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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 민 Jul 11. 2020

글쓰기가 무서운 요즘,

에세이#5

 예전에는 가장 즐거운 일이 무엇인지 하나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 ‘글쓰기’라고 말했었다. 하지만 요즘엔 그 말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 내가 문장 첫마디에 ‘예전’이라는 명사를 적으며 글을 쓴 이유다.


 나태해진 요즘 짧은 시간이라도 매일 글을 쓰려고 노력은 하지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부족한 실력인 만큼 채우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지만, 몸이 잘 따라주지 않는다. 최근 들어 목 디스크 때문인지 두통과 어지러움이 심해지고 기억력이 감퇴 돼, 쉬운 단어조차도 머릿속에서 끌어내지 못하는 일이 많아졌다. 책을 읽어도 앞부분에서 읽었던 내용을 잊어먹기도 하고 주인공 이름들이 기억나지 않으며 문장을 해석하기 어려워지기도 했다. 지금도 머리가 지끈거리고 어떤 식으로 어떻게 써야 할지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이럴 때일수록 더 쓰고 읽어야지 하지만, 나는 항상 제자리걸음이다.

 속상할 때도 많았다. 누군가 단어나 문장 하나를 던져주면 거기에 맞춰 짧은 소설을 쉽게 적었던 때와 다르게 요즘엔 소설의 내용을 구상하여 던져줘도 쉽게 문장을 완성하지 못한다. 가장 자신 있었고 즐거웠던 일이 이제는 버거워졌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한동안 글쓰기를 놓고 지냈다. 누군가의 글을 읽는 것조차 마음을 죄어와 책을 펼쳐 보지 않은 날도 나날이 늘어갔다.




 나는 아직도 글쓰기가 두렵다. 누군가 내가 쓴 글을 읽고 ‘좋다, 별로다, 괜찮네, 더 써줬으면 좋겠어, 다른 일을 해보는 게 어떨까?’라는 말을 하는 것도 듣기 무섭다. 하지만 그럼 어쩌나. 나는 글 쓰는 것을 좋아하는데. 두렵고 무섭지만, 글 쓰는 일을 포기하지 못하고, 창작에 대한 마음이 떠나지 못하여 머무는 이유는 내가 여전히 문장을 지어내는 일을 좋아하기 때문인 것을 허공을 떠도는 단어들을 모두 모아 하나로 조합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인 것을.


 과도한 공포는 사람을 두렵게 만들지만, 적당히 다가오는 불안은 내 성장의 발판이 아닌가. 아직은 쉽게 나오지 않는 ‘글쓰기가 좋아.’라는 말이 다시 내 입 밖으로 나올 때까지 난 글을 쓸 것이다. 나를 죄어온다고 생각하는 창작의 두려움을 이겨내며.

무지개를 보며, 오늘 하루도 힘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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