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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i Oct 31. 2024

목욕 후엔 산책이지~

투투 이야기


목욕 후 털을 빗은 투투는 뭔가 심심합니다. 잊은 거 없슈? 하는 얼굴로 자꾸 엄마를 봅니다.


투투의  꼬린내가 사랑으로도 극복이 되지 않을 때 목욕을 합니다. 목욕 후엔 털도 완전히 말림 겸 보상도 할 겸 산책을 는데 엄마 얼굴이 뚫릴 것 같은 레이저를 쏘며 나가자는 신호를 보내는 것입니다. 목욕을 좋아하진 않지만 아주 착하게 잘했으니 산책을 가야겠지요.


간식과 물을 챙기며 가방을 메는 엄마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투투는 겅중거리며 좋아하더니 현관으로 냅다 뛰어갑니다. 엄마가 신발을 신는 동안에도 애가 달아 손을 핥으며 빨리 신으라고 재촉입니다.


오늘은 차를 타고 조금 멀리 가기로 했습니다. 차문을 열자 투투의 눈이 동공지진을 일으키며 꼬리가 아래로 쳐지고 움직이지 않습니다. 차를 타고 가는 경우는 병원에 갈 때와 조금 멀리 산책 갈 때 두 가지뿐이어서 병원에 가는 거 아닌가 싶어 투투는 불안합니다.

"산책 가는 거야~~"

투투의 표정이 환해집니다. 펄쩍 뛰어 차에 올라탄 투투는 아주 신이 났습니다. 차 안에서도 빨리 가자고 보채며 신음소리를 냅니다. 엄마가 주차하는 동안에도 안절부절 끙끙댑니.

"훌륭한 개는 기다릴 줄 알아야 해."

알겠다는 듯 엄마 얼굴을 쓱 핥는 투투.


늘 다니는 길과 달라서 그런지 흥분 상태입니다. 다섯 걸음도 걷지 못할 정도로 냄새를 맡고 마킹을 합니다. 마킹을 하고 나서도 평소보다 더 많이 뒷발질을 하며 자신의 냄새를 퍼뜨립니다. 몸을 터는 행동도 더 많이 하는군요. 자신을 알리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킁킁, 누가 지나간 거 같군
논둑길에 꽂힌 투투
앗, 지렁이
축축한 흙냄새 좋아요!
땅속으로 들어갈라


투투는 산책할 때 아스팔트로 포장된 길보다 풀이 난 곳으로 가는 걸 더 좋아합니다. 논둑길이나 길가에 풀이 난 곳으로 올라가 냄새를 맡으며 갑니다. 성인 남자를 경계하는 경향이 있어서 길에서 만난 사람을 향해 짖기도 하는데 냄새 맡기에 열중하는 날은 사람이 지나가도 관심이 없습니다. 심지어 간식을 내밀어도 모릅니다.


무슨 냄새를 그토록 열심히 맡는 걸까요. 개들의 냄새 맡기는 활발한 sns 활동이라고 하는데 주변의 냄새를 통해 다른 개들의 정보를 수집하고 자신의 흔적도 반드시 남기는 걸 보면 사람은 알 수 없는 개들만의 소통방식봅니다. 혹자는 건강한 개가 길가의 냄새를 맡는 게 좋지 않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분명하지 않더군요. 다만 투투는 집안에서 보다 산책길에서의 냄새 맡기가 더 활발합다. 다른 개들의 배설물을 너무 가까이 맡으려 할 때 제지하곤 하지만 냄새 맡기를 통해 사회활동을 한다고 하니 많은 냄새를 맡으며 즐거웠으면 좋겠습니다. 개들의 후각은 알다시피 매우 발달되어 있어서 가까이 코를 박고 맡지 않아도 충분하다고 하니까요. 직접 만나진 못해도 냄새를 통해 어느 동네의 아무 개를 만나는 거니까요.


야생시절의 개들은 먹이활동과 적에 대한 경계를 위해 냄새를 맡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사람과 함께 생활하는 환경으로 바뀌다보니 먹이활동 보다 다른 것들에 대한 정보 탐색을 하며 소통을 하고 스트레스 해소를 하는 활동으로 냄새 맡기가 변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그래도 소위 지렁이 댄스라고 땅바닥에 등을 대고 누워 비벼대며 자신의 냄새를 적극적으로 남기는 행동을 하는 걸 보면 야생 본능이 남아있습니다. 그럴 때 투투는 야성의 개입니다.


새로운 곳으로 산책을 하는 날, 평소보다 더 많이 냄새를 맡고 이것저것 바라보고 느끼느라 집에 돌아오면 바로 잠이 듭니다. 물을 찹찹찹 마시고 나니 기분 좋은 피곤함으로 노곤해집니. 

"오늘 산책은 어땠니? 가을이 한창이지요? ^^ "

잠이 오느라 눈꺼풀은 무겁지만 엄마를 향해 공감을 표시합니다. 좋았다는 듯 꼬리를 한 번 흔들더니 툭 떨어뜨립니다. 꼬리도 무척 졸립니다. 산책 후 잠드는 투투의 모습은 집안을 평화로 가득 채웁니다. 투투가 편안해서 가족들도 집안 공기도 편안합니다.


눈이 스르르
엉덩이를 만져도 자는 투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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