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우리는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을까?
그렇다. 남편과 나 사이에는 정말 다른 한 가지가 있다. 바로 수면과 생활 패턴. 옛날 말로는 바이오리듬 정도 되려나. 나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새나라의 어린이로 살다가 어른이가 된 것이고, 남편은 올빼미 새끼에서 어른 올빼미가 된 모양새라고 할 수 있겠다.
한창 연애에 젖어 지하철 역 몇 개 정도는 거뜬히 함께 걷던 시절, 어느 하루 길 위에서 나는 당시 남자 친구였던 남편에게 심각해 마지않은 표정으로 말했었다. 이건 나에게 타협할 수 없는 문제이다, 당신이 만약 앞으로도 지금껏 해왔던 것처럼 종종 아침에 내가 깨어 있는 시간에 함께하지 못하거나, 내가 잠들어야 하는 시간에 깨어 올빼미 짓을 한다면 나는 참지 못할 것 같다, 아니 관계를 유지하기 힘들 것 같다.라고 선언한 거다.
남편은 나에게 노력은 할 수 있으나, 확실히 습관을 바꿀 수 있다고는 말을 못 하겠다며 두루뭉수리하게 넘어갔지만, 왠지 내 마음속의 찜찜함은 지워지지 않았는데... 그렇게 너무도 다른 우리가 기어코 결혼이란 걸 하고 말았다.
사실 남편과 나의 생활 패턴의 차이는 꽤 오랫동안 간과되고 있었다. 8시간 차이가 나는 시간대에서 롱디를 하다 보니, 그가 늦게 자는 것은 나의 아침 시간에 닿을 수 있음을 의미했고 그것은 관계에 참으로 유용했던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한국에 잠깐씩 들어왔을 때마다 목격하게 되는 그의 잠 습관에 더욱 큰 불만이 생겼었고, 시차 핑계 이런저런 핑계로 아침에는 맥을 못 추리는 남자 친구가 정말 이해가 안 되었었다. 아침에는 거의 정상 기능이 어렵고, 손에 힘조차 안 들어간다고 하거나, 대화에 올바른 답변을 하는지도 체크해야만 할 정도였다.
"까짓게 뭐라고, 눈 딱 뜨고 일어나면 되는걸!"
신혼이 시작되자, 우리의 갈등은 점점 더 고조되어갔다. 7시가 채 되기도 전에 기상해야 하는 나에겐 적어도 전날 11시에는 잠드는 것이 좋았지만 남편은 내 말을 쉽게 무시했다. 참다못해 내가 호소한 내용은 우린 부부니까 11시엔 무슨 일이 있어도 함께 자리에 눕고 잠들자는 것이었다. 남편도 절절한 나의 부탁에 마지못해 응하는 듯 했다.
결과가 어떻게 되었을까?
남편은 일주일 정도 보여주기 식으로 11시에 함께 잠들더니 결국 본래의 습성을 따라 올빼미 족으로 다시 튕겨져 나갔다. 어쩌겠는가. 그와 나는 다른 종족인 것을. 그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지만 반전도 있다. 그렇게 그렇게 서로와 다른 모습으로 살던 우리가 현재 시각 오전 1시 21분, 내 옆에 남편은 쌕쌕 잠들어있고, 나는 올빼미처럼 눈을 빛내며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는 점.
나는 처음부터 우리의 공존이 쉽지 않을 거라 생각했고, 여전히 그 생각은 크게 변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알게 되었다. 누구나 같은 시간대에 같은 일을 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 내게 편하고 효율적인 시간대가 다른 이와 완전히 어긋날 수도 있다는 걸 인정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