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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목 Jun 12. 2020

버려진 말들은 어디로 갔나요




내가 보낸 메일을 당신이 읽지 않고 지운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한낮의 거리에서였는데, 마음이 꽝 깨졌어요. 꽝, 소리를 나만 들었으면 좋았을 텐데요.


그건 슬픔도 아니었고 충격도 아니었어요. 내가 충분히 알고 있던 미래를 맞닥뜨린 것이었죠. 그 후로 나는 나의 파편이 되어 날 벗어났어요. 깨진 파편들 중 하나로 놓여났죠. 내 안에 내가 없어서 자꾸 실수를 해요. 정신을 다른 데다 두고요. 걱정이 많은 사람처럼 보이기도 하죠. 당신을 생각하느라 그런 게 아니라, 내 앞에 일찍 당도해버린 당신과 나의 미래를 생각하느라. 나는 아직도 내 안으로 돌아가지 못했어요. 돌아가면 막을 수 없는 슬픔을 어떻게 견뎌야 할지 모르겠거든요. 지금 내 안에는 슬픔이 가득해요. 깊은 강이 되어 흐르고 있겠죠. 난 아직 뛰어들 준비가 안 됐어요.


당신의 손에서 버려진 말들은 어디로 갔을까요?


또다시 여름이 와요. 여름은 서서히 온 세계를 뒤덮어요. 내게 올 당신을 기다리던 지난 여름부터, 여름이 좋아졌어요. 봄이 안에서 피어난다면, 여름은 바깥에서부터 도착해요. 나는 여름이 봄 안에 발을 딛는 순간을 좋아해요. 오랜 시간 동안 당신이 내게 오기를 기다렸지만, 이제는 당신에게 도착할 나를 기다려요. 당신에게 다시 발을 딛게 될 날을 기다려요.


멀어지지 않을 거라던 약속은 어디로 갔나요? 살아있는 말과 당신의 기척을 듣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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