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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음악치료사 Nov 18. 2021

음악치료사의 코로나 극복기 11

나는 더 이상 코로나 확진자, 확 찐자가 아니야

몸무게가 10kg 늘어남과 동시에 스트레스도 10배가량 늘었다. 맞는 옷도 없고, 새로운 사이즈로 옷을 사야 하나 고민도 됐다.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증폭된 코로나 증상은 생각보다 심각했고, 나는 또다시 침대와 한 몸으로 지냈다. 그리고 덤으로 날씨를 확인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인간 기상청이 되었다. 집 밖에 가벼운 산책을 나가는 것도 무리였고, 언제 어떻게 다시 아플지 몰라 전전긍긍하였다. 그렇게 집에서 휴식 아닌 휴식을 취하며 코로나 후유증 특히 만성피로와 오한이 없어지기 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내 계획과는 달리 나는 빠르게 일상으로 복귀해야 했다. 내 직장 인사과에서 연락이 온 것이다. 다시 일을 하러 돌아 올 생각이 있는지, 있다면 언제 돌아올 것인지 아니라면 당장 사람을 고용해 내 자리를 메꿔야 할 것이라고. 두 달 반의 공백은 꽤 길었고, 내 후유증은 여전했지만, 청천벽력 같은 소식으로 서둘러 뉴욕으로 가서 건강검진을 받았다. 그렇게 아주 오랜만에 코로나 검사를 했고, 여러 피검사를 해야 해서 피 8통을 뽑아갔다. 그 외에 폐 엑스레이도 찍었다. 그 당시만 해도 코로나 검사 결과가 빠르게 나오지 않았고, 5일 정도를 기다렸다. 그렇게 일주일 후 육체적으로 아무 이상이 없다는 결과가 나왔고, 직장에서도 복귀를 위한 직원 건강 검진을 받았는데, 모든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나왔다. 내 후유증은 그대로인데 뭔가 다행이면서도 현실이 야속했다. 


하지만, 덕분에 나는 빠르게 체중감량을 할 수 있었다.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은 일상생활로 돌아간 것이다. 출근을 하고 일을 하고 퇴근을 하는 것 자체가 굉장한 에너지를 소모하고 움직임이 있기 때문에 첫 일주일은 너무나 몸이 무겁고 힘겨웠지만, 역시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그리고 느낀 것은, 내가 조금 더 빨리 복귀를 했다면 더 빨리 나아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최대한 복귀를 미루고 싶었던 것은, 내가 코로나를 걸린 원인 중 하나가 내 직장이었고 당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다시 돌아가면 같은 공간 사람들과 일을 해야 하기에 그러면 또 스트레스를 받고 면역이 떨어질 것 같아 내가 온전히 다 나아지기 전까지 복귀할 마음은 1도 없었다. 


그렇게 일상으로 돌아가며 자연스레 살은 빠졌다. 음식은 최대한 집밥을 먹었고, 인스턴트식품 특히 라면을 피했다. 간헐적 단식을 했는데, 첫끼가 점심이었고, 최대한 8시 이후에는 먹지 않았다. 그렇게 12시에서 8시 사이에 식사와 군것질을 하고, 나머지 16시간은 금식을 했다. 내가 어떤 음식을 먹는지 매일 사진 찍으며 기록을 남겼다. 이런 습관들이 체중감량에 도움이 되었다.


조금씩 운동도 시작했는데, 자연스럽게 출퇴근 길에 걷는 것부터 간단한 스트레칭 및 달밤에 줄넘기를 했다. 최소 1000번에서 많게는 5000번을 했다. 타이머로 3분을 맞춰놓고 뛰며 30초에서 1분 정도 쉬고 다시 뛰는 걸 반복했다. 여전히 체중이 나갔어서 무릎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발꿈치는 땅에 닿지 않게 무릎은 굽혀진 상태로 유지하며 뛰었다. 몸이 가벼워질수록 2단 뛰기도 병행하며 줄넘기를 일주일에 3-4번 정도 했다. 

나는 달리기도 좋아해서 러닝팀에 속해 있는데, 일주일에 한 번 센트럴 파크에서 5km~10km 정도를 뛰었다. 주말 아침엔 요가도 1시간 정도 하고, 음악을 틀어 놓고 막춤을 추기도 했다. 그렇게 운동을 하고 항상 몸무게를 측정했다. 옷을 입고 벗으며 인바디도 자주 했고, 빨리 고무줄 바지나 펑퍼짐한 옷에서 탈출하고 싶었다.


그리고 체중감량에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은, 내가 이직에 성공한 것이다. 복귀를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같은 병원 시스템 안에서 같은 포지션의 자리가 나와 이직을 준비했다. 집에서 훨씬 가깝고 지하철을 타지 않고 다닐 수 있는 거리였다. 그렇게 나는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며 건강하게 자연스럽게 살이 빠질 수밖에 없는 일상생활습관을 유지했다. 그리고 서서히 헬스장이 열리기 시작하고 근력 운동을 일주일에 3번 정도 하고 권투장갑을 끼고 스피드 백을 치며 더 빠르게 입고 싶은 옷을 입게 되었다.


코로나 확진자가 되어 두 달 반 동안 10kg 확 찐자였던 나는 같은 기간인 두 달 반 동안 10kg 감량하며 코로나 확진자/확 찐자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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