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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음악치료사 Aug 21. 2020

음악치료사의 코로나 극복기 7

코로나로 죽을 것 같던 나를 살린 음악

첫 증상이 시작된 지 딱 열흘 째, 매일같이 패닉에 곤욕스러웠던 지하철 출퇴근과 아파도 일해야 해서 미쳐 버릴 것 같고 스트레스로 다 죽어가던 내 몸과 마음에 한줄기 빛을 내려준, 날 살려준 곡을 만났다. 나는 극적으로 의욕을 되찾고 살아나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배움의 즐거움과 열정이 피어오르며 삶의 목표의식이 생겼다.


3월 말, 인스타 스토리를 보던 중, 음악치료를 공부한 기타리스트 오빠가 올린 연주 영상을 봤다. 굉장히 귀에 익은 멜로디와 오빠의 연주가 내 마음을 울렸다. 폭풍감동은 뒤로한 채, 곧바로 메시지를 보내서 어떤 곡인지 알아낸 후 악보를 찾아 연습에 돌입했다. 오랜만에 너무너무 행복했다. 왜 우리나라에는 코타로 오시오처럼  유명한 기타리스트 겸 작곡가가 없는지 의문이었는데, 내가 무지한 것이었다. 우리나라에도 작곡가 겸 연주가인 거장들이 많이 있다는 걸, 지금이라도 이병우 님을 알게 되어 정말 기쁘다.


사람들은 음악치료사라 하면 음악을 더 많이 알고 잘 찾아들을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다. 나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거리가 멀다. 보통 친구들이나 지인들에게 요즘 듣는 노래가 뭔지 물어보고, 그냥 듣던 곡만 듣고 의외로 음악적 폭이 좁은 편이다. 부끄럽다면 부끄럽지만, 나는 한 곡만 판다. 대신 그걸 내 걸로 만들어서 이리저리 우려먹는 것이 내 특기다.


기타리스트 오빠는 이병우 분이 옛날에 전설적인 포크그룹 어떤 날이란 듀오를 했었다고 알려주었다. 나는 두 앨범 곡들을 다 찾아 듣고 정말 반해버렸다. 참고로 이 오빠와는 같은 학교를 다닌 건 아니지만, 대학원을 다니면서 같은 전공으로 자연스레 알게 되었다. 가끔씩 오빠가 다니던 뉴욕대 학생회관에서 기타도 치고 얘기도 했다. 오빠는 담백하면서도 깔끔하게 기타를 연주했다. 오빠의 곡 해석과 연주는 내 맘에 쏙 들었다. 꿈이 야무진 나는 오빠가 연주하는 곡을 들으면 다 따라 하고 싶었다. 그래서 이것저것 물어보며 음악적 영향을 많이 받게 되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자면, 나를 살린 음악은, 이병우의 "자장가" 혹은 영화 '장화, 홍련' OST 곡으로 잘 알려진 "돌이킬 수 없는 걸음"이다. 듣는 내내 설레고, 소름이 돋았고, 울컥하고, 눈물이 나고, 정말 오랜만에 내 심금을 울린 곡을 만났다. 내 지인 오빠가 연주한 영상을 몇 번이나 돌려봤는지 모른다. 저장할 수도 없고 내가 가지고 있지 않지만, 대신 이 곡의 작곡가 겸 연주가인 이병우의 영상을 찾아들었다. 다양한 영상이 있지만, 그중 제일 좋아하는 영상을 아래 첨부했으니, 끝까지 들어보시는 걸 강력 추천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정말 이병우 님의 숨소리 호흡마저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 집중해서 들었다. 수십 번을 들어도 질리지 않고 들어도 들어도 또 듣고 싶었다.


가끔씩 이렇게 꽂히는 곡이 있다. 그러면 난이도를 불문하고 무조건 배워야 한다. 하루 만에 후렴구 같은 부분을 외워서 인스타 스토리에 올렸다. 그렇게 코로나 증상 열흘째부터 후유증이 없어지기까지 장장 3개월간 이 곡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코로나와 싸우는 동안, 뉴욕 자취방에서 호텔, 그리고 미국으로 이민 와서부터 자랐던 집으로 옮겨 다니면서 체력이 괜찮은 날엔 연습했다. 여전히 서투르지만, 이 곡의 음 가까이 닿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나는 아직도 올해 처음으로 그 곡을 다시 접했던 그 날을 잊을 수 없다. 왜인지, 울컥했고  벅차오른 감정을 주체할 수 없어 눈물을 훔치며 들었다. 숨 막히던 지하철 안에서 나를 다시 숨 쉬게 해 주고 심장 뛰게 해 주었다. 음악은 그렇다. 어떠한 특정 곡이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감동을 주거나 영향을 미칠 수는 없지만, 혼자서는 도저히 긁을 수 없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거나 나를 이해하고 절실하게 와 닿는 음악을 만나면, 그 음악을 계기로 인생이 바뀔 수도 있다. 내가 늘 그랬던 것처럼. 음악은 그렇다.


https://www.youtube.com/watch?v=E244Db-Cd5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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