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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i Jun 20. 2024

술 말고 안주

투투 이야기


육회, 생선회, 족발 등을 사 가지고 엄마 친구놀러 왔어요. 투투는 음식 냄새에 정신이 나가 체면이고 교육이고 뭐고 다 잊고 방방 뛰며 본능에 충실하기로 합니다. 그래도 흠이 되거나 손가락질을 받지 않아요. 투투는 개니까요.


염치 불구 한 자리 차지하고 앉아 물러서지 않습니다. "어허, 투투 버릇없구나" 하고 나무라지만 못 들은 척합니다. 코는 쉴 새 없이 꼬물거리고 눈은 음식에 꽂혔습니다. 의자에서 내려가라고 등을 떠밀어도 몸에 힘을 똭~ 주고 버티기에 들어갑니다.



"투투도 한 잔 혀."

하며 놀러 온 이모가 맑은 소주가 든 잔을 내미니 코로 한 번 킁킁거리더니 고개를 움찔합니다. 그러곤 족발을 향해 레이저를 쏩니다.

" 돼요. 족발 짜서 안 돼~."

엄마는 야속하게도 투투에게로 향하던 족발 한 점을 가로채고 홀랑 입에 넣어버렸습니다. 야속한 눈으로 엄마를 보던 투투는 한숨을 푹~쉬더니 눈을 흘깁니다.

"투투, 네 이놈. 눈 흘기는 개는 너밖에 없어."



엄마가 원망스럽습니다. 투투야, 불러대도 고개를 옆으로 돌리곤 쳐다보질 않습니다. 삐졌니? 



놀러 온 이모소고기 한 점을 주겠다고 하니 두 귀가 쫑긋 서고 눈이 반짝 빛납니다. 코를 킁킁거리며 모든 인내심을 동원해 먹으라는 소리가 떨어질 때까지 기다립니다. 침착하게 앉아서 기다리는 투투를 이모는 칭찬합니다. 드뎌 소고기 한 점이 입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씹지도 않습니다. 그냥 꿀꺽 삼켜버리곤 또 뚫어지게 고기를 쳐다봅니다. 이모가 "오구, 잘 먹네." 하며 한 점을 주니 날름 받아먹곤 고기가 아닌 이모를 뚫어지게 쳐다보기 시작합니다. 고기가 어디에서 오는지 간파한 것입니다. 조만간 이모 얼굴에 구멍이 뚫릴 것 같습니다.



이모가 자꾸 머리를 쓰다듬거나 눈을 가리며 장난하는 것이 마음에 들진 않지만 소고기를 위해 참습니다. 고기와 수박을 몇 번 더 먹고 어른들의 이야기가 길어지자 그제야 의자에서 내려가 테이블 밑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다시 의자에 올라와 소고기 육회 접시가 비어있는 것을 확인하고 소파로 자리를 옮겨 눕습니다. 나름 만족하는 눈빛입니다.


투투는 이제 손님들이 집에 와도 많이 짖지 않고 반겨줍니다. 투투의 사회성은 간식과 교육에 비례하며 자라고 있습니다. 어느새 테이블 밑으로 와 엄마 발에 턱을 괴고 잡니다. 투투의 체온으로 엄마의 발등이 따뜻합니다. 엄마, 아빠와 손님들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투투가 주는 평화가 집안을 떠돕니다. 투투도 같은 기분을 느끼나 봅니다. 네 다리를 가지런히 포개고 눈을 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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