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친구 할머니 댁 놀러 가기.
그렇게 우리 6명은 급작스레 1박 2일로 목포에 가기로 했다. 아빠 차를 빌릴 수 없어 6명이 다 같이 KTX를 타고서. 교통비만 30만 원이 넘겠지만 우리에겐 여행의 효율성보다는 그냥 여행의 동기 하나만 있으면 충분하다. 그 핑계로 목포도 가보는 거지 뭐.
사실 나는 목포에 여러 번 와봤다. 목포 취재만 세 번, 신안 섬에 들어가기 위해 목포항을 스쳐간 게 여러 번. 하지만 역시나 친구들과 함께 우르르 간 이번 여행이 가장 좋다. 맛있는 밥집, 멋있는 그 풍경은 혼자 볼 때 보다 ‘와- 맛있다. 와 멋있다-‘하는 이야기를 건넬 수 있는 동행이 곁에 있을 때 가장 즐거우니까.
그렇게 시끌벅적 친구들과 함께 한 목포여행 이야기.
목포에 오면 꼭, 목포를 잠깐만 스치고 지나쳐야 할 때, 너무 이른 아침 도착했는데 출출할 때, 혼자일 때. 그러니까 내가 목포에 올 때마다 꼭 들르는 곳 유달 콩물. 아침 7시에 열어서 목포역에 내려 목포항으로 배를 타러 갈 때 시간이 30분쯤 남았을 때도, 어중간하게 목포역에 아침 일찍 도착했을 때 가기 좋다.
게다가, 푹 고은 사골국물처럼 진한 콩물이 차가운 것, 따뜻한 것 두 가지가 있다! 친구들은 냉/온으로 나뉜 콩국수에 경악했지만, 아니 뜨끈하고 묵직한 콩국물이 얼마나 맛있는데 친구들! 그리고 극명하게 나뉜,
콩국수에 소금 Vs 설탕!!! 이것은 정말 취향 차이. 부모님이 두 분 모두 전라도인 친구는 소금, 광주에서 자란 친구는 설탕, (근데 그 어머니는 소금이시라고… 응?) 나는 차가운 건 소금! 따뜻한 건 설탕이 좋더라!
그리고 이 집은 지글지글 돌솥에 나오는 돌솥밥도 최고, 비빔밥도 주문하면 바로 돌솥에 지은 밥으로 내어준다. 진하고 달달한 단호박 식혜도 필수. 아… 겨울이니까 콩물이랑 단호박 식혜 주문해야겠다. 콩물이랑 단호박 식혜 택배 주문은 상하기 쉬운 여름보단, 지금이 제격이다!
정은이가 찾아낸 이번 여행의 절정. 외관은 마치…눅진 뻥튀기에 김 빠진 맥주를 파는 오래된 호프 같이 생겼는데, 사실 내공이 어마어마한 민어 횟집이다. 미리 예약해놓고 방문했더니 엄청난 상차림이 우릴 반겼다. 가게에 들어서면서부터 대박, 정은이 궁둥이 팡팡, 쓰담쓰담, 잘했어 이런 곳을 찾아내다니를 연발하며 기도하는 마음으로 사진과 영상을 잔뜩 찍고 먹기 시작했다.
놀라운 건 이게 기본 스끼다시다. 메인 회가 아니라는 말씀. 무려! 방어, 병어, 민어 껍질, 홍어, 소라 등등등 서울촌것들이 이름도 모르는 물고기들이 가득한 이 상이 기본 상차림. 메인 민어회는, 식탁에 놓을 자리도 없어 먹는 속도에 맞춰 내주셨다. 매운탕은 우리가 알던 뼈랑 생선 찌끄러기만 넣고 끓인 그것이 아니었다. 걸쭉하고 얼큰하고 생선살도 통통해! 김도 맛있고, 배추김치도 맛있고, 총각김치도 맛있고, 심지어… 감자 샐러드도 맛있었다. 그래서, 여기가 어딘지는 비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은이 궁디팡팡, 쓰담쓰담, 잘했어!!! 역시 전라도야! 음식은 전라도지! 하지만 음식 하는 사장님은 서울댁이시라는 반전, 콩국수에도 소금 넣어 드신다고….
여긴, 목포에 와서 딱 한 끼만, 든든하게 전라도다운 밥 한 끼 먹고 싶다면 추천하는 백반집. 고작 1만 원짜리 백반 상차림이 이렇게 훌륭하다. 밥 두 공기 필수. 생선구이 맛있는 건 물론이고, 살아 움직여서 먹기 너무 미안한… 게장과 방어와 갓김치가 기본찬이며, 전라도답게, 모든 반찬이 맛있다. 거기에 적당한 업텐션의 사장님 입담까지 ㅎㅎㅎ 목포 와서 내 얼굴 보고, 유달산 봤으면 다 본 것이니 이제 집에 가라고 말씀하시는 호쾌한 사장님.
민어회집에서 나와 딱 맥주 한잔이 더 필요해 불 켜져 있는 술집을 찾아들어간 곳. 간판이 소주잔! 힙하군. 그렇게 호화로운 민어회를 잔뜩 먹고 와서는 라면 두 개에 제육볶음에 공깃밥 하나 뚝딱하고 정말 맥주 한잔씩 하고 나옴. 동네 젊은이들이 가득 있었다. 분위기, 맛, 가격 모두 적당. 그러니까 정말 적당!
7080년대생이 아니라 7080대가 갈 것만 같은 7080 라이브. 간판만 보고 올라가 문을 빼꼼 열고, 여기… 는… 술을 어떻게 마실 수 있는 곳이에요….? 물어보고ㅋㅋㅋ 여기도 그냥 기본 안주 주문하고 술 주문하면 되는 곳이라고, 게다가 손님은 우리뿐! 그렇다면 콜! 노래는 한 곡에 2천 원, 한치 1만2천원, 카프리 한병 7천 원씩을 주문하고 오늘 생일인 친구의 생일 축하 노래 한곡씩 ㅎㅎㅎ드럼, 키보드 다 있지만, 반주는 기계, 베이스는 사장님! 하지만 이 화려한 무대가 백그라운드라는 거 ㅎㅎㅎ
사실 다른 곳을 찾아 그 높은 언덕을 올라올라 갔지만, 문을 닫은 바람에 바로 아래, 눈에 띈 가게에서 모둠전에 막걸리나 한잔씩 먹고 집에 가자! 였는데 웬걸. 정말 전라도는 모든 곳이 맛집인가. 작은 가게, 딱 두 테이블, 창밖에는 뭐 시가 절로 읊어지는 풍경. 크으-
모둠전 두 번, 라면 하나, 막걸리 여러 병을 비우고서야 기차 시간이 다 되어 간신히 일어났다. 작은 가게 벽 곳곳엔 크으- 이게 인생이지! 싶은 시구들이 그득하고, 심지어 화장실에도 이런 명언이!
길은 잃어도 사람은 잃지 마라
무려 택시까지 타고, 예쁜 카페를 찾아갔다. 예쁘다! 분위기도 좋고, 음료도 맛있고 사진 찍을 포인트 한가득이고 다만, 손님은 많고 일하는 분은 혼자고, 그는 힘이 들고, 정신이 없고. 음료값에 일하는 사람의 친절은 굳이 포함되어있지 않아도 되지만, 퉁명스러울 필요는 없잖아? 뭐… 그러했다.
예쁜 사진 많이 찍고, 맛있는 음료 잘 먹고 잘 쉬었다. 그걸로 되었다.
사실, 전국 5대 빵집에 속한다는 곳 치고는,,, 빵이 맛있지는 않다. 그냥, 목포 왔으니까, 유명하다니까 한번 먹어볼 정도. 오히려 옛날 느낌 옛날 맛이 폴폴 나는 밀크셰이크가 더 맛있다. 새우 바게트는 우리가 아는 그 새우가 아니며 조금 짜고, 크림 바게트는 좀 느끼하다. 음… 두 개를 사서 겹쳐서 먹으면 단짠단짠,,,? 그렇게라도 먹어서 빵값이 아깝다는 생각이 안 들게 해야 한다. 정도.
빵, 떡, 단 걸 사랑하는 내가 좋아하는 맛. 쑥 넣고 반죽한 찹쌀떡에 하얀 고물을 조물조물 묻히고 조청을 듬뿍 뿌려 떠먹는 간식이다. 많이 달고, 부드럽고, 난 맛있다. 그러나 너무 달아서 두세 개가 딱 적당.
ㅇㅇ사진관 같은 곳에서 디지털로 찍는 흑백 사진이 유행할 때, 왠지 돈도 아깝고 가짜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사진가인데... 깨끗한 벽에서 조 명 치고 찍어서 흑백 전환하고 뽑으면 그만인데, 돈 주고 찍다니... 흑백 필름도 아닌데... 하는 생각이었는데, 처음으로 친구들과 목포 작은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었다.
다른 이의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은 꽤나 즐거운 일이다. 커다란 거울 앞에서 각자 단장을 하고 의자에 나란히 앉아 우리가 제일 잘하는 해맑게 웃기. 한바탕 웃고 행복해한 시간을 담아낸 사진. 자꾸 다시 보고 다시 웃게 되는 시간. 그리고 이런 추억과 사진을 남기는 것치고 저렴하다!
“ㅇㅇ 벽화마을”은 싫어! 를 외친 친구가 있어 굳이 이 골목을 구경하려고 한건 아니지만, 맛집을 찾아가며 자연스럽게 지났다. 마을을 구경하면서 오고 싶다면, 영화 1987 촬영지인 연희네 슈퍼에서 출발해 골목길을 따라 쭉 올라가면 된다. 사실 나도 전국 어디에나 있는 “ㅇㅇ 벽화마을” 은 싫어하는 편이지만, 강원도 묵호의 골목길과 이곳 목포의 시화마을은 좋아한다. 골목 벽마다 쓰여있는 마을 주민들의 그 투박한 시가 쉬이 발걸음을 옮길 수 없게 하고, 그 시를 읽다 보면 목포가 달리 보인다. 그리고 그 골목 끝에 올라 내려다 보이는 바다와 마을이 얼마나 멋진지. 맑은 낮에도, 밤에도 멋지다.
이건 우리만 할 수 있는 즐거운 일, 목포여행의 이유. 목포 옆 일로읍에 친구 할머니 댁 놀러 가기. 박나래 할머니 할아버지 댁과 같은 마을 ㅎㅎㅎ MBC 연예대상!!! 자랑스럽다!!! ㅎㅎㅎ 우리 중에 누가 상 받은 줄ㅋㅋㅋ
할머니 간식 카스타드, 두유, 고구마를 나눠먹고, 웃고 웃고 웃고 귀여우신 할머니랑 사진도 찍고. 할머니 말씀 잘 새겨듣고, 우리가 목포 여행을 할 수 있게 해 준 할머니께 감사를.
살아있는 동안 자주 만나고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