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높게 잡은 목표
내 안에는 특별해지고자 하는 욕망이 있다. 그것도 아주 크게. 특별한 삶을 살고 싶었다. 그렇지 않은 삶은 무가치하게 느껴졌다. 어렸을 때 나는 무엇이든 잘 해내는 아이였다. 다방면에 재능도 보였다. 하지만 그것으론 역부족이었다. 단 하나의 분야라도 거기에서 최고가 되기를 원했다. 자신만의 신념과 스토리를 가진 사람을 선망했다.
이는 나의 대한 기대가 높아서 일지도 모르겠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자존감은 낮았으나 나에 대한 기대치는 항상 높은 사람이었다. 열심히만 하면 전교 1등을 할 수 있을 것만 같았고, 책을 내면 베스트셀러가 될 것 같았고, 전시회는 사람들로 바글댈 줄 알았다. 정확히 말하면 그럴지도 모른다고 상상했고 상상은 기대로 이어졌다. 그러다 보니 실망도 컸다.
특별해지고 싶다는 생각은 우울증과도 이어졌다. 우울증이라는 나만의 고유한 이야기를 가지면 특별한 사람이 된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그 때문이었을까, 나아지고 싶은 마음과 낫고 싶지 않은 마음이 공존했다. 이 두 마음은 줄다리기를 하듯 왔다 갔다 하며 나의 치료를 방해했다. 나는 나의 치료과정을 담은 책을 쓰기도 했다. 나아지기 위한 노력이자 특별해지기 위한 노력이기도 했다. 책을 쓴 나는 비로소 한 권의 책만큼의 스토리를 가진 사람이 된 것 같았다. 그런데 특별해지고 싶은 마음은 결국 나를 해치고 말았다. 책을 쓰고도 나는 아팠다. 또다시 약물 자해를 하고 말았고, 입원도 했다. 그정도로도 성에 안찼다. 그제서야 나의 ‘특별‘에 대한 기준이 너무 높았음을 깨달았다. 항상 최고가 되고 싶었던 나는 결코 나를 만족시킬 수 없었다. 최고가 되어야 행복할 수 있다고 믿었던 나는 결코 행복해질 수 없었다. 흔히 ‘목표는 높게 잡는 것이 좋다 ‘고 말한다. 나는 이 말을 강력하게 반박하고 싶다. 물론 목표를 높게 잡는 것이 성취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성취에만 집착하는 삶은 결코 행복할 수 없다. 작은 목표를 많이 정하고 하나하나 이행해가며 살아가는 것이 적어도 나에겐 더 행복할 것 같다. 다짐만 한다고 이루어지진 않겠지만 이를 첫걸음으로 많은 발자취들을 이뤄내고 싶다. 당장 할 수 있는 작은 성취들을 발판 삼아 걸어가면 더 큰 목표도 이뤄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