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신옥 Nov 08. 2023

통증으로 잠 못 이룰지언정

~ 마취를 거부하는 곳 ~

오른쪽 잇몸에 염증이 생긴 것 같았다. 

씹을 때마다 약간의 통증이 느껴졌다. 평소 잘 쓰지 않는 왼쪽으로 음식을 씹으니 씹는 맛도 음식 맛도 모르고 그저 허기만 면할 뿐이었다.      



차일피일 미루다가 치과를 다녀왔다. 

염증치료를 받느라 마취를 했다. 세 시간 정도 있어야 마취가 풀린다고 한다. 집에 와서 식사를 하는데 염증이 있던 쪽은 아무 감각이 없다.      



마취가 된 오른쪽은 아무 문제가 없다. 

뜨겁네 차네 짜네 싱겁네 맛이 있네 없네 등등 문제를 느끼는 쪽은 정상인 왼쪽이지 정작 아팠던 오른쪽은 아무 문제가 없단다. 마취가 되니 정상과 비정상이 헷갈린다. 통증도 싹 사라졌다.       



한 방에 통증을 거짓말처럼 사라지게 해 준 마취의 위력에 입이 얼얼하다. 

이러니 마취 없이 어찌 대수술을 할 수 있으랴마는. 정상과 비정상을 바꾸어 놓은 마취에 무기력해질수록 절대 마취를 시켜서는 안 되는 곳이 떠올랐다. 양심이다.      



양심이 마비되는 일보다 더한 불행은 없을 것이다. 

마취를 거부하는 양심을 지켜주고 싶다. 통증으로 잠 못 이룰지언정…….



매거진의 이전글 가을이 물어보는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