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진자에서 확 찐자로 (ft. 살 10kg)
오랜 공백 기간을 깨고 음악치료사의 코로나 극복기 10번째 글 기념 및 늘어났던 체중 10kg을 완전히 감량한 기념으로 민감하다면 민감한 부분인 살에 대해 이야기를 공유해 봅니다.
코로나에 걸리고 후유증에 시달리던 장장 3개월 간 내 몸무게는 10kg가 늘어나 있었다. 보통 코로나에 걸리면 입맛도 없고 식욕저하에 체중감소가 이어진다. 특히 남성의 경우는 근손실 및 더 빠른 체중감소가 이어진다고 들었는데... 2-3개월 간 10kg 찌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데, 그걸 해내었다. 내가 원래 먹을 복도 많고 식성 좋은 타입인데, 다행히도 먹는 양에 비해 살이 찌는 체질은 아니다. 10kg 찌기 전에 몸상태를 설명하자면, 겨울잠에서 깨어나던 때라 살이 더 쪄 있던 상태였지만, 약간 살이 오른 정도고 내 키 기준으로 50대 후반 표준 체형이었다.
첫 증상을 느꼈을 때가 봄에 막 접어든 무렵 3월 20일 새벽. 심한 몸살 기운으로 식은땀을 동반한 오한과 근육통에 시달려 정신을 못 차리던 날이었다. 난생처음 느껴보는 저세상 텐션 아픔이라 감기몸살 기운에 입맛이 없는 거라 생각했고, 미각과 후각 상실을 잘 알아차리지 못했다. 나는 주말 동안 언니의 가족을 방문하는 상태였다. 입맛도 없었지만, 오랜만에 식구들과 모여있는 자리에 식사를 거르기도 그렇고, 걱정을 덜어내고 감기약을 먹기 위해 이 날 하루 세끼를 꼬박 다 챙겨 먹었다. 그렇게 대추와 온갖 몸에 좋은 걸 때려 넣은 대추 생각차를 마셔주고, 정말 배불리 잘 먹었다. 다음 날 출근을 했고, 자취하는 내가 대충 챙겨 먹고 다닐 걸 아는 언니는 내가 다 나을 때까지만이라도 계속 지내라며 신경 써주었다. 언니는 나에게 아침저녁으로 집밥을 든든히 먹이고 싶었나 보다. 더불어 매일매일 내 점심 도시락까지 챙겨주고, 덕분에 나는 코로나에 걸린 줄도 모르는 채, 입맛이 없어도 언니의 정성을 생각해 남김없이 차려준 밥상을 다 먹었다. 보통 점심시간에 난 내 점심도 다 먹지만, 내 직장동료의 점심 가지 한 입 먹는다. 그런데 이 기간은 예외였다.
평소보다 더 잘 먹고 다녔지만, 살은 뭔가 빠지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열흘 동안 언니 집에서 머물다가 나는 집으로 돌아갔고, 2주 동안 코로나와 싸우다가 더는 몸이 버텨주질 않아 근무하는 병원에서 가까운 호텔에 머물기 시작했다. 처음 호텔에 왔을 때, 일주일 치 식량을 챙겨 왔고, 나머지는 언니가 택시로 음식을 배달해 주거나 친구가 일주일에 한 번씩 내 호텔 방문 앞까지 음식과 필요한 물품을 전달해주고 갔다. 각종 비타민과 한약을 복용하기에 규칙적으로 하루 세끼를 잘 챙겨 먹었다.
운동도 참 좋아해서 컨디션이 좋은 날에는 요가도 한 시간하고 기타 연습도 오래 했지만, 다음날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해 침대와 한 몸이 된 채 생활할 만큼 컨디션 굴곡이 심했다. 그럼에도 끼니는 거르지 않았다.
그렇게 긴 호텔 생활을 하다, 나는 컨디션이 좋아졌을 때, 의사의 조언에 따라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무장을 하고 밖에 나가 걷거나, 동네가 위험해서 뉴욕시에서 운행하는 (서울에 있는 대여 자전거 따릉이) 시티바이크를 탔다. 그러다 교통사고가 나고, 없어졌던 코로나 증상은 증폭되어 80% 이상 돌아왔던 미각과 후각을 다시 잃게 되었다. 코로나와 교통사고 후유증까지 겹쳐서 정말 몸과 정신이 붕괴되는 것 같았다.
사고가 난 후 며칠을 버티다, 이러다 내가 삶에 의욕을 잃을 것 같았다. 엄마에게 대성통곡하며 나를 집으로 데려가 달라고 했다. 그 후, 집에 도착하자마자 엄마의 지극정성 사육이 시작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들 냄새도 못 맡고, 먹어도 무슨 맛인지 알 수 없는 상태로, 익숙하지만 낯선 음식들을 먹고 또 먹었다. 먹고 자고 먹고 자고를 무한 반복하며, 침대에 누워있는 시간이 20시간 이상으로, 위도 늘고 내 사이즈도 늘었다. 집에는 체중계가 없어서 몸무게를 알 수 없었지만, 넉넉한 옷들이 꽉 낄 정도가 되자 심각성을 깨달았다.
그렇게 증상이 시작된 지 3개월 후 코로나 음성 판정을 받고, 다시 언니네로 갔을 때, 몸무게를 측정하니 60대 후반의 몸무게가 나왔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나가서 놀랬고, 내가 일상으로 돌아온 지 일주일 후 측정한 몸무게라 아마 난 최고치가 70kg를 찍었거나 거의 그 정도 나갔을 것이다.
분명 호텔에 있을 때만 해도 내가 눈바디를 했을 때, 복근이 생길랑 말랑하게 보였었다. 그런데, 집에 있는 5-6주 동안, 그 짧은 기간에 10kg이 찔 수 있다는 것에 놀라웠고,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먹고 싸는 거 외엔 생활습관이 살이 그렇게 쪄야 정상인 생활을 해왔기에 당연한 결과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잘 먹고 면역이 돌아오는 거 외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 당시 미국은 생명에 지장이 있는 코로나 확진자만 병원에서 받아주었고, 경과를 지켜보는 것 외엔 딱히 치료법이나 아무런 방법이 없었다. 그저 타이레놀 복용과 몇 가지 약을 처방해주는 것 외엔...
내가 코로나를 극복하고 직장에 복귀했을 때, 맞는 옷이 없어서 고무줄 치마나 바지나 큰 사이즈의 스크럽만 입고 다녔다. 내가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 살이 어떻게 빠졌는지는 다음에 얘기해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