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틈사이에도 매미가 울기 시작한다. 밤사이 내린 비에 목을 축였는가 보다. 매미 소리가 온 동네를 가득 채운다. 책을 읽으려고 책상에 앉았는데 언제 왔는지 매미 한 마리가 창문 방충망에 붙었다. 늘 어디선가 소리로만 듣다가 가까이 마주하니 불청객이지만 반가웠다. 책을 덮고 가만히 매미를 바라보았다. 방충망이 낯설어서인지 매미가 울음을 삼키고 침묵으로 말을 건다. 머리로만 알던 매미 일생이 가슴에 와 닿는다.
알고 보면 다 가슴이 저며오는 삶이다.
그저 한 철 지나가는 소음으로만 기억해 주었던 미안함이 가슴에 스민다.
목청껏 울어대기까지 수많은 세월 소리도 없이 참고 기다려왔단다. 어둡고 습기 찬 땅 속에서 수년간 기다리며 꿈꿔 온 지상낙원이었단다. 암흑의 세월 동안 얼마나 간절히 원했던 태양빛이었는지 모른단다.
삶은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란다.
지상으로 나와 빛을 보고 소리를 내기까지 상처와 탈바꿈의 수많은 삶을 살아냈단다. 짧게는 7일 길어야 한 달 정도 빛을 보기 위해 5년이 넘도록 암흑 속에서 보이지 않는 삶을 견디어 왔단다.
‘기다림’이 없이는 ‘빛’을 볼 수 없었단다.
어둠 속 긴 기다림에 비해 빛을 보는 여름 한 철은 금방이란다. 지상에서의 너무 짧은 생이기에 한 순간도 아깝단다. 폭우가 잠시 멈춘 짧은 순간도 놓칠 수 없단다.
밖에서는 매미들이 절규하듯 울어댄다.
목청껏 울어댄다고 말들을 할 뿐 손뼉 쳐 주지도 달래주지도 않지만 주어진 매미의 삶이니 치열하게 살 뿐이란다. 한줄기 빛도 아쉬웠던 어둠도 한낮의 뜨거운 태양도 다 지나갈 뿐이란다. 누가 뭐라고 하든 이 짧은 생, 매미는 노래하는 마음으로 사랑하며 살고 있을 뿐이란다.
매미 마음 알고 보니 매미들의 울음이 아니라 매미들의 합창으로 들린다. 방충망에 찾아온 매미가 주고 간 오늘의 메시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