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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목 Dec 08. 2019

마음과 사막




오늘은 아침부터 성당 안 깊숙이 볕이 들었다. 군데군데 알록달록하게 맺히는 볕을 오래도록 들여다보았다. 볕을 보면 겨울이 온 것을 알 수 있고, 나는 나의 겨울이 힘들 것을 알았기에 무엇이든 잘 참게 되었다. 그러나 내게는 모자람이 많고 그것이 나를 퍽퍽하게 만든다.


 마음이 아픈 이유는 마음이 말라 가는  있다. 슬픔이 고이면  먼저 마음 안에 있는 물기가  사라진다. 가뭄이 드는 것이다. 그러면 심장이 쪼그라드는 것처럼 가슴께가 정말 아프다. 가슴 안이 아찔아찔하게 차가워 종일 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된다. 그런 날들이 며칠 계속되면 이제는  마른 마음이 부서지기 시작한다. 뭉치려 해도 뭉쳐지지 않는 마음이 모래처럼 흩어지기를 반복하면 결국 사막이 된다. 슬픈 사람의 얼굴이 거칠어지는 것은 마음 안에 사막이 생기기 때문이다. 나는 사람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마음이 아픈 이의 까슬한 얼굴은 아주  기억한다.


마음 안에 사막을 가진 사람들은 서로를 잘 알아볼 수 있다. 어제는 그런 사람을 하나 만나게 되었다. 매 계절마다 봐왔지만 그토록 무미건조한 얼굴은 처음이었다. 아름다운 얼굴에서 나오던 맑은 빛은 다 사라지고, 눈동자에 슬픔이 가득했다. 그이의 마음 안에 자리하고 있을 드넓고 어두운 사막을 생각할 때마다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다른 건 다 참아도 눈물은 참을 수가 없었다.


지금도 그 사막을 혼자 걸을 사람, 나의 사막을 알아보고 말 걸어주는 사람, 나의 친구 H에게 오늘은 잔잔한 물기가 돌기를. 마음을 꼼꼼하게 뭉쳐서 다시 단단하게 세우기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무조건 사랑받기를. 어려운 사랑이 조금씩 쉬워지기를 바란다. 그리고 나에게도 그런 일이 와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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