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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 민 Jul 27. 2020

대만, 그 첫 만남

나의 대만 이야기Ⅰ

 몽골에서 한국으로 돌아온 지 보름가량이 지났고 나는 곧바로 대만으로 향했다. 몇 달 전부터 계획했던 여행이었고 몇 년 만에 가족이 다 함께 떠난 여행이었다. 오전 10시 비행기를 예매했기 때문에 아침 일찍부터 우리는 분주했고, 그 분주함으로 들뜬 마음은 비행기를 타러 가는 공항리무진에서부터 나와 함께 했다. 챙겨야 할 물건들을─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한 우산과 우비도 함께─ 챙기고, 옷가지를 챙긴 후 집 밖을 나섰을 땐 여름의 뜨거운 햇빛이 우리를 강타했다.

 공항에 도착하고 출국 심사를 한 후, 공항 내에 있는 식당에서 대충 아침을 때웠다. 멀미는 하지 않지만,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많지 않은, 적당한 양을 차려 먹었고 남는 시간은 공항을 둘러보거나 면세점 구경을 했다.


 비행기는 우리를 태우고 하늘로 날아올라,
한국을 벗어난 후 대만에 도착했다.


 대만의 냄새는 한국과 별반 다른 것이 없었다. 굳이 다른 것을 찾자면, 한국보다 더 후텁지근하고 습한 냄새가 났다는 것(실제로 그런 냄새가 있는지는 모른다). 어느새 몸에는 땀줄기가 흐르고 티셔츠는 기분 나쁘게 몸에 엉겨 붙어 있었다.

 타오위안 국제공항에 도착하고 나서 지하철과 버스를 번갈아 타며 타이베이역 근처에 있는 작은 호텔로 발을 옮겼다. 말이 호텔이지, 모텔과 다를 바 없는 숙소였다. 우리는 201호 방을 배정받았으며, 방 안에 들어갔을 때는 벌레 향냄새인지 약간은 시큼한 냄새가 났다. 너무 많이 맡으니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우리는 간단히 짐 정리를 한 후 서둘러 밖으로 나왔다. 한국에서부터 계획한 ‘딘타이펑’의 <샤오룽바오>를 먹기 위해.


 여행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는, 그 나라의 문화뿐만이 아닌 생활도 함께 누려보자는 것. 나는 그걸 실천 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행동이 ‘그 나라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습하고 더워, 꿉꿉한 날씨를 견뎌내며 ‘딘타이펑’이 위치한 곳까지 가는 버스를 기다렸다. 버스는 금방 우리 앞에 도착했고 어렵지 않게 탈 수 있었다. 한국과 비슷한 구조─타고 내릴 때 교통카드와 비슷한 것을 찍는 것─였기 때문에.


 딘타이펑의 내부는 대만의 날씨와 비교될 정도로 시원했고 등을 에워싸던 땀은 몇 분도 채 지나지 않아 건조하게 말라 갔다. 우리는 직원이 가져온 시원한 얼음물을 한껏 들이키고 메뉴판을 훑기 시작했다.

 우리가 딘타이펑에 들어와 놀랐던 것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몇몇 직원들이 한국어에 능통했기 때문이었다. 아마 한국인 관광객이 많아지고 딘타이펑을 방문하는 사람이 늘었기 때문이지 않았을까 싶었다. 한국에서 미리 블로그를 보며 메뉴판을 익혀갔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일단은 한국에서부터 생각해갔던 메뉴들을 주문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샤오룽바오가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냈다. 테이블 위에는 먹는 방법이 상세히 적혀 있기도 했고, 직원이 우리 앞에서 시범을 보였기 때문에 우왕좌왕하며 먹을 일은 없었다. 샤오룽바오를 한입 깨물어 먹자 안에는 육즙으로 가득한 물이 흘러나왔고 만두와는 다른 그 맛에 깊이 심취하게 되었다. 샤오룽바오의 맛에 빠진 채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을 때, 연이어 우육면이나 볶음밥 등이 나왔고 우리는 10분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그것들을 해치웠다. 더워서 입맛이 없으리라 생각했지만, 막상 먹을 것을 입에 가져다 대니 마법을 부린 듯 허겁지겁 넣게 되었다. 하지만 나온 음식을 다 먹어 갈 때 즈음에 하나의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스콜이 쏟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가 하나 간과한 게 있다면, 그건 대만의 날씨였다. 숙소에서 나올 때만 해도 비가 올 낌새는 보이지 않았다. 아직 이른 오후였기 때문에 이 상태로라면 종일 비가 내리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을 지었고, 한국에서부터 챙겨왔던 우산은 모두 숙소에 두고 나왔었다. 생각해보니, 딘타이펑까지 오는 길에 손에 우산을 들고 있지 않은 대만 사람들은 없었다.

 우리는 다 먹어 치워 그릇밖에 남지 않은 테이블을 앞에 두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비는 하늘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멈출 기미 없이 쏟아졌고 우리는 우산이 없어, 비를 쫄딱 맞아야 하는 상태였다.


 그것이 나와 대만의 첫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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