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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보라 Dec 26. 2020

정신과 초진,
어느 병원으로 가야 할까?

정신과 문을 두드리기 망설이는 당신께

* 이하 내용은 작가의 경험을 토대로 한 주관적인 소견임을 명시함.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이야기해두고 싶은 것은 자신이 우울증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면 꼭 정신건강의학과에 들러서 전문가의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을 추천한다는 것이다. 내가 우울한가 자꾸 의심하게 된다면 우울증일 확률이 높고, 내게 과연 상담이 필요할까 고민한다는 건 상담이 필요하다는 가장 큰 증거이며 내게도 약물 치료가 필요할까 생각이 든다면 당장 병원에 가봐야 할 때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상처를 곪아 터질 때까지 기다리다 썩히지 말고 그전에 치료를 받았으면 한다.



우울증, 조울증, ADHD, 공황장애, 불면증 등으로 고통을 호소하며 정신과를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 최근 잦은 미디어의 노출과 흔한 발병률로 정신과의 문턱이 다소 낮아진 것은 사실이나 아직 수요에 비해 해당 정보는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만 2년 동안 여러 정신과를 다녀본 정신질환자로써 어떤 병원을 찾는 것이 좋은지 소개하고자 한다.


개인병원(1차 병원), 시립병원(2차 병원), 대학병원(3차 병원) 정신과의 차이

우선 1차 병원, 2차 병원, 3차 병원의 차이부터 간단히 알아보자. 1차 병원은 의사가 곧 병원의 원장인 병원을 말하며 동네나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작은 병원을 이야기한다. 대학병원이나 대형 종합병원 같은 상급종합병원들은 3차 병원으로 분류되며 2차 병원은 그 중간 크기의 종합병원 또는 그에 준하는 전문병원이라고 볼 수 있다.

참고로 3차 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려 하는 경우 1차, 2차 병원의 소견이 적힌 진료의뢰서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지 않는 특수한 경우(응급실을 통한 내원 환자 등)를 제외하고는 건강보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어 진료비 전액을 환자가 부담해야하니 주의해야한다. 아울러 진료의뢰서의 유효기한은 1주일이니 3차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계획이 있다면 그 점을 참고하여 미리 다른 병원에서 초진을 받기를 바란다.


예약 및 대기

시립병원과 대학병원은 대기가 적으면 1달부터 길게는 5개월, 6개월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정신과의 경우 갑작스럽게 증상이 악화되어 급하게 진료가 필요한 경우가 있기에 재진의 경우 병원에 따라 당일 접수도 가능하나 예약 환자를 우선으로 보기 때문에 대기가 몇 시간씩 이어질 수 있다. 만약 대학 병원을 다니고 싶다면 초진까지 대기가 길기 때문에 그 시간 동안 개인 병원에 다녀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겠다. 또한 대학병원에 가게 되면 예약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진료가 밀려 오랜 시간 기다리게 되는 일이 허다하다. 길게는 한 시간까지 대기 시간이 있을 수 있으니 마냥 기다리기보다는 그 시간동안 할 일을 생각해 가는 것이 좋을 듯 하다.

개인 병원 같은 경우, 자신의 진료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예약제 병원과 예약제도가 아예 없는 방문제 병원으로 나눌 수 있다. 각 병원의 유명도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두 가지 병원 모두 대학 병원에 비해서는 진료가 많이 밀려있지는 않다. 예약제 병원은 대체로 빠른 예약이 가능하며, 필요하다면 병원에 따라 당일 접수도 가능하다. 방문제 병원 같은 경우 예약 없이 언제든 방문할 수 있다는 좋은 점이 있지만 그 시간대에 얼마나 환자가 몰릴지 모른다는 점, 몰리는 만큼 진료시간이 짧아진다는 점은 단점으로 볼 수 있겠다. 어찌되었든 증상이 심각하여 치료가 시급하거나 빠른 치료를 바라는 사람들은 개인 병원을 먼저 찾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또한 개인 병원에 방문할 경우 같은 시간대에 대기중인 환자가 2-3명 정도로 많지 않고 대기 시간도 0분에서 15분 정도로 길지 않은 편이다. 사람들을 많이 마주 하고 싶지 않거나 기다리는 시간을 싫어하는 분들에게 추천드린다.


   

진료비

진료비는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가장 중요한 항목일 수 있겠다. 아무래도 초진 같은 경우에는 이런저런 검사를 하기도 하고 진료 시간이 더 길기 때문에 재진에 비해 가격이 더 많이 나오며, 어떤 검사를 하느냐에 따라서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개인 병원 같은 병원에서는 대체로 설문지 같은 간단한 검사만 하기 때문에 초진 비용이 3만원 정도 나오나 대학병원에서는 뇌파검사, 피검사 등을 추가로 하기 때문에 15만원까지도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추가로 임상심리전문가가 진행하는 심리검사를 받는 다면 비용이 30-40만원 정도 더 발생한다.

일반적인 외래 진료로만 말하자면 1차 병원에서 3차 병원으로 갈수록 비용이 올라가는 편이다. 경험상 약값을 제외하고 한 번 진료를 받을 때 개인병원은 5천원에서 만원 정도, 시립병원 등 2차 병원은 만 5천원 정도, 대학병원은 2만원 정도였다.


   

진료 시간

진료비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진료 시간이다. 나의 이야기를 많이 할 수 있게 되면 의사 선생님께서 나를 더 잘 파악할 수 있게 되고 이는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진료 시간은 1차 병원, 2차 병원, 3차 병원에 상관없이 병원에 따라 차이가 있을 것 같다.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개인 병원은 15분 정도, 시립병원은 10분 정도, 대학병원은 10분에서 15분 정도였으나 예약이 3분 단위로 잡혀있는 대학병원도 있다고 하니 병원 방문 전에 간호사실에 전화해 이에 대해 먼저 알아보는 것도 방법일 듯하다.


   

의사 선생님 선택의 폭

개인 병원의 경우, 한 병원에 선생님이 한 두 분만 계시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유명한 선생님을 따라, 혹은 후기가 좋은 선생님을 따라 진료를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시립병원과 대학병원의 경우 한 병원에 여러 교수님들이 계시기 때문에 어떤 교수님께 배정될지는 알 수 없다. 때에 따라 원하는 교수님께 진료를 받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면 그 선생님께 배정이 되는 경우도 있으나 병원 사정에 따라 그게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반면 여러 교수님들이 계시고, 교수님마다 전문 분야가 다르고 담당하시는 병이 다르기 때문에 조금 더 특화된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치료방식

개인병원에는 보통 한 명의 선생님께서 진료를 다 보시기 때문에 치료 방식이 제한적일 수 있다. 상담치료나 인지행동치료를 하려면 충분한 시간이 필요한데 한 분의 의사 선생님께서 모든 환자를 보기에는 시간적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대학병원에서는 임상심리전문가가 계시고, 면담 치료도 같은 병원에서 병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다. 또한 대학병원에서는 한 교수님과 주치의에게 담당이 맡겨지더라도 때론 다른 교수님께 슈퍼비전을 받아 의견을 교환할 수 있음으로 다방면에서 전면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입원 치료

정신과 치료에서 입원 치료는 생각보다 빈번하게 일어난다. 자해 충동이 심하거나 자살 사고가 있으면 환자 보호 차원에서 입원을 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대체로 개인 병원에는 이러한 입원 병동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개인병원에서 입원을 하려면 진료 소견서를 받아 입원 병동이 있는 더 큰 병원으로 가야 한다. 이때 문제가 되는 것은 담당 의사가 바뀌기 때문에 환자가 낯설고 불편한 감정을 느낄 수 있고, 지금까지 의사 선생님과 축적해왔던 신뢰관계를 다시 쌓아야 하며 해왔던 이야기를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반면 대학병원에서는 외래 치료에서 바로 입원 병동으로 넘어갈 수 있으며 담당 교수님과 주치의가 바뀌지 않는다. 또한 협진 제도가 잘 되어있어 입원 중 다른 과의 증상이 있을 시에 하루 이틀 안에 그쪽 담당 의사 선생님께서 와주셔서 진찰 및 처방을 받을 수 있다. 2차 병원의 경우에는 병원 마다 다르지만 주치의 선생님이 곧 교수님인 경우도 존재한다. 또한 종합병원과 정신과 전문병원으로 나누어져 있어 협진 제도가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 대신 대학병원에 비해 병원비가 저렴하다.


마지막 팁은 정신과 병원은 가까울수록 좋다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병원이라도 너무 멀고 가는데 힘들면 점차 치료에 흥미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알아보고 고심해서 간 첫 번째 병원이 잘 안 맞는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럴 때에는 자신의 주관적인 생각을 믿되 치료를 포기하지 말고 다른 병원의 문을 두드렸으면 한다. 이 때 중요한 것은 다니던 병원에서 진료 의뢰서와 의무기록 사본을 떼가면 새로운 병원에서의 초진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상으로 개인병원, 시립병원, 대학병원 정신과의 차이를 알아보았다. 어느 병원이든 장단점이 있으며 정답은 없지만 이 글을 읽으면서 자신에게 맞는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을 찾아가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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