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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윤씨 잡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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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i Nov 24. 2023

 강물은 하염없이

<윤씨 잡문>


흐르는 강물을 바라봅니다. 염없습니다. 하염없는 물길을 따라 어디에 숨어 있었을까, 두서없는 기억들이 밀려옵니다. 


기억들은 버려 둡니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기억을 조절할 수 없는 것은 기억의 주인이 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랬으면 좋겠다는 원의도, 그러지 말 걸, 하는 후회도, 알아서 하겠지의 체념도, 그때 어쩌구, 미련스런 미련도 강물에 풀어놓습니다. 강물은 관대합니다. 모든 을 담은 채 아무것도 판단하지 않고 시비하지 않습. 무심하게 흐르는 강물 앞에 서니 슬픔도 미련도 욕망도 사랑도 무심해집니다. 무심함은 강물의 깊이입니다. 


북한강

 

버렸다고 내려놓았다고 믿었습니다. 강물에 놓아 흘려보냈던 것들이 멀어지다가 가라앉다가 어느새 다시 밀려와 발목 주변을 맴돌고 있습니다. 내려놓았다고 한 것들이 도로 밀려와 다시 나를 채웁니다. 버렸는데 버리지 못한 것일까. 처음처럼 내려놓고 또 내려놓습니다.


어오고 나가는 문은 없어도 끊임없이 들어오고 나갑니다. 저 강물의 깊이처럼 내 안에도 무심함이 가득 차면 좋겠습니다. 저 '강같은 평화'가 반드르르, 반짝이면 좋겠습니다. 강물이 끊임없이 흐르듯 내안의 무엇들도 끊임없습니다.


남이섬. 계수나무 오솔길 옆으로 강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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