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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밤 비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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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나 Apr 18. 2021

03. 빠이,지루한 하루에 대한 보상

이대로여도 좋을까 아니면 벗어나야 할까

가끔은 이성적 판단을 내려놓아도 되지 않을까

좋아하는 사람들이 또 고양이 뭉게구름, 오늘의 무지개 어제의 먹구름 속 선셋이 다시 내발목을 붙잡는다.



2019. 08.18 태국 빠이


한여름 찾아온 태국 북부의 우기

덕분의 화전으로 인한 미세먼지는 사라졌지만 매일 뒤덮여있는 구름들 덕분에 빠이의 아름다운 선셋은 찾아보기 쉽지가 않다.

하필 우기에 빠이를 방문한 여행자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나는 이 시기가 내 인생 최고의 빠이였다.

갑자기 쏟아지는 장대비를 피하는것, 아주 가끔 보이는 완벽하지 않은 선셋에도 최고 행복을 느꼈다.



마치 빠이가 처음인것 같은 기분의 요즘

여느때와 같은 지루함을 느끼고 있던 하루였다.


오늘은 호스텔 체크인도 없고, 켄도 지루했는지 갑자기 켄이 바이크를 끌고 멀리 나가자고 했다.

나는 수영하러 가기위해 수영복을 입고 있었는데 갑작스럽게 대충 반팔을 걸치고 길을 나서게 되었다.


반자보가는길로 따라서 한시간가량 꼬불길을 달렸다. 켄이 없었다면 솔이랑 나랑 둘이선 절대 용기내지 못 했을 드라이브




어느 풍경 하나도 놓칠수가 없었다.

저 멀리 미얀마가 보이는 곳이다.

반자보와 빠이 사이 딱 중간쯤 있는 로컬피플들만 아는 뷰포인트

켄은 우리에게 이곳을 보여주고 싶었구나


왼편엔 미얀마 오른편엔 라오스 산들이 보인다. 내가 곧 가야 할 곳들

지금은 빠이를 떠나기 싫은 마음뿐이다.




출발할때는 분명 날씨가 나쁘지 않았는데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돌아갈길도 먼데 곧 비가 쏟아질것 같아서 빨리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중간에 장대비가 쏟아졌는데 오히려 재밌는 추억이 되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제임스누들샵에 가서 뜨끈한 쌀국수를 먹었다.



빠이가 너무 좋다. 사람들이 너무 좋다.

더는 안된다고 스스로를 질책한다.

그냥 당장 내일 떠나버릴까 생각한다.

나는 모든것에 너무 깊어지기전에 빨리 벗어나야한다고 생각했고 그래왔다.

지금 이순간 나만큼 게으르고 자유로운 사람이 어딨을까 싶을정도인데 아직도 현실타령을 하고있다는것이 참 모순적이라는 생각을 해봤다.


나는 오늘도 지루함을 이렇게 보상받았다.

함께 해준 솔과 켄 그리고 여행중 만난 모든 인연들에게 감사해


어쩌면 인생은 그냥 지루하게 사는게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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