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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보리 Feb 14. 2024

처음으로 아이를 가지고 싶다는 용기가 생겼다

나는 지나가는 고양이는 예뻐해도, 지나가는 아기를 보고 예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 사람이었다. 그만큼 아기에게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결혼을 하고 나서도 그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삶에는 고통과 단점만이 가득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밥도 제대로 못 먹고, 못 자고, 집 안에 하루종일 아이와 단 둘이 갇혀있는 삶은 생각만 해도 우울했다.


그러던 중 작년에 '하하버스'에 나왔던 막내 송이를 보고 잠깐 마음이 생겼었다. 송이가 너무 예쁘고 귀여워서 송이 같은 아이를 갖고 싶었다. 그러나 귀여운 아이를 보고 나도 귀여운 아이를 갖고 싶다는 그 단순한 마음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리고 올 해가 조금 지난 시점에서 또다시 아이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정확히 어떤 계기로 다시 관심이 생겼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작년의 마음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단순히 아이가 예뻐서 갖고 싶다는 감정적인 느낌이 아니라, 아이를 키우며 함께 성장하고 싶다는 진지한 마음이 생겼다. 얼마나 예쁠지 그 아이를 상상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낳고 키우는 우리의 삶과 모습을 자꾸 그려보게 되고, 아이를 낳음으로써 우리 가정에 생길 변화들을 생각하게 되었다.


분명 지금까지는 아이를 키우는 삶이 우울 그 자체로 보였는데, 왜 지금은 고통으로 포장된 깊은 행복처럼 보이는지 모르겠다. TV에 나오는 육아의 힘든 현실을 보고도 그 힘듦을 감당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힘듦으로 포장된 저 삶 속에는 분명 빛나는 아주 소중한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고 믿게 되었다. 어느새 육아에 대한 나의 생각이 바뀐 것이다.


이제는 자연스럽게 임신과 출산에 대한 정보들을 검색해 보고, 주변에 물어보고, 진지하게 알아보고 있는 내 모습을 보니 이번에는 이 마음이 진짜인 것 같다. 그러고 보니 그동안의 걱정과는 다르게, 아이가 생긴다고 해서 반드시 모든 것을 포기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었다. 지금처럼 현상유지가 가능한 것들도 있고, 또 다른 방법을 찾아보면 가능할 것 같은 일들도 있었다. 그럼에도 반드시 포기해야 하는 것들은 포기할 수 있을 것 같은 용기도 생겼다.


나도 고통을 지나 그 보물을 발견하고 싶어졌다. 내 아이의 눈을 마주 보고 싶어졌다.


이렇게 많은 생각들을 하다 보니, 문득 아이를 생각하는 마음이 담긴 노트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이 생각들을 정리하고 기록하고 싶어서이다. 보통 아이가 생겼거나 또는 아이를 낳고 키우는 과정에서 일기를 쓰는데, 나는 아이를 갖고 싶다는 이 마음과 우리의 계획에 대한 일기를 써보고 싶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부터 너를 만날 준비를 하나씩 할 거야. 기다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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