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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현장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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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l Nov 07. 2019

현장으로 나가는 길

처음인 게 너무나도 많다.

사무실 밖을 나간다는 생각에 괜스레 들떴다. 그동안 필르밍 된 많은 자료들을 통해 '현장 방문'하면 전형적으로 떠올리는 모습이 있지 않나. 사파리 모자에 기관 로고가 적힌, 주머니 많은 조끼를 입고 있고 아이들에게 웃으면서 인사해줘야 할 것 같고 그런 거 말이다.


결론적으로 얘기하자면 저런 모습들은 모두 '졸지에' 이뤄지긴 했다. 차에 내리자마자 아이들이 '무중구!'를 외치며 몰려왔고, 인상 쓸 수 없으니/순수한 귀여움에 웃게 되었다. 햇빛이 너무 강해서 사파리 모자는 물아일체를 이뤘고, 가방을 바리바리 싸들고 다닐 수 없어서 조끼 속 주머니에 온갖 물품을 다 챙겨 넣었다. 물론 필르밍 온 셀러브리티처럼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눈물짓는 일은 없었다. 나는 지극히 내가 속한 사업의 요소들이 잘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하러 갔기 때문이다.


같이 다닌 보건부 공무원, Sub-county supervisor.


3일 내리 노트북 대신 모자와 핸드폰, 메모지 하나 들고 따라다녔다. 첫날은 지급한 약품과 물품이 잘 도착했는지, ToT를 받은 교사들이 실시할 활동Activity의 순서와 주의점을 잘 숙지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작업이었다. 그리고 둘째 날 셋째 날은 활동 점검 및 반납할 약품/Data sheet를 확인했다.


현지 직원이 출발 전에 준 찐 계란. 이거 없었으면 큰일 났을 거다.

정말 뉴비로서 첫 방문에 놓친 점. 바로 점심시간 확보에 실패했다. 내가 짠 일정이 아니어서 나도 큰 소리를 칠 수 있었지만! 너무 빡빡한 학교 방문 일정에 도무지 스낵이라도 사 먹을 시간이 없었고, 그렇다고 사전에 함께 다닐 이들에게 각자 먹을 것을 준비해오라고 하는 것도 몰랐다. (이후 Donor 기관에서 모니터링 차 방문했는데, 그 일정표에도 점심시간이 없어서 강하게 항의했다! 밥시간을 넣어줘!)


결국 첫날 17개 학교를 돌아다니며 하루 종일 쫄쫄 굶었고, 저녁에 허겁지겁 짜파게티에 볶음밥까지 혼자 다 먹었다. 이후 방문에는 견과류 같은 주전부리라도 챙겨 다니는데 또 막상 이동 중에 먹으려니 쉽지 않다. 그래서 내게 현장방문은 곧 배고픔이 되어버렸다. 하하.

중간중간 아름다운 자연은 덤.

팔이 까매질수록 배우는 점들은 많다. 그걸 잊지 않고 기록하기 위해 브런치를 시작한 이유도 있는데, 이 인터넷 상황과 나의 게으름이 따라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중간중간 사진이라도 업로드해서 기록을 놓치진 말아야지.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다. 지금의 기록들을 보며 나중에 (지금보다 티끌만큼이라도 똑똑해진 내가) 이땐 정말 하나도 몰랐었다며 웃을 수 있길 바란다. 호호.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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