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인은 시간이 다 해결해줄 거란 말을 싫어했다. 아주 싫다고 했다. 시간이 해결해주겠죠? 하고 물으면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시간은 아무것도 해결해주지 않는다 말하면서. 그가 의식적으로 감정보다 이성에 무게를 둘 때 정이 없는 사람이란 생각을 했다. 가는 시간이 해결해줄 수도 있다고 위로해주면 안 될까 야속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 말을 싫어한 이유를 명확히 이야기해준 적이 없지만, 그가 떠난 후 혼자 지내다가 뒤늦게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우리가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 말할 때, 그것은 나아지려 안간힘을 쓰겠다는 다짐이기도 하다는 것을. 시간이 가는 것을 손 놓고 보고 있기보다 시간 안에서 고군분투하겠다는 말이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사랑이 굳은 자리를 매일 더듬어 본다. 눈에 눈물이 가득 고여도 밤낮으로 그렇게 한다. 그러다가 잠을 자고, 밥을 챙겨 먹고, 운동을 하고, 일을 하러 집을 나선다. 아무렇지 않게 웃고 떠들고 사람들과 어울린다. 시간을 잘 보내야 하기 때문에. 그렇지 않으면 바뀌는 게 하나도 없을 것이기 때문에. 종종거리는 발걸음으로 일상을 잘 지켜낸다.
조금씩 괜찮아지는 마음이 오늘도 가파른 언덕을 넘어 내게로 온다. 그 마음은 시간이 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내게 주는 것. 시간이 해결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다만 시간 속의 몸부림이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