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릉이 관련 어록ZIP
※이 글은 따릉러의 일기장에서 발췌한 내용을 재편집 없이 그대로 옮겨 쓴 것으로 문장이 다소 어색할 수 있습니다.
#그 정도면 광기다 광기. #광기의 레이서
본가인 밀양에서 기차를 타고 서울역에 내리면 우리 집인 망원까지 다시 이동해야 한다. 가방엔 아빠가 키운 닭이 낳은 달걀들이 가득하여 무겁지만, 비나 눈이 오지 않는 이상 따릉이를 타고 집에 가는 편이다. 타기 직전까진 집까지 또 언제 가냐 싶지만, 막상 따릉이를 타고 달리다 보면 비록 미세먼지를 마셔대겠지만 시원한 바람에 기분이 좋아진다. 친구들은 이런 나에게 "그 정도면 광기다 광기", "광기의 레이서"라는 수식어를 달아줬다.
#따릉이만 타서 걷는 방법을 까먹었나 봐요.
최근에 새롭게 다이어트를 결심하며 출근은 따릉이로, 퇴근은 뚜벅이로 지내며 며칠 동안 퇴근길을 걸었다. 그러던 중에 한 날, 성산대교를 걷다가 다리를 접질렸다. 이날 세게 접질렸었는지, 이후 걸을 때마다 접질려져서 결국 병원에 갔더니 인대가 심하게 늘어났다며 깁스를 해야 한다고 했다.
깁스를 한 채 회사로 출근하니 걱정 어린 시선과 말이 이어졌다.
"어머, 무슨 일이야"
"어쩌다 다치신 거예요?"
"요즘 따릉이 대신 걸어서 퇴근했는데, 하도 따릉이만 타서 걷는 방법을 까먹었나 봐요. 걷다가 꽈당 넘어졌네요."
"ㅋㅋㅋㅋ걷는 걸 까먹어서라니요.. ㅋㅋㅋㅋ"
"아, 이제 깁스 풀 때까지 따릉이 못 타서 어째요.. ㅠㅠ"
"서얼마... 이대로 따릉이 타실 건 아니시죠?"
"안 그래도 병원에서 물어보니, 자전거 금지령 내렸어요.. 따릉이 타다가 골로 간다고... 정 타고 싶으면 깁스 풀고 탔다가 내려서 다시 깁스하라고,, 근데,, 그러면 회복은 점차 늦어질 거라고,,"
이후, 나는 버스를 타고 출퇴근했고, 퇴근길 버스정거장에서 마주친 직원들은
"대리님이 따릉이가 아니라 버스정거장에 있으니 너무 낯설어요."라며
나의 따릉이 생활 복귀를 위해 다리가 빨리 낫길 기도해 주었다.
내 따릉이 인생 7년 차, 단 한 번도 따릉이 타다가 넘어진 적은 없었는데... 걷는 게 어색해서 넘어질 줄이야...!
#저에게 대중교통은 오로지 바퀴 두 개 달린 따릉이뿐입니다.
깁스를 풀고 몇 주가 흐른 어느 날, 야근을 하게 되었다. 야근하는 동료들끼리 피자를 먹으며 수다를 피우던 중, "오늘 너무 늦게까지 있지 말고, 막차 끊기기 전에 퇴근들 하세요"라는 본부장님의 말을 시작으로 따릉이 얘기가 나왔다.
너1: 오늘 너무 늦게까지 잊지 말고, 막차 끊기기 전에 퇴근들 하세요
나: 저는 막차 시간이 따로 없는데요?
너2: 설마, 오늘도 따릉이 타시려고요?
너3: 오늘 같은 날은 그래도 대중교통 이용하시지
나: 저에게 대중교통은 오로지 바퀴 두 개 달린 따릉이뿐입니다.
너2: ㅋㅋㅋㅋ 저번에도 걷는 게 익숙지 않아서 다치셨다더니, 완전 프로따릉러세요 ㅎㅎ
너4: 와,,, 근데 방금 그 말 되게 명언 같지 않았어요? 나에게 대중교통은 오직 따릉이뿐!
너1: '하얀 천과 바람만 있다면 어디든 갈 수 있어' 따릉이 버전 같네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