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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윤우 Aug 24. 2024

요즘 이렇게 지냈어요.

 ( 인스타에서 며칠 내내 질문을 받았고, 150여개의 답변을 드렸다는 서사가 있습니다. )


 무속이라는 주제로 며칠 내내 아무 질문이나 받기로 한 건 나름의 이유가 있다. 사람들에게는 곧 새 글을 작업할 예정이라 얼마간 이런 시간을 가질 수 없을 거라고 핑계를 댔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나는 제법 정확한 정보를 주고 싶었다. 누가 신을 받아야 하고 어떤 신이 와야만 제자가 되며 무작정 무속에 기댈 게 아니라 웬만큼 스스로의 마음 줏대를 알아서 잡고, 당신 인생에 온 사투를 해볼 줄 알아야 한다는 걸. 정말, 정말 인생을 완전히 뒤바꿀 횡재 같은 건 없다. 최선을 다해 살아보겠다는 배짱, 어떻게든 먹고 살겠다는 독기, 그러면서도 남 뒷통수는 후리지 않겠다는 신념이 인생을 바꿀 뿐이다.


 오늘 4시경에 손님을 한 분 봤다. 두어 달 기다리신 걸로 안다. 우리 집에 와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나는 스타벅스에서 증정품으로 준 만년 다이어리를 점 볼 때 연습장처럼 사용한다. 다이어리 한 장 한 장 누군가의 사주와 할아버지 말씀이 함께 쓰였는데 오늘 딱 마지막 장이었다. 이게 다 누군가의 앞날 보는데 쓰였다고 하니 기가 막혔다. 이만한 사람이 왔다간 것도 놀랍고, 단 하나도 같은 인생이 없다는 게 말이다. 아무쪼록 손님은 대단했다. 나는 손님들에게 잘한 건 잘했다, 못한 건 못했다 말 돌려 해드리지 않는데 입 뗄 게 없었다. 단 한 순간도 열렬히 살지 않은 순간이 없었다. 손님이 집에 가실 땐 제 만년 다이어리 마지막 장이 손님이라 너무 감사하다고, 이렇게 한 폭의 시간을 훌륭하게 끝맺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렸다.


 이렇듯 열렬히 산 사람은 저 스스로는 나 진짜 사서 고생한다, 굳이 안 해도 될 일을 하고 있냐 탄식할 때 있었겠지만 나는 안다. 이 사람 인생은 절대 배반당하지 않을 것이다. 언젠가 그 누구 하나 입 뗄 것도 없이 인정, 찬사 그런 것만 받을 때가 올 것이다. 꼭 그런 날이 올 거라고, 그러니 쭉 나아가시면 된다고 말씀드렸다. 점도 30분 만에 후딱 봤다. 진짜 입 뗄 게 없어서 그랬다. 사주가 좋다, 돈이 많다, 이런 게 아니라 자신을 속이지 않고 남을 속이지 않고, 닥치는 대로 일단 하겠다는 배짱이 있고, 힘들 때 남 탓하지 않았다. 하늘은 이런 사람을 절대 배반할 수 없다. 홀로 살게 내버려 두지 않는다.

     

 오늘 미미가 그랬다. 살다 보면 돌 맞는 날도 있고, 똥물 뒤집어쓰는 날도 있는데 그게 이유가 있고, 내가 뭘 잘못해서가 아니라 그냥 그럴 때가 있는 거라고. 아마 오늘 온 손님도 그런 시간을 꿋꿋이 이겨내어 여기까지 왔을 것이다. 그걸 곱씹으면 눈물이 난다. 아마 나는 덜 참고 살아서, 똥물 뒤집어쓰면 누가 뿌렸냐고 사방팔방 뛰어다니고 돌 맞으면 던진 사람 찾아 나서서 그럴 것이다. 손님 보고, 미미 보고 오늘 또 배웠다.

   

 이 글을 읽는 누군가의 시간도 부디 억울함으로 흘러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 인생은 왜 이런 거냐고 왜 특별하지 않냐고, 왜 원하는 대로, 어째서 저 사람처럼 흘러가지 않냐고 억울해할 게 아니라 당신이 누구인지 또 무엇을 가장 잘하는지, 그게 세상에 어떻게 이롭게 쓰일 수 있는지 마주 보면 좋겠다. 어느 날 갑자기 특별해지는 인생 같은 건 없다. 인내로 축적한 시간만이 증명이 되어 사람을 빛나게 해줄 뿐이다. 나는 누구나 그럴 권리가 있고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면 절대 제자를 할 수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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