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를 지으면 벌 받냐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보통 억울한 쪽이 하는 질문입니다. 사기를 당하고 온 분, 가정 폭력과 학교 폭력에 시달린 분, 연인이 바람난 분, 그들은 죄를 짓고도 잘 사는 사람 때문에 가슴 치며 묻습니다.
저는 그들이 벌 받게 될 거라고 대답합니다. 물리적으로 증명할 수는 없지만 반드시 벌 받을 때가 올 거라고 말합니다. 저는 제 말이 허무하고 미안합니다. 다친 마음을 당장 해결해 줄 수 없어 답답하고, 기약 없는 약속을 드리는 것 같아 죄송합니다. 당장 할 수 있는 게 없어 맹세를 거듭해 드리는 방법뿐입니다. 이곳은 법당이고, 거짓말을 할 수는 없으니 제 말을 믿으셔도 좋다고 강조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근데 정말 죄를 지으면 벌을 받을까요. 언젠가부터 세상은 미쳐버려서 죄고 업이고 다 소용없어졌다는 말이 횡횡합니다. 자본에 매수된 행정가가 죄인도 죄인 아니게 하고, 피해 입고 보호받아 마땅해도 법의 테두리 밖으로 밀려나고, 연기 잘하고 가면 잘 쓰는 가해자 덕에 당한 쪽이 바보 되고, 다 좀 이상하잖아요. 그럼 죄는 어디로 갔을까요. 누구 하나는 가슴이 곯아 내내 발작하는데 저지른 쪽은 모르고 산다는 게 진짜 이상하단 말이에요.
단호히 말하건대 죄는 어디 안 갑니다. 죄는 무엇으로든 돌아오게 돼 있습니다. 죄는 서서히 책임을 물으러 옵니다. 아주 느린 속도로 오고 있습니다. 죄가 느린 이유, 가해자가 당장 죗값을 치르지 않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현시점 가해자는 무슨 수로도 죄를 저질렀다 느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속죄의 완성은 피해자의 마음을 온전히 느끼고 뉘우치는 데 있고, 당장은 무엇으로도 가해자를 계몽할 수 없어서입니다. 만약 당장이라도 온전히 뉘우칠 줄 아는 인간이었다면 애당초 가해자가 될 리 없을 겁니다. 죄는 죗값 받는 이가 온전히 느끼고, 진정 고통받을 준비가 되어 있을 때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 말은 즉, 죄는 가장 행복할 때 찾아온다는 겁니다. 오히려 당장 죗값을 치르는 게 가해자 측 운이 좋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가장 행복할 때가 언제일까요. 성공 가도를 달리기 시작할 때입니다. 저지른 죄가 많고, 업이 두꺼운 사람은 잘 될 때 반드시 고꾸라집니다. 이건 일반적인 경우고요. 저지른 이가 웬만한 사람보다 독하고, 끈기 있고, 못 돼 빠졌을 때는 이 지점도 피할 수 있습니다. 이들의 죄는 어디로 갈까요. 이들의 죄는 가족에게 갑니다. 특히 자식에게 많이 갑니다. 세상 좋은 것만 보고 자라길 바라는 내 아이는 나의 행복이자 성공 그 자체이고, 그런 이유로 내 죄를 물려받습니다. 내 죄가 나의 성공을 피해 갔다면 나의 또 다른 성공을 건드리는 이치입니다.
죄가 무엇인 줄 아십니까. 죄는 사기 치고, 돈 뺏고, 사람 죽이고, 가정 파괴하고, 뭐 그런 것도 다 죄겠지만 작게는 자신을 속이는 것, 남을 모함하는 것, 대가를 치르지 않고 남을 부리는 것, 그런 것도 다 죕니다. 너무 무섭죠. 세상이 이렇게 무서운데 사람들은 왜 대충 살고 있을까요. 왜 그런 마음을 먹고, 그런 생각을 하고, 그런 말을 하는 게 괜찮다고 믿는 걸까요. 그러면서도 당신이 피해자가 되는 건 단 한순간도 견디지 못하고, 그런 자신도 돈 있고 명예 있길 바라는 걸까요. 부디 피해받은 사람이 고개 숙이지 않기를 바랍니다. 가해자가 벌 받지 않는 세상을 탓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죄는 어디 안 간다고, 당신은 당신의 길을 잘 가면 된다고, 괜찮다고, 약속드리고 싶었습니다. 늘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