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알처럼 투명한
속초로 가던 길이었다. 46번 국도를 달리다가 이정표를 보고 방향을 틀었다. 좁은 산길을 걷다가 개울로 내려간다. 언 손에 입김을 불어가며 덮인 눈을 걷어내니, 종잇장 같은 얼음 아래 물이 흐른다. 바위틈을 오가는 송사리 등이 은하수처럼 빛나고, 단색의 하늘, 빛과 바람이 물속에 잠겨있다.
얼음 막처럼 투명한 마음을 가지고 싶다.
유리알 같은 조형물을 만들기 위해서 거친 사포에서 고운 사포까지 수천 번을 문질러야 한다. 마음이 투명해지는 과정도 다르지 않다.
고립감과 두려움, 외로운 감정들을 떨쳐가며, 불투명한 마음의 표피를 벗겨내면서 아무에게도 물을 수 없는 내 마음을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