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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l Mar 29. 2020

모두 멈춰버린 우무간다Umuganda

이렇게 다 멈춰버리면 비행기는 어떻게 타나

12월 중순이 넘어가자 내가 사는 진자Jinja는 휴가를 보내러 온 무중구Muzungu들이 길거리에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다. 회사마다, 기관마다 다르지만 대부분 12월 중순부터 새해 첫 주까지 2~3주 간 크리스마스 휴가를 가진다. 2019년 기준으로, 12월 23일(월)부터 1월 3일(금) 까지는 거의 나라 전체가 멈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그에 맞춰 나도 휴가 대열에 합류했다. 번잡한 우간다를 벗어나 전부터 (여러모로) 관심이 많았던 르완다에 가보기로 했다.


나도 떠난다, 휴가. 우간다는 잠시만 안녕!


'천 개의 언덕, 만 개의 미소'의 나라.
현지 직원들과 말할 때면 'Well-organized'라는 표현이 빠지지 않았던 나라.


도로도 한적하고 사람도 별로 없다. 캄팔라Kampala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르완다의 역사나 정치구조 등에 대한 설명은 차치하고 내게 르완다, 키갈리Kigali는 사람이 주는 다정함과 음식이 주는 풍요로움을 만끽할 수 있었던 곳이다. 그렇게 별 탈 없이 평화롭게 잘 쉬다가 집에 돌아가나 싶었는데 복병은 마지막 날에 있었다.


토요일 오전 비행기를 예약한 나는, 공항이 시내와 매우 근접하다는 사실을 알고 여유를 부리며 숙소를 나섰다. (우버와 비슷한 어플인) 무브Move를 잡아서 이동해야지!라는 희망찬 계획으로 나섰으나 왜 택시가 한대도 잡히지 않는 것인가. 시간이 촉박해지자 오토바이 이동수단인 모토Moto로 움직일 생각도 했다. 근데 그 많던 모토Moto는 다 어디로 증발했나. 심지어 움직이는 몇몇 오토바이들도 승객을 받지 않는다고 했다.


알고 보니 12월 마지막 주 토요일, 우무간다Umuganda 였다. 다들 공동 작업을 하러 가기 위해 바삐 움직이는 거였다.


환경 정화에 열심히 던 사람들. 물론 경찰이 감시하고 있었다.
우무간다(Umuganda)는 키냐르완다어로 '함께 돕는다'는 의미로,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 오전이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바삐 움직인다. 르완다식 지역개발 운동이자 지역 주민들의 사회적 공동체 활동인 우무간다(Umuganda)는 마을 사람들이 한데 모여 밭을 매거나 길거리를 청소하는 등의 공동작업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한 토론도 활발히 이어나간다. (출처-KOICA 르완다 사무소)


길에서 볼 수 있는 움직임은 청소하는 사람들, 본인의 작업 장소에 늦은 듯 부리나케 이동하는 사람들, 그리고 감시하느라 이리저리 움직이는 경찰들 정도였다. 정확한 시작 시간은 알 수 없으나 11시 반까지는 모두 정해진 일에 매진하는 듯했다. (경찰들이 11시가 넘어야 택시나 모토Moto가 다닐 거라고 했으니 말이다.)


움직이는 차량은 거의 볼 수 없었다. 뒤늦게 공항에 가던 내 택시를 경찰들이 잡아 세웠다가 뒤에 무중구Muzungu 두 명이 타 있는 걸 보고 별 말없이 통과시켜주었다. 아마 우무간다를 하지 않고 이동하는 사람이었다면 뭔가 처벌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 찾아봤더니 불참 시 벌금을 부과한다고 한다. 특별한 협동 문화 같기도, 우리나라의 새마을운동을 떠올리게 하기도 했다.


나는 보기 좋게 전광판에 'Departed'라고 뜬 후 도착했다.


키갈리 시내 어디서든 20-30분이면 공항에 넉넉히 도착하는 것 같다.

택시를 타기까지, 르완다 경찰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영업을 하는 택시가 없다 보니 멀리 떨어진 곳까지 가서 직접 택시를 찾아야 했다. 동행의 말로는 외국인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이려고 국가/정부차원에서 엄청 신경을 많이 쓴다고 하는데 진짜긴 한가보다- 실감될 정도로 열심히 도와주는 모습을 보았다.


이러한 우여곡절을 겪으며 돌아오는 비행 편을 저녁 시간대로 변경했다. 혼자였다면 우무간다인지도 모르고 시위 때문에 이렇게 텅 비었나? 엉뚱한 추측을 남발했을 텐데 다행히 좋은 동행이 있었다. 고생해가며 큰 도움을 주어서 덕분에 난 잘 쉬다가 안전히 돌아왔다. 개인적인 감상과 소회는 마음속에 묻더라도, 르완다의 독특한 행정체제?를 엿볼 수 있는 좋은 경험을 한 것 같아 재밌다. 우무간다 때문에 비행기 놓친 사람은 아마 나뿐 일 듯 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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