 

뭐지.. 이건? 

가까이 다가간 김장 대아는 김장 대아가 아니었다. USB모양의 커다란 코드(?)와 태양광 패널이 있는 정체불명의 통이었다. '태양에너지 저장 장치인가..?'   

 

더 가까이 다가가보았다. 

아.. 김장 대야가 아니라, 액상제설제 장비였구나. 


액상제설제 장비란 것을 몰랐을 땐, 늘 김장 대야로만 보여서 따릉이를 타고 지나칠 때마다 새 김치에 보쌈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었는데. 이제는 이곳을 지나쳐도, 이 김장 대야를 발견해도 새 김치에 보쌈 생각보단, #눈길 #미끄럼 #겨울 #사고 #눈길사고 같은 키워드가 먼저 떠오른다. 


사람은 역시 아는 만큼 시야가 확장되고 생각의 넓이가 달라진다. 

따릉이를 잠시 멈추고 가까이 관찰하게 된 후 알게 된 당연한 진리. 


앞으로도, 내 기준으로 사물을 판단하고 생각하기보다는 

잠시 멈추고,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면서 생각을 넓히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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