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생의 길목에 놓아둔 나의 자취들
언젠가 그 누군가에게 들은 적이 있다.
이제 나의 어머니가 곳곳에 숨겨놓은
보물을 발견하는 기쁨으로 여생을 살게 될 것이라고…
실제로 그런 것인지
그렇게 믿게 되어서인지 알 수 없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좋은 사람을 알게 되고
소중한 기회를 만나게 된다.
특정 이유로 잠시 멀어져 만날 것 같지 않다가도
연락이 와서 도움을 요청할 때도 있고
다시 만날 것 같았지만
아직까지 재회가 성사되지 않은 일도 있다.
요즘 내 딸은
집 안에서는 보행기를 운전하는데
재미를 붙여서 매우 분주하고 바쁘다.
아직 홀로 걷지 못하는 아이에게 보행기는,
튼튼하고 빠른 다리가 되어주기 때문에
실제로 몇 번의 걸음걸이로 가다가 다리를 떼어내서
그 관성을 바퀴로 고스란히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실제로는 아마 원하는 곳으로
날아가는 기분일 거 같다.
기지개를 켜면 팔이 머리끝보다 조금 더 긴 편이라서
보행기를 타고 팔을 뻗었을 때
물체가 웬만큼 가까이 있지 않으면
원하는 것이 손 끝에 도달하지도 않는다.
나는 그가 가는 길목, 이를테면
보행기와 높이가 같은 소파 손걸이, 테이블 같은 곳에
아이가 좋아하는 장난감이나 천으로 된
무당벌레 책 같은 것을 몇 개 얹어놓는다.
그러면 집안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거실을 지나칠 때
이를 발견하고 손을 뻗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손에 집어 들고는 입에도 넣어본다.
나는 나의 이 행위가
어머니의 그것과 뭔가 유사하다는 사실을
오늘 문득 깨달았다.
내가 전능한 신도 아니고 돌아가신 어머니도 아니지만
아이를 위해 그의 길목에
좋아하는 무엇인가를 놓아둔다면…
그를 생각하며 준비한 나의 마음이,
그의 손과 입과 마음에 전달된다는 사실이,
그가 만족할 것이라는 나의 확신이,
혹은 내 마음 자체가 그것임을
내 딸이 무심히 알아준다면,
설령 모르더라도
그저 그렇게 기쁠 것 같다.
엄마…!
지금 곁에는 안 계시지만,
이곳저곳에 놓아두신 엄마의 마음
평생 발견하는 기쁨으로
내 남은 생을 천천히 살아내 볼게.
그냥 식탁에서, 소파에서,
그리고 내 곁에 보이지 않게 서서
내가 뭘 집어내는지 그리고
그걸 입 속에 넣고 만족하는 내 모습에
조용히 미소 짓는 엄마를 상상하며
하루하루 잘 살아내볼게.
엄마, 오늘도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