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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X 됐다?

by 명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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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본]

디자이너, 변신 아니면 버티기: AI 시대 생존의 기술


변화는 변명하지 않는다
요즘 AI는 참 못 말립니다.
과거엔 고양이 사진이나 곰돌이 그림이나 만들던 게,
이젠 웹툰 시나리오 쓰고, 포스터 레이아웃 짜고, 심지어 "감성까지" 흉내 냅니다.

ChatGPT가 한국어로 4컷 만화를 만들고 있다는 소식은,
"인공지능이 아직 텍스트만 한다"는 변명조차 못 하게 만들어버렸습니다.
디자인과 편집, 레이아웃과 스토리 설계까지,
이제는 인간 디자이너의 옆자리에 슬쩍 끼어 앉았습니다.
(게다가 커피도 안 마시고 칼퇴도 안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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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은 사치다, 준비가 없으면
디자인계 종사자라면 느꼈을 겁니다.
AI는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고, 창의적인 작업도 모방합니다.
스타일 리서치하고, 레퍼런스 모으고, 트렌드 분석하는 시간?
AI에겐 몇 초입니다.

그럼 우리는 이제 어떻게 될까요?
막연히 불안해하거나, "그래도 인간 감성은 달라!"라고 위로만 할 수는 없습니다.
변화를 직시하고, 생존 전략을 짜야 합니다.


비상하는 투자, 비상하는 AI
몇 년 전만 해도 AI 투자라 해봤자 몇 조 원대였습니다.
그런데 지금?
글로벌 AI 투자금은 1조 달러를 향해 달리고 있습니다.
IT 붐도 이 정도 속도는 아니었어요.
(과거 IT 붐은 마라톤이었다면, AI 붐은 100m 전력질주입니다. 그리고 몇 년 뒤엔 비행기 속도일...)

돈은 속이지 않습니다. 투자금을 보시면 어마어마합니다.
이제 AI는 상상 이상으로 빠르게, 그리고 깊게
우리 일자리를 '조금씩' 침식하기 시작했습니다.


변화의 바람: 디자이너는 어디로?
이제 단순한 레이아웃 잡기, 이미지 편집, 포스터 제작은
AI가 먼저 초안 잡고, 인간 디자이너가 "살짝 다듬는" 시대가 옵니다.
회의실에서는 "AI 시안 먼저 볼까요?"가 점점 자연스러워지고 있고요.

디자이너는 과거보다 더 빠른 속도로,
"창의적 발상"과 "정확한 경험 설계"를 요구받을 것입니다.


갑자기 과거가 그리워 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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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기냐, 변신이냐
남는 길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 버티기: 여전히 수작업 중심, 감성 호소로 승부하는 방법.

다른 하나, 변신하기: 경험 설계자로 넘어가, 브랜드와 소비자 사이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존재가 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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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은 더 이상 "예쁜 것"을 넘어
"느끼고, 기억되고, 행동하게 만드는" 쪽으로 진화합니다.

이걸 기획하고 설계하는 능력,
AI가 따라오기엔 아직 먼 길입니다. (적어도 당분간은요.)


비장의 무기, 경험 설계
앞으로 필요한 건 단순 편집 기술이 아닙니다.
총체적 경험을 그려내는 능력,
브랜드 스토리를 엮어내는 감각,
소비자 심리를 읽는 통찰입니다.

디자이너는 더 이상 "이미지 생산자"가 아니라,
"문화와 감정을 설계하는 조율자"가 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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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는 불편하다, 하지만 기회다
AI는 분명 위협입니다.
하지만, 그걸 제대로 다루는 자에겐
새로운 기회이기도 합니다.

디자이너가 지금 해야 할 일은 명확합니다.


그래픽 스킬만 붙잡고 버티지 말고,
브랜드 경험 디자이너(BXD)로 변신하는 것.

이제, 변신이냐 버티기냐, 선택할 시간입니다.
그 선택이 미래를 가를 것입니다.




[좀 긴 원본 글]

인공지능 기술이 과거에는 ‘이미지’와 같은 비교적 단순한 작업 영역에 집중되어 있었다면, 이제는 편집과 시각 디자인의 영역을 넘나들며 본격적으로 디자인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ChatGPT가 한국어로 4컷 만화를 직접 만들어 내기 시작한 것은, AI가 텍스트 생산에 국한되지 않고 시각적 편집과 레이아웃 설계, 스토리 구성 능력까지 갖추어 가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이는 전통적으로 인간 디자이너가 담당해 왔던 ‘시각 및 편집 디자인’ 분야가 인공지능의 활발한 영역 침범을 받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이러한 변화는 시각 및 편집 디자이너 등 창의적 직무 종사자들에게 불안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디지털 기술이 상상하기 힘든 속도로 발전하는 가운데, 인공지능은 빠른 학습 능력과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특정 스타일을 모방하거나 새로운 스타일을 창작하는 것까지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거대한 변화가 기존의 디자인 종사자에게 어떤 ‘부정적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인지, 그리고 우리는 여기서 어떤 ‘인사이트’를 얻어 미래를 대비해야 하는지 검토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인공지능의 급속한 투자 증가: 과거 vs. 현재
과거에는 인공지능이 가까운 미래에 폭발적으로 성장하리라는 예측이 나왔어도, 현재만큼 실제 투자 규모가 빠르게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한 전문가는 많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2015년경 전 세계 AI 관련 투자액이 약 120억 달러 정도였던 것이, 2021년에는 약 930억 달러를 넘어섰고 2022년에는 1,360억 달러가 넘는 규모로 증가했다는 통계가 보고되었습니다. 즉 7년여 만에 투자금이 7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며, 연평균 성장률로 따져도 30% 이상이라는 높은 수치를 기록합니다. 또한 2023년 현재까지 누적된 글로벌 AI 관련 투자액의 추정치는 1조 달러를 향해 가고 있다는 전망도 있습니다. 이는 과거 1990-2000년대에 IT 분야에 대한 투자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과 비교해도 훨씬 더 가파른 성장세입니다. 과거 IT 붐이 10~15년에 걸쳐 서서히 형성되었다면, AI는 불과 5~6년 만에 몇 배의 투자 증액을 이루어냈습니다. 지금의 투자 추세와 기술 발전 속도라면,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빠르고 엄청난 인공지능이 등장할 것입니다.




인공지능의 시각적·편집 능력 발전 사례
최근 ChatGPT를 비롯한 대형 언어 모델이 단순히 문장을 제시하는 것에서 나아가, 웹툰이나 4컷 만화 등 시각 소재의 스토리까지 구성해 내는 사례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GPT 계열뿐 아니라 Midjourney, Stable Diffusion, DALL·E 등 이미지 생성 AI 역시 급속도로 발전하여, ‘디자이너’가 필요로 하는 작업 툴킷을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 새로운 디자인 시안을 제시하거나, 포스터·브로슈어 등에 사용할 수 있는 시각 자료를 거의 전문가 수준으로 생산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AI 모델들은 방대한 이미지를 학습 데이터로 삼아 어느 정도의 패턴을 도출하고, 그 결과를 창의적인 형태로 재조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특정 시대적 분위기를 반영한 레트로 스타일의 포스터, 또는 미래지향적 테마를 담은 사이버펑크 풍 그래픽 등은 인간 디자이너가 오랜 시간을 들여 참고 자료를 수집하고, 다양한 시안을 만들어내며 시행착오를 거치는 과정을 매우 짧은 시간 안에 모방해냅니다. 이처럼 인공지능은 과거 ‘한계를 가진 자동화 툴’이던 시절에서 벗어나, 이제 전문가 수준의 시각적 결과물에 가까운 산출물까지 제출하는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기존 디자이너의 업무 변화와 전문직 영향
전통적인 시각 및 편집 디자이너의 업무 구조가 AI에 의해 일부 대체되는 것은 이제 시간 문제입니다. 특히 반복적인 편집 작업, 단순 레이아웃 구성, 특정 스타일 템플릿화 등은 딥러닝으로 대체가 쉽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디자인 에이전시나 출판사, 광고회사 등에서 시안을 발주할 때, 과거에는 여러 디자이너들이 머리를 맞대고 회의하며 많은 시안을 준비했어야 했지만, 요즘은 실험적으로라도 AI가 제공하는 시안을 먼저 받아본 뒤 이를 토대로 추가 작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디자이너가 ‘아이디어 발굴’ 및 ‘상세 디자인’에 투입되는 시간을 줄여주기도 하지만, 반면에 디자이너의 노동 가치를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더욱이, 기업 관점에서 AI를 도입하는 것은 비용 절감과 효율 극대화 차원에서 매우 매력적이므로, 앞으로도 시각·편집 디자이너의 기존 역할 중 상당 부분이 ‘AI에 대한 디렉팅과 검수’로 변해 갈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습니다.




미래 예측: 더 빠르고 놀라운 인공지능의 등장
AI에 대한 투자금액과 R&D 속도를 살펴보면, 지금의 발전은 단지 시작일 뿐이라는 전문가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연구기관과 기업들이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자하고 있는 만큼, 하드웨어(컴퓨팅 파워)와 알고리즘(모델 구조) 모두 앞다투어 혁신을 거듭할 것입니다. 이로 인하여 인공지능의 ‘지적 능력’이 비약적으로 향상될 뿐 아니라, 멀티모달(multi-modal) 분야에서의 기술 접목 또한 가속화될 전망입니다.


인공지능은 텍스트, 이미지, 음성, 동영상 데이터를 결합해 더욱 정교한 결과물을 제시할 것이며, 이런 추세가 유지된다면 “디자인은 결국 인공지능에게 대체된다”는 논의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아직은 “창의적 방향성(Art Direction)에 대한 통찰”이나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예술적 감성” 영역은 인간 디자이너의 강점으로 남아 있지만, 미래 인공지능은 이러한 부분까지도 어느 정도 흉내 내거나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경험 디자이너’로의 전환 필요성
지금까지의 근거들을 종합해 보면, 인공지능의 편집·디자인 영역 진입은 시각·편집 디자이너들에게 분명히 부정적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습니다. 과거와 비교했을 때, AI에 대한 막대한 투자금이 빠른 시일 내에 회수될 수 있는 구조가 이미 만들어지고 있으며, 이는 앞으로 더 빠르고 놀라운 인공지능 탄생을 예고합니다. 즉, 높은 투자금과 치열한 연구개발 경쟁이 결합되면, 시각적 창작 분야마저도 AI가 상당 부분 주도권을 쥐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디자이너들은 어떤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까요? 가장 중요한 해법은 ‘경험을 디자인하는 역량’을 갖추는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날 소비자는 단순히 아름다운 이미지나 편집에만 매력을 느끼지 않습니다. 매출이 발생하는 ‘경험’과 ‘서비스 디자인’이 융합된 형태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총체적 브랜드 경험(bxd)’을 원하는 추세가 점점 강해지고 있습니다.

여기서 “경험디자이너(Experience Designer)”의 역할이 부각됩니다. 경험디자이너는 제품 혹은 서비스가 사용자에게 어떻게 인지되고, 어떤 감정을 유발하며, 최종적으로 어떤 만족도를 남기는지를 총체적으로 설계합니다. 단순히 시각적 요소나 편집 기술만으로 완성될 수 있는 영역이 아닙니다. 소비자 리서치, 데이터 분석, 스토리텔링, 인터랙션 설계 등 다양한 분야의 bxd 지식이 융합되어야 하며, 사람 사이의 교류나 브랜드 가치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가 필수적입니다.

결국 인공지능이 디자인의 영역을 어느 정도 ‘침범’하게 되더라도, 인간에게는 여전히 ‘기획력’과 ‘정서적 공감 능력’ 및 ‘총체적 경험 설계 능력’이 강점으로 남습니다. 하지만 이것을 제대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디자이너가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학습과 시도에 적극 나서야 합니다. 2D 그래픽, 영상 편집, 사진 보정 등 특정 테크닉에만 의존하는 디자이너는 인공지능 시대에 경쟁력을 잃기 쉽습니다. 반면, ‘딥리서치를 통해 문제를 진단하고, 창의적인 경험을 설계하며, 브랜드 스토리를 정교하게 전달할 수 있는 기획자이자 조율자=bxd자이너’는 AI와 협업하는 형태로 자신의 전문 가치를 더욱 높일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와 투자가 보여주는 지표들은 앞으로 디자인이라는 분야가 단순히 ‘시각적 결과물’을 만드는 것 이상의 역량을 요구하게 될 것임을 시사합니다. 디자이너가 단순 작업을 수행하던 역할에서 벗어나, 사용자 관점에서 모든 접점을 아우르는 ‘경험디자이너’로 진화하지 않는다면, AI 시대의 파도에 휩쓸릴 위험이 커집니다. 더 빠르고 엄청난 인공지능의 등장은 불가피하다는 전제 위에서, 우리의 본질적인 경쟁력—창의적 문제 해결력과 인간 중심의 시각—을 잃지 않는 방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디자이너, X가 되어야 합니다

아름다운 그래픽이나 세련된 편집 기술은 인공지능이 어느 정도 대체할 수 있을 테지만, 인간의 심리를 이해하고, 브랜드와 소비자 간의 관계를 유기적으로 엮어낸 뒤, 문화적·사회적 맥락까지 아우르는 총체적 경험을 설계하는 능력은 아직까지 AI가 완전히 따라 하기에는 많은 장벽이 남아 있습니다. 그렇기에 시각 및 편집 디자이너들도 보다 큰 틀에서 일의 본질을 고민하고, ‘경험 설계’가 향후 디자인 시장에서 핵심 역량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합니다.


끝으로, 앞으로도 AI 투자 규모는 상상 이상의 속도로 증가할 것이며, 이는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짧은 주기로 인공지능 기술을 성숙시킬 것입니다. 다시 말해, 인공지능의 능력이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는 시대가 멀지 않았습니다. 동시에 인간이 가진 창의력 역시 AI를 활용해 더욱 확장될 수 있음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필요도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AI가 대체할 수 없는, 혹은 AI와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영역이 무엇인가’에 대한 통찰이며, 그 핵심은 오롯이 ‘경험’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단지 그래픽이나 편집 기술에 만족하기보다, 전체 맥락을 설계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경험디자이너가 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인공지능 시대에서도 변함없이 빛을 발하는 전문성일 것이며, 지금부터 준비한다면 어느 순간 등장할 더 강력하고 빠른 AI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을 미래 경쟁력이 될 것입니다.



명재영 BX디자이너 (bxd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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