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산책을 하고 들어오던 투투는 마당에서 기어 다니던 사슴벌레를 발견했다. 아빠는 사슴이를 데리고 들어와 투투 앞에 놓아주며 사슴이라고 친절하게 설명을 한다. 겁쟁이 투투 뒷걸음질을 친다.꼬리는 이미 다리 사이에 들어가 있다.
'헥헥헥, 누구냐? 넌!'
'엄마, 어떻게 좀 해 주세요. 얘 모예요? 나 쫌 무서워요. 헥헥헥!'
"으르릉~ 왕왕왕!"
냅다 짖기 시작한다. 투투는 작아도 짖는 소리는 대포소리보다 크다. 골이 흔들린다. 집안에서 짖는 거 아니라고 꾸중을 해도 소용없다. 단단히 겁을 먹었다. 사슴이가 움직일 때마다 투투는 더 짖는다.
"왕왕왕"
'어? 뒤돌아가네. 야, 어디 가냐?'
" 왕왕왕"
'내가 무서워할 줄 알고?'
" 왕왕왕 으릉~왕왕"
'너 하나도 안 무서워!헥헥헥 근데 넌 누구냐? 누구냐? 넌.(올드 보이의 최민식 버전으로 읽어주기 바람) 으~~ 무서워!'
"왕왕 으릉 으르릉~"
누구냐, 넌!
왕왕왕
어???
아빠가 껄껄 웃는다. 사슴이의 더듬이를 손가락으로 툭 건드리니 방향을 돌린다. 투투는 또 뒤로 펄쩍 뛰며 물러나는가 싶더니 아빠를 쓱 쳐다 본다.
'엇?? 아빠가 만지네. 그렇다면 나도.... 흠흠흠... 킁킁킁킁~ 살짝 신맛 같은 냄새가 나기도 하는 거 같고....
아이쿠,안 되겠어. 일단 후퇴다. 헥헥헥!무서운 애는 아닌 거 같은데....'
꼬리가 올라갔다
사슴이가 다시 움직인다. 겁쟁이 투투 펄쩍 뛰어 돌아선다. 사슴이와 투투의 만남은 우연이었으나 필연이 되기엔 투투가 너무 겁이 많다.
"어휴, 겁쟁이. 사슴이 무서운 애 아냐. 네 이빨이 더 무섭다, 녀석아~"
자꾸 웃기만 하는 엄마를 투투가 쳐다본다. 두려움이 가셨나? 용기 있게 다가가 냄새를 맡는다.
' 킁킁킁킁 으~~ 떨려. 엄마 이거 모예요?'
"투투야, 그거 사슴벌레잖아. 몇 번 봤잖아. 괜찮아. 무서운 애 아니야. 우리 집 마당에 가끔 놀러 오잖니. 냄새 맡아봐."
언제 나갔는지 아빠는 사슴이 한 마리를 더 데리고 들어왔다. 헐, 한 마리도 무서운데 사슴이가 두 마리나!!!
두 마리의 사슴이를 투투에게 밀어주며 아빠는 흐흐거리며 웃는다. 투투는 잔뜩 쫄았다.
헐, 두 마리야. 침 흘리는 투투
"킁킁킁킁 킁킁킁킁"
킁킁거리는 투투의 몸이 흔들리고 목덜미의 털이 부스스 일어선다. 갑자기 투투가 침을 흘리기 시작했다. 개가 침을 흘리는 이유는 긴장하고 불안할 때나 체온 조절을 위해, 맛있는 것을 보았을 때다. 설마 맛있다고 느끼는 건 아닐테고 녀석 많이 긴장하고 불안한 거다.
"투투야, 사슴이 먹는 거 아냐. 왜 침을 흘리니? ㅋㅋㅋㅋㅋ 사슴이가 무섭구나."
엄마가 투투를 쓰다듬으니 낑낑거리는 소리를 낸다.
활발하게 움직이는 암컷 사슴이는 무서운데 작은 수컷 사슴이는 괜찮은가 보다. 수컷에게 관심을 보이더니 또침을 흘린다. 사슴이는 무서워하면서 지네는 어떻게 잡았을까? 며칠 전 아침에 일어나니 지네 한 마리가 뒤집힌 채 죽어 있었다. 거실로 침투한 지네를 잡은 것이었다. 거미나 지네가 나타나면 서슴지 않고 달려가 발로 누르곤 하는데 사슴이는 왜 무서운 걸까? 마당에 있는 곤충들은 사슴벌레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사마귀, 메뚜기, 여치 등이 있어서 투투는 뛰어다니며 잡기도 하고 쫓아다니기도 한다. 겅중 뛰어 앞발로 메뚜기를 잡고 엉덩이를 들어 올린 채 가만히 있는 투투의 모습은 특히 귀엽다. 잠시 후 메뚜기는 다시 달아나곤 하는데 그러면 또 쫓아간다. 그러는 것이 투투에겐 놀이다. 그런데 사슴이는 무섭다??? 뭐, 그럴 수도 있지.
투투는 결국 테이블 밑으로 들어가 나오지 않는다. 사슴이는 사슴이대로 이리저리 뽈뽈거리며 돌아다닌다. 엄마가 한 소리 한다.
"이그, 겁쟁이. 방구석 여포야. 많이 무서워? ^^"
'엄마, 벌레를 무서워하는 엄마가 절 비웃을 일은 아니죠. 휘유~~'
"엄마도 벌레가 무서워. 특히 다리 많은 애들은 아주 질색이야."
"ㅎㅎㅎ투투가 엄마를 닮았구먼." 아빠가 엄마와 투투를 동시에 놀렸다. 사슴이들을 다시 풀숲으로 보내주고 들어온 아빠. 투투가 샅샅이 냄새를 맡고 아빠의 손까지 확인한다.
"없어요. 사슴이 집에 갔다.^^"
투투는 그제야 다시 안전한 제 세상이 되었다는 표정이다. "휘유~" 한숨을 푹 내쉬곤 피곤한 듯 엎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