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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보 Apr 15. 2024

HBM을 통한 요즘의 일상

바쁨과 쉼의 중심점


시간이 흐를수록

연차가 쌓일수록

분명히 나아지는 부분이 있지만,

바쁘다. 그저 바쁘다.

시간의 질적인 효용성이 지극히 저하된다.


회사 일도

개인의 삶도.


피곤하다는 구실로 나태함이 만연하다.




작년부터 이어진 핫이슈 중 하나는

ChatGPT

더 나아가서 HBM

정신이 없다.

정신 차리고 해야 그나마 다행이다.


오늘까지 3주째,

고군분투하면서

다행히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었다.


언제나 그렇듯

혼자서 가능한 일은 없다.

함께 다 같이 만들어 가야 한다.


연휴의 시작 전,

한주를 마무리하며,


고생한 동료들과 술 한잔 기울이며 이야기를 나눈다.




최근에 이사를 갔다.


서울에서 송도로.


최대한 배수의 진을 치고

가지 않기 위해 발버둥 쳤지만,


결국 어쩔 수 없이

‘자본주의 세상‘은

언제나 그렇듯 냉정하다.


그래도 다행이다.


비록 회사는 멀어지긴 했지만,


원래 서울 집보다

주변 환경이나 인프라가 낫다. 특히 우리 가족을 위해.


젊음의 열기와 새로운 변화를 관찰하는 것


마당에 한켠에 심어놓은 모종들과 나무가 따스한 봄날을 맞이해 하루가 다르게 성장 중이다.


물론 장단은 존재한다.



새로움이 중요하다.


나 자신이 나태하지 않기 위해.

도태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움을 갈구한다.

갈증은 결코 해갈되지 않는다.


인도 배낭여행에서 마냥 배고팠듯이.


그래도 인도 여행의 마지막,

마날리의 여유와 날씨 그 느낌은 결코 잊을 수 없다. 특히 하와이안 피자 맛은.


간절해야 한다. 턱밑까지 칼이 들어와도

나 자신이 온전히 느껴야 한다.

그 누구도 아닌.


그래야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나만의 스토리를 펼쳐낼 수 있다.


믿는다.


나 자신을 믿고 나를 둘러쌓은 우리 가족, 친구들, 사람들을 믿는다.


어렸을 때는 치기 어린 욕심만으로 어떤 것이든, 감당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생각만큼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다만 다른 한 가지는

‘쉼’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어제나 오늘이나 내일이나.


우리에게 주어진 24시간은 동일하지만

그 시간을 채우는 것은 오롯이

나 자신에게 달려있다.




지난주

미루고 미뤄놓은 영화 한 편을 봤다


‘버닝’


인상적인 장면은 여럿 있지만 나에게 있어 핵심은 둘셋 정도다.


#1.

해미를 찾기 위해

종수가 노력했고


해미가 일했던 곳에서 마주한 선배, 언니와의 대화.

분홍색 시계.


수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그들의 재회를 기념하는 것인가. 시간은 흐르지만 그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채워져 있는. 복선인가.


#2.

갑작스럽게

종수가 아버지집에 머무는 동안

해미와 벤의 방문.


벤의 취미생활은 비닐하우스 태우기.

두 달에 한번 정도.


때가 머지않았었다.


그리고 해미의 춤사위.


아프리카의 여운인가. 그레이트 헝거가 되기 위한, 그녀도 본인 인생에서 주인공이고 싶은 발버둥일까 아님 그저 대마에 취한 것일까.


#3

버닝 메인 포스터를 보면,

해미만 뒷모습이 비친다.

벤과 종수는 정면은 아니지만 사선으로 얼굴이 보인다.


무슨 의미일까

곰곰이 생각하고 또 생각하지만 어렵다.


소설을 쓰기 위한 종수의 모략인지

실제인지 허상인지.


되려 그렇기에 생각이 든다.

결론을 정하기 보다

그저 열린 결말이 좋다.


내가 원하는 대로 생각할 수 있기에.


예전에 답 없이 밤새 이야기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저 바랄 것 없이

순수했던 그 시절.


보고 싶은 그 순간과 사람들.




그리고 오늘.


무심코 찾아본

갑자기 궁금한 군대 선임의 근황을 보았다.


작년 말

세상을 떠났다.


이제야 따스한 봄이 왔는데.

수년 전 우연히 종로에서 마주한 그날이 생각난다.

언젠가 볼 줄 알았는데.


참으로 반가웠는데.

술 한잔 주고받은 것이 결국 마지막이었다.


공허함과 아쉬움을 뒤로한다.



HBM에서 중요한 것 여러 가지 있지만, 그중 핵심은 TSV를 통한 Die 간 정확한 연결, 그리고 수많은 정보를 빠르게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발열을 디바이스 영향없이 제거해야 한다.


나의 인생 또한 다양한 스토리로 뒤얽혀있고

정신없이 바쁘지만,


그 시간 속에서도 제대로 된 쉼, 휴식이 필요하다.

버닝으로 불타 없어지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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