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쁨과 쉼의 중심점
시간이 흐를수록
연차가 쌓일수록
분명히 나아지는 부분이 있지만,
바쁘다. 그저 바쁘다.
시간의 질적인 효용성이 지극히 저하된다.
회사 일도
개인의 삶도.
피곤하다는 구실로 나태함이 만연하다.
작년부터 이어진 핫이슈 중 하나는
ChatGPT
더 나아가서 HBM
정신이 없다.
정신 차리고 해야 그나마 다행이다.
오늘까지 3주째,
고군분투하면서
다행히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었다.
언제나 그렇듯
혼자서 가능한 일은 없다.
함께 다 같이 만들어 가야 한다.
연휴의 시작 전,
한주를 마무리하며,
고생한 동료들과 술 한잔 기울이며 이야기를 나눈다.
최근에 이사를 갔다.
서울에서 송도로.
최대한 배수의 진을 치고
가지 않기 위해 발버둥 쳤지만,
결국 어쩔 수 없이
‘자본주의 세상‘은
언제나 그렇듯 냉정하다.
그래도 다행이다.
비록 회사는 멀어지긴 했지만,
원래 서울 집보다
주변 환경이나 인프라가 낫다. 특히 우리 가족을 위해.
젊음의 열기와 새로운 변화를 관찰하는 것
마당에 한켠에 심어놓은 모종들과 나무가 따스한 봄날을 맞이해 하루가 다르게 성장 중이다.
물론 장단은 존재한다.
새로움이 중요하다.
나 자신이 나태하지 않기 위해.
도태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움을 갈구한다.
갈증은 결코 해갈되지 않는다.
인도 배낭여행에서 마냥 배고팠듯이.
그래도 인도 여행의 마지막,
마날리의 여유와 날씨 그 느낌은 결코 잊을 수 없다. 특히 하와이안 피자 맛은.
간절해야 한다. 턱밑까지 칼이 들어와도
나 자신이 온전히 느껴야 한다.
그 누구도 아닌.
그래야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나만의 스토리를 펼쳐낼 수 있다.
믿는다.
나 자신을 믿고 나를 둘러쌓은 우리 가족, 친구들, 사람들을 믿는다.
어렸을 때는 치기 어린 욕심만으로 어떤 것이든, 감당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생각만큼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다만 다른 한 가지는
‘쉼’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어제나 오늘이나 내일이나.
우리에게 주어진 24시간은 동일하지만
그 시간을 채우는 것은 오롯이
나 자신에게 달려있다.
지난주
미루고 미뤄놓은 영화 한 편을 봤다
‘버닝’
인상적인 장면은 여럿 있지만 나에게 있어 핵심은 둘셋 정도다.
#1.
해미를 찾기 위해
종수가 노력했고
해미가 일했던 곳에서 마주한 선배, 언니와의 대화.
분홍색 시계.
수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그들의 재회를 기념하는 것인가. 시간은 흐르지만 그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채워져 있는. 복선인가.
#2.
갑작스럽게
종수가 아버지집에 머무는 동안
해미와 벤의 방문.
벤의 취미생활은 비닐하우스 태우기.
두 달에 한번 정도.
때가 머지않았었다.
그리고 해미의 춤사위.
아프리카의 여운인가. 그레이트 헝거가 되기 위한, 그녀도 본인 인생에서 주인공이고 싶은 발버둥일까 아님 그저 대마에 취한 것일까.
#3
버닝 메인 포스터를 보면,
해미만 뒷모습이 비친다.
벤과 종수는 정면은 아니지만 사선으로 얼굴이 보인다.
무슨 의미일까
곰곰이 생각하고 또 생각하지만 어렵다.
소설을 쓰기 위한 종수의 모략인지
실제인지 허상인지.
되려 그렇기에 생각이 든다.
결론을 정하기 보다
그저 열린 결말이 좋다.
내가 원하는 대로 생각할 수 있기에.
예전에 답 없이 밤새 이야기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저 바랄 것 없이
순수했던 그 시절.
보고 싶은 그 순간과 사람들.
그리고 오늘.
무심코 찾아본
갑자기 궁금한 군대 선임의 근황을 보았다.
작년 말
세상을 떠났다.
이제야 따스한 봄이 왔는데.
수년 전 우연히 종로에서 마주한 그날이 생각난다.
언젠가 볼 줄 알았는데.
참으로 반가웠는데.
술 한잔 주고받은 것이 결국 마지막이었다.
공허함과 아쉬움을 뒤로한다.
HBM에서 중요한 것 여러 가지 있지만, 그중 핵심은 TSV를 통한 Die 간 정확한 연결, 그리고 수많은 정보를 빠르게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발열을 디바이스 영향없이 제거해야 한다.
나의 인생 또한 다양한 스토리로 뒤얽혀있고
정신없이 바쁘지만,
그 시간 속에서도 제대로 된 쉼, 휴식이 필요하다.
버닝으로 불타 없어지지 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