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윤우 Apr 29. 2024

여러분은 누구세요?

 오늘은 힘을 조금 빼고 씁니다. 가장 최근에 올린 에세이 [ 나는 예술학도가 싫어요. ]에서 힘을 가득 줬기 때문에 글 쓸 체력이 모자랍니다. 저는 어느 한 사람을 주제로 글을 쓰면 그 사람의 인생이 스치듯 다 보이기 때문에 쓰는 내내 온갖 감정이 휘몰아치는데요. 그 사람이 느꼈을 감정, 고통, 불안, 그런 게 다 느껴지니까 참 쉽지 않았습니다. 오직 주인공이 조금은 괜찮길 바라는 마음으로, 세상에는 당신만을 생각하며 글 쓰는 사람도 있으니까 힘내길 바라는 마음으로 쓸 뿐입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할 것 같고요.


 친한 친구에게 오늘 뭘 쓸지 물어봤습니다. 사실 주제가 있었는데 진득이 고민할 체력이 모자라 가벼운 걸 먼저 써야겠다 싶었습니다. 이러쿵저러쿵 떠들다 보니 결국 쓰려고 했던 주제 언저리에 도달했는데요. 바로 [ 유명세 ]입니다. 당신의 신념, 생각, 사상 등이 올바르지 않다는 걸 깨닫지 못한 채 재빨리 유명해지는 것과 시간이 걸리더라도 곧고 바른 마음을 갖고 유명해지는 것 중 뭐가 더 낫냐는 겁니다. 저는 이름을 알리는 데 욕심이 있는 사람이고, 그 과정 중 편법을 쓴다거나, 자만에 취하거나, 범법을 짓는 게 단 하나도 용납이 안 되는 사람입니다. 유명인이 갖는 사회적 힘이 한 시대를 뒤집을 만큼 커질 때도 있다는 걸 내내 상기해서인데요. 근데 요즘 자꾸 휘둘려요. 전자도 괜찮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줏대 없는 사람도 아닌데 자꾸 의심이 든다고요.

  

 아마 연기를 너무 잘하는 어떤 부류 때문인 것 같습니다. 말하자면 편법도 쓰고, 자만에 취해 사람 깔보고, 범법도 저지르는데 들통 안 나게 가면 잘 쓰고, 가면 잘 쓰다 못해 나이스 해 보이기까지 해서 남들이 따라가고픈 어떤 부류…. 나는 그걸 광대라고 부릅니다. 그들이 그런 사람인 건 나만 압니다. 내가 점 보는 사람이라 아는 겁니다. 요즘은 이런 부류가 돈을 잘 법니다. 이런 부류가 돈을 잘 버니까 시간이 걸리더라도 곧고 바른 마음으로 유명세를 얻는 건 허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목표를 위해서라면 살랑살랑 거짓말도 치고, 범죄도 저지르고, 남의 남자도 꼬시고, 어쩌구…. 이렇게 못되게 굴 수 있을 만큼 독하니까 유명세도, 돈도 얻었겠지만 이렇게 못 되지 않고 유명해질 수는 없었을까 그런 마음이면서, 그래도 돈 잘 버니까 괜찮을 것 같기도 하면서….


 제가 이 주제로 너무 오래 고민하니까 설하 언니가 그러더라고요. 그런 인격이 유명해지는 건 유명해진 것 자체로 벌이라고. 죄라던가, 업이라던가, 지으면 안 될 걸 지으면 반드시 돌아오게 돼 있는데 너무 못된 짓 많이 했으니까 이름 알리고 유명해져서 남보다 더 큰 벌 받으라고 유명해진 거라고요. 얼핏 맞는 말 같았어요. 그러면서 정리된 게 내가 이 집단을 연구할 필요가 없다, 사람은 끼리끼리라고 광대들 가면 벗겨져도 좋아할 사람은 좋아하게 돼 있다, 어차피 도덕이니 윤리니 그런 게 안 먹히는 종자들이다, 근데 나 주제넘은 거 아냐? 난 제대로 하고 있을까?, 여느 때처럼 제게 화살 돌리며 고민 끝냈습니다.


 왜 이렇게 사는 게 어려운지 모르겠어요. 사는 건 안 어려운데 고민할 게 많아 힘든 것 같아요. 힘들지만 포기가 안 돼요. 모르면 손해 보는 기분이에요. 이게 점 보는 사람의 숙명일까 싶어요. ‘ 누가 와도 해 줄 말이 있어야 한다 ’가 점 보는 사람의 덕목 같은 거니까요. 고민 많은 제게 친절해주세요. 제게는 안 친절해도 되니까 세상에 좀 친절해주세요. 사기 안 치고, 바람 안 피고, 돈 없다고 사람 무시 말고, 못 배웠다고 무시 말고, 속으로 무시하면서 무시 안 하는 척하지 말고… 알겠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