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xpress 작은 손
남편을 처음 만났을 땐 그는 공부를 끊임없이 하고 있었다. 몇 번 데이트 후에 한국사 시험을 앞두고
있다고 책을 들고 송탄에 부대찌개를 먹으러 간 날이 기억난다
차 안에서 한국사 간이 문제를 내주며 내가 이것저것 퀴즈를 내다가 그냥 문득 정조의 이름이 뭔지 알아?라고 물어봤더니 대답도 못한.. 그
당연히 1차는 낙방할 거라 생각했다.
그래도 금세 심기일전해서 2번째 시험엔 당당히
합격을 했다.
회사에서 한국사를 딴다고 베네핏이 있는 것도
아닌데 왜 따려는 거야?라는 내 물음에
'공인인증 자격증'이 좋다고 답한 걸로 기억이 난다.
그리고 한동안의 휴식도 없이 종자기사자격증,
유기농업기사 자격증을 준비하더니
새벽 내까지 서재에서 쉴 틈 없이 공부를 하더니
또 몇 개의 공인인증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런 그의 마지막 자격증은 부동산공인중개사.
우리 아들 임신했을 때 노후를 대비할 자격증을
따두어야겠다고 생각한 그는 2년 동안 밤낮으로
새벽까지 동영상과 책을 읽고는
우리 아들을 출산한 그해 11월 자격증을 거머쥐었다
한다면 하는 남자.
육아를 하면서는 공부할 시간도, 간간히 취미 삼아 치던 테니스도 할 수 없는 탓에
(솔직히 말하자면 아이가 어릴 때는 취미도 육아요, 특기도 육아여야 한다고 주장한 나 때문이지만)
아이 키우는 데서 재미를 찾고 있었지만
주택으로 이사한 후 그가 더 신나 보이는 건 사실이다
나무를 심고 흙을 고르고 바닥에 현무암을 깔아
돌길을 만든다.
한낮 더위에 그게 뭐가 재밌어?라고 말하면 집 안에 있는 것보다 본인은 이런 게 훨씬 재밌다고
말하는 사람..
그런 남편이 요새는 AliExpress에 꽂혔다.
자꾸 집으로 해외배송 상품이 도착한다
그래서 이게 다 뭐 나고 물으면 700원 밖에 안 해,
이건 1700원이야 라고
용도를 설명하는 게 아니라 가격으로
해명하는 느낌?
물론 사고 나서 집에 유익한 물품도 많았다.
태양광 전지라던지, 대문 와이파이 기계라던지
사람을 부르면 값도 비싸고 시간도 꽤 걸릴 작업을 혼자서 뚝딱뚝딱해내는데
어찌 고맙지 않을 수 있을까? 하지만 그만큼 이상한 물건도 많이 산다.
최근에는 홈파티를 주로 하는데 소금과 후추를 그냥 뿌리는 게 아닌 전동으로 갈아서 나오는 그라인더를 샀다. 이건 1개에 3천 원이야. 엄청 저렴해.. 그렇게 소금용 후추용 그라인더를 2개를 샀는데 알고 보니 그라인더 1개당 aa 건전지가 4개나 들어가는 바람에 얼마 전 사둔 새 건전지를 모두 써버렸다ㅠ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그리고 아이 장난감으로 귀여울 거 같이 샀다는 태양열 메뚜기. 부엉이,...
태양열을 받으면 메뚜기는 펄쩍펄쩍 뛰는데, 우리 집 지천에 깔린 게 살아있는 메뚜기인데
굳이 왜 이런 걸 돈 주고 사는지 싶은 걸 사는 게 우리 남편의 요즘 취미다.
그래도 술이나 담배를 하지 않고 집안 살림을 위해 소소하게 노력을 하고 있으니
치.. 칭찬을 해주어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