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와 주어서 고마워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5년이 지났다.
병이 발견되기 6년 전부터 시작된 내 개인적 고통의 시기와 어머니의 투병까지 햇수로 총 12년.
긴 시간 동안 깨달은 게 있다면
나 스스로 의지를 가지지 않으면 어떤 상황에 처해있다 해도 아무도 나를 꺼내주지 않으며,
어떤 좋은 순간이라 할지라도 길게 지속되거나 결코 똑같이 반복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좋으면 좋다. 그때그때 표현하고,
지금 한 번 더 웃고 안아주어야
그 순간을 피부로 가져와 마음속까지 끌어올 수 있음을 안다.
이제부터 관계하는 사람들은
웬만하면 함께 늙어갈 사람들이며
나이가 들면서
이런저런 일들에 대해 응원해주고 곁에서 그저 '지켜봐 주어야'할 사람들인 걸 안다.
어머니의 부재로
마음의 균형을 잃은 상태로 살아왔지만
이번 크리스마스를 아내와 아버지와 누나 가족들과 함께 보내면서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그 '균형'을 찾은 것 같았다.
행복을 오랜 시간 동안 잊고 있다가 불쑥 나를 찾아오면
내 것이 아닌 것 같아 밀어낼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나를 위해, 온전히 나를 위해
찾아온 행복을 따뜻하게 한 번 안아주고 보내주어도 괜찮은 걸 이제 안다.
한 번 꼭 안아주고 놓아줄게.
언제든 찾아오렴.
또 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