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침부터 성당 안 깊숙이 볕이 들었다. 군데군데 알록달록하게 맺히는 볕을 오래도록 들여다보았다. 볕을 보면 겨울이 온 것을 알 수 있고, 나는 나의 겨울이 힘들 것을 알았기에 무엇이든 잘 참게 되었다. 그러나 내게는 모자람이 많고 그것이 나를 퍽퍽하게 만든다.
내 마음이 아픈 이유는 마음이 말라 가는 데 있다. 슬픔이 고이면 맨 먼저 마음 안에 있는 물기가 다 사라진다. 가뭄이 드는 것이다. 그러면 심장이 쪼그라드는 것처럼 가슴께가 정말 아프다. 가슴 안이 아찔아찔하게 차가워 종일 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된다. 그런 날들이 며칠 계속되면 이제는 다 마른 마음이 부서지기 시작한다. 뭉치려 해도 뭉쳐지지 않는 마음이 모래처럼 흩어지기를 반복하면 결국 사막이 된다. 슬픈 사람의 얼굴이 거칠어지는 것은 마음 안에 사막이 생기기 때문이다. 나는 사람의 얼굴을 잘 기억하지 못하지만 마음이 아픈 이의 까슬한 얼굴은 아주 잘 기억한다.
마음 안에 사막을 가진 사람들은 서로를 잘 알아볼 수 있다. 어제는 그런 사람을 하나 만나게 되었다. 매 계절마다 봐왔지만 그토록 무미건조한 얼굴은 처음이었다. 아름다운 얼굴에서 나오던 맑은 빛은 다 사라지고, 눈동자에 슬픔이 가득했다. 그이의 마음 안에 자리하고 있을 드넓고 어두운 사막을 생각할 때마다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다른 건 다 참아도 눈물은 참을 수가 없었다.
지금도 그 사막을 혼자 걸을 사람, 나의 사막을 알아보고 말 걸어주는 사람, 나의 친구 H에게 오늘은 잔잔한 물기가 돌기를. 마음을 꼼꼼하게 뭉쳐서 다시 단단하게 세우기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무조건 사랑받기를. 어려운 사랑이 조금씩 쉬워지기를 바란다. 그리고 나에게도 그런 일이 와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