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재영의 eX-File] 새로운 소비 트렌드가 주거 시장에 준 영향
최근 세상이 참 많이 변했다는 걸 절실히 느낀 적이 있습니다. 우연히 싸이월드에 접속한 게 계기가 되었죠. 새삼 10년 전의 일들이 머릿속에 그려졌습니다. 그때는 남자가 그루밍을 하고 비비크림을 바르는 건 참 남사스러운 일이었죠. TV와 CD플레이어는 필수 아이템이었고요. '블루투스'란 말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나 쓰는 용어일 뿐이었죠. 그로부터 10년 후인 오늘날 우리의 삶은 너무나 많이 달라졌습니다.
다양한 변화 중 주목할 점은 바로 '소비문화'의 변화입니다. 언 듯 보면 사람들의 소비가 줄어들고 있지요. 그러나 그것은 소비의 행태가 바뀐 것에 대한 착시현상일 뿐입니다. 과거에는 물질에 대한 소유 욕구가 컸다면 지금은 경험 혹은 가치에 대한 소비 욕구가 높아졌죠. 그러다 보니 공유 경제(Sharing economy), 경험 경제(Experience Economy)라는 단어도 생겨났습니다. 우리의 소비는 인구의 구조적 변화와 정치, 경제, 사회문화적 요소의 영향을 그대로 받고 있습니다. 따라서 소비를 잘 읽으면 우리 사회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겠지요. 과연 우리 사회는 지금 무엇에 가치를 두고 있을까요?
이번 칼럼에서는 소비 가치의 변화를 살펴보겠습니다. 그중에서도 '주거 소비' 문화에 관해 집중 탐구해 보려 합니다. 의식주는 우리들의 기초적인 생활 요소입니다. 이 중에서 가장 둔하고 보수적인 것을 꼽으라면 바로 ‘집’일 겁니다. 집을 옷이나 음식처럼 쉽게 사고팔 수는 없으니까요. 그런데 최근 주거공간에 대한 특별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 칼럼을 통해 국내 관련 기업들이 미래를 위한 새로운 전략과 함께 기회를 찾아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세계의 주력 소비 계층이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로 바뀌고 있습니다.(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의 출생자, Z세대: X세대의 자녀 세대로 1997년 이후 출생자) 이미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밀레니얼, Z세대입니다. 우리나라는 2019년에 이들의 비율을 43.9%로 예상하고 있죠. 베이비부머와 X세대를 합친 31.5%를 훨씬 뛰어넘은 밀레니얼, Z세대는 점점 더 막강한 소비 파워를 키워나가고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이 두 세대를 잘 아는 기업이 시장의 주인이 될 것입니다.
밀레니얼, Z세대는 가치관, 사고방식, 생활 방식에서 기성세대와 매우 다릅니다. 이들은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환경에서 태어난 세대로서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합니다. 한마디로 여가를 중시하죠. 행복과 자기만족에 큰 무게를 둡니다. 1998년 출산율은 1.5 이하가 되었습니다. 2010년대 대학 진학률은 75%를 상회합니다. 그리고 통신과 인터넷이 발달한 세상에서 빠른 이해와 습득 능력을 토대로 개성과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집하죠.
특히, 1997년 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이들의 소비관에 적잖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부모세대를 보면서 돈의 현실적 필요성을 깨우치게 되었죠. 또한, 이들은 젊을 때부터 차량, 승차, 숙박 등 공유의 혜택을 누려본 세대입니다. 따라서 소유에 집착하기보다는 공유에 더 가치를 둡니다.
출처: 동아비즈니스리뷰
이런 젊은 세대에게도 거주 문제는 만만치 않습니다. KPMG에 따르면 젊은 세대의 지출 항목 중 '주택 거주비'가 단연 최고였습니다. 더욱이 1인 가구는 계속 늘고 있죠. KOSIS(통계청, 인구 총 조사)에 의하면, 세 집 중 한 집이 혼자 사는 1인 가구라고 합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2019년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1인 가구는 심지어 인구성장률이 마이너스가 되는 시점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합니다. 사람은 줄어드는데 1인 가구는 많아지니, 게임 ‘스타크래프트’에서 ‘총인구’ 수는 줄어드는데 ‘서플라이 디포’는 더 필요하다는 것과 비슷한 상황인 것이죠.
그렇다 보니 1인 가구를 상대하는 시장은 뜻밖의 활황을 맞았습니다. 그야말로 1인 가구 전성시대라 할 만큼 간편 식품과 코인 세탁방, 1인용 밥솥 같은 미니 가전제품 등 많은 제품과 서비스가 생겨났죠. '나 혼자 산다'와 같은 TV 프로그램이 지속적으로 인기를 끄는 것도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됩니다.
이렇게 1인 가구 시장이 주목을 받으면서 전통적인 주거 시장에서도 큰 변화가 일었습니다. 우선 초소형 오피스텔이 많아졌죠. 그리고 공유 하우스도 생겼습니다. 과거 젊은 세대들이 하숙집 개념으로 주택 전체를 공유했다면 오늘날은 개인의 삶을 고수하며 공동생활도 할 수 있는 코리빙이 부상했습니다. 코리빙하우스는 개인의 방을 작게 임대하고 거실 같은 넓은 공간은 공유하는 개념입니다.
이 흐름을 이어받아 마침내 프리미엄 코리빙 서비스까지 나타났는데요, 2019년 5월 패스트파이브(FASTFIVE)가 론칭한 라이프온투게더(LIFE On 2GATHER)가 대표적입니다.
가격은 어떨까요? 부동산 O2O 플랫폼 ‘다방’에 의하면 2019년 5월 기준 서울의 평균 월세는 50만 원(보증금 1,000만 원 기준) 정도입니다. 역삼동 근처 비슷한 규모의 오피스텔이 80~90만 원 수준이라면 라이프는 이보다 20~50% 더 높은 가격대입니다. 입주가 잘 되었을까요? 네, 오픈 2개월 만에 전실이 완판 되었습니다.
사실 이런 열풍은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입니다. 미국 뉴욕에서는 커먼(Common)과 위워크(WeWork)가 위리브(WeLive)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영국 런던에는 더콜렉티브(The Collective)가 운영하는 대형 코리빙 하우스 올드오크(Old Oak)가 있죠. 또 일본엔 소셜 아파트먼트(Social Apartment)가 운영 중인 글로벌 에이전트(Global Agents)가 있습니다. 후지TV에서 2012년 첫 방영 후, 전 세계로 방영 중인 테라스하우스(Terrace House)에서도 전 세계 젊은 세대의 코리빙에 대한 열망이 드러납니다. 이 밖에 한국의 코오롱글로벌이 만든 트리하우스, SK D&D의 Table 등 다양한 기업이 코리빙 비즈니스에 진출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코리빙을 만드는 것이며 젊은 세대들은 왜 코리빙에 열광하는 것일까요? 이를 위해선 현재 밀레니얼, Z세대로 이뤄진 주력 소비자들이 돈을 어디에, 어떻게 쓰는지 알아야 합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돈 쓰는 곳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공간과 안전 같은 기본적인 요소들뿐만 아니라 사람들과의 교류나 취미 등 경험을 더 넓히고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는 곳에도 돈을 쓰고 있죠.
그럼 라이프가 어떻게 젊은 계층을 사로잡았는지 자세히 알아볼까요? 라이프는 무엇을 파는 것일까요? 일견 살기 위한 장소 제공을 포함, 주택 공간을 제공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우리가 이미 알듯이 기존의 주택 임대인들은 그저 주거할 '공간'만을 대여해줍니다. 그 외 엘리베이터, 복도 청소, 주차 공간을 제공하지만 다른 건 전무하죠. 하지만 라이프는 다릅니다.
라이프는 거주자 각자의 자기 공간이 보장된 풀옵션 오피스텔로 개인 프라이버시가 철저히 지켜지는 가운데 라운지, 루프탑 같은 공용 공간에서는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라이프의 다양한 서비스와 콘텐츠를 통해 취향을 공유함으로써 전반적인 삶의 질까지 높일 수 있도록 배려했죠.
그간 국내 주거 시장은 물리적인 형태와 공간의 넓고 좁음에만 초점을 맞춰왔습니다. 공유경제라고 한창 떠들썩했던 공유 하우스는 주거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사회초년생들을 대상으로 저렴하게 공간을 꾸미다 보니 사생활 보장이 안 되었죠.
라이프는 접근 자체가 달랐습니다. 개인의 취향을 고려한 공간 경험을 강조하는데요, ‘주택’이 아니라 ‘주거’에 대한 실질적 고민이 시작된 겁니다.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에 더 집중한 것이죠. 한마디로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주거’에 개인의 취향과 경험이라는 요소를 모두 포함한 것입니다. 이렇게 가심(心)비가 높은 라이프이니 소비자를 만족시킨 건 당연한 결과였던 거죠.
아래에서 라이프에 대해 좀 더 상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실용재 Utilitarian Product
소비자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재화
라이프는 비즈니스의 중심인 역삼동과 선정릉역 초역세권이라는 지리적 이점을 십분 살렸습니다. 여기에 룸 클리닝/세탁/보안 서비스, 조식 제공, 커피머신, 청소 도구나 생활용품, 상비약 구비와 같은 실제적 효용을 제공합니다.
그러나 위의 사항들은 다른 주거공간들도 제공할 수 있는 기초적인 것들입니다. 좀 더 차별화된 라이프의 세계로 떠나 보실까요?
경험(쾌락)적 소비 Experiential Consumption & Hedonic Consumption
소비자가 몰입하고 감각 자극을 경험하는 소비(즐거움을 위한 소비)
최근 들어 비즈니스에서 가장 큰 화두라면 단연 ‘경험’일 것입니다. 라이프는 혼자 살 때는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을 제공합니다. 특히 1인 가구의 치명적인 약점인 외로움을 없애 줍니다. 최근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따른 워라벨의 중요성이 확산되면서 집에서의 여가생활도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라이프는 이런 흐름을 발 빠르게 인식하여 명절에 윷놀이 이벤트, 루프탑 와인 파티와 이쁘게 정돈된 가든, 보드게임, 녹아웃 피트니스 프로그램 등을 갖춤으로써 서로 다른 배경의 이웃들이 함께하는 즐거움을 얻게 했습니다. 또한, 독서, 러닝, 아침 일찍 일어나기 등 스몰스텝 프로그램을 통해서는 사람들이 경험을 통해 스스로 성장한다는 느낌을 맛보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과연 이런 경험적 소비가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까요? 코넬대학교 심리학과 토머스 길로비치(Thomas Gilovich) 교수의 실험에 의하면 사람들은 물질재보다 경험재에 돈을 쓸 때 더 큰 행복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실험의 참여자들은 경험재를 구매할 때 더 행복을 느끼고, 더 신이 나며, 더 즐거운 기분을 느낀다고 대답했죠. 물질재를 구매할 때보다 더 말입니다.
반대로, 2012년 로젠즈웨이그(Rosenzweig)와 길로비치의 연구에 의하면 사람들은 물질적 소비를 많이 후회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경험적 구매에서는 오히려 '더 많이 할걸' 하며 아쉬워한다고 합니다. 생활수준이 높을수록 이러한 현상은 더 강해진다고 하는데요, 최근 대한민국도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이러한 추세가 더욱 강화되고 있죠.
그렇다면 경험 구매가 우리를 더 행복하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첫째,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물건의 가치를 끊임없이 타인의 것과 비교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쉽게 말해 남의 떡이 커 보이는 것이죠. 그래서 물질재 소비는 불행을 가져올 확률이 높습니다. 둘째, 경험재 소비는 남들이랑 공유할 수 있지만 물질재 소비는 공유하기가 힘듭니다. 내 것이 아니면 너의 것이죠. 이 점도 경험재의 가치를 높입니다. 마지막으로 물질재가 주는 행복의 절대적 수치는 점점 줄어든다는 점입니다. 아이스크림을 처음 먹을 때는 맛있죠. 7 번째는 어떨까요? 큰 감흥이 없을 겁니다. 반면 경험재는 물질재에 비해 행복도를 유지하기 쉽습니다. 그래서 라이프 거주자들은 물질보다는 게임이나 파티와 같은 경험을 구매하며 더 가치 있는 소비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상징적 소비 Symbolic Consumption
소비자의 정체성이나 지위를 나타내기 위한 혹은 관계의 의미가 내포된 소비
이제는 경험재를 넘어 눈에 보이지 않는 상징적 소비에 대해서도 알아보고자 합니다. 여기에서 상징적이라는 말은 단순히 특정 지역과 연결되는 지역적 상징성을 가리키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한 상징성은 계급적 지위성과 부동산 가격 때문에 생기죠. 라이프는 그러한 경제학적 계급 구분 욕구와는 접근 자체가 다릅니다. 차근차근 함께 풀어보실까요?
우선 상징재란 무엇일까요? 소비 심리학자 러셀 벨크(R. Belk)는 ‘그가 소유한 것이 그 자신의 한 부분(Possessions As Extended Self)’이라고 주장했는데요, 사람들은 자신의 소유물을 통해 자기 정체성을 확장, 변형, 보존한다는 것입니다. 상징 소비의 사회학적인 요인은 '난 이만큼 멋져'라는 과시적 소비 욕구, '난 이만큼 달라'라는 구별 욕구 등으로 해석됩니다. 또 심리학적으로는 한국 특유의 변형된 후광효과(Halo Effect)로 설명할 수 있겠습니다. 후광효과란 일부 특성에만 주목해 비 객관적인 판단을 하게 되는 심리적 특성을 말하는데요, 일종의 사회적 지각 오류입니다.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국을 방문할 때 의전차량으로 기아의 ‘쏘울’을 선택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이후 쏘울은 ‘교황이 탑승한 차’라는 후광효과를 입어 수출 및 판매량이 큰 폭으로 상승했습니다.
차 이야기가 나왔으니 소나타 광고에 관해 얘기해 볼까 합니다. 혹시 1985년도의 소나타 광고를 기억하시나요? ‘각종 첨단 자동장치를 갖춘 2200cc 세단, 강력한 브레이크, 부드러운 핸들, 크루즈 컨트롤, 뒷좌석 자동 조절 시트 등등…’ 어딘지 좀 촌스럽지 않나요? 더는 이런 자동차 광고를 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사람들은 이제 자동차 자체보다는 상황과 이미지에 집중하는데요, 이게 바로 상징 가치 소비로 이어집니다. 광고에선 이 차를 타고 다니면 내가 어떤 사람이 될지 보여주죠. 2009년 그랜저 뉴 럭셔리 광고의 하나였던 "어떻게 지내냐는 친구의 말에 그랜저로 대답했습니다."라는 광고는 대표적인 가치 변화를 보여준 사례입니다. 그랜저 같은 고급 준대형 세단을 타고 다닐 정도면 돈이 많거나 사회적으로 성공했다는 것을 은연중에 드러내게 되는 것이죠.
‘소비의 사회’ 저자 쟝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는 소비 가치에 대해 깊게 사유한 철학자입니다. 보드리야르는 사물에는 기본적으로 4가지의 가치가 있다고 했는데요, ‘교환 가치’, ‘사용 가치’, ‘상징 교환 가치’, ‘기호 가치’가 바로 그것입니다.
이해를 위해 손목시계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손목시계의 ‘교환 가치’는 시계를 팔아서 얼마의 돈을 얻을 수 있느냐는 데 있습니다. 그러니까 ‘교환 가치’는 ‘거래 논리’의 개념입니다. 시계의 ‘사용 가치’는 말 그대로 시간을 체크하는 수단으로써의 가치입니다. 말하자면 ‘사용 가치’는 ‘유용성 논리’의 개념입니다. 이제 손목시계의 ‘상징 교환 가치’에 대해서 알아봅시다. 상징이라는 개념은 쉽게 ‘선물’이라고 생각하면 좋습니다. 손목시계에는 어떤 대가를 바라지 않고 그냥 누군가에게 줄 수 있는 가치도 있습니다. 이게 상징적 교환이죠. 그러니까 ‘상징 교환 가치’는 ‘증여 논리’의 개념입니다. 이제 ‘기호 가치’에 대해서 알아봅시다. 이것은 특정한 신분이나 계급 같은 것을 나타내는 가치를 의미합니다. 비싼 손목시계는 그 자체로 부자 혹은 지식인이라는 특정한 신분을 증명하기도 합니다. 이렇듯 ‘기호 가치’는 ‘신분 논리’의 개념입니다.
공간은 사는 사람의 취향이 반영되기 마련입니다. 내추럴 혹은 모던한, 또는 핑크색을 선호하는 취향 등 사람에 따라 공간은 달라집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아파트를 보면 천편일률적입니다. 개성이라곤 찾아보기 어렵죠. 그러니 개성을 드러내길 좋아하는 개인주의 성향의 밀레니얼, Z세대들을 만족시키기는 어렵죠. 이들을 사로잡으려는 노력이 주거 시장의 상징적 소비문화를 만들어 내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라이프는 바로 이런 상징성, 기호 가치를 잘 드러냅니다. 라이프의 마케팅에선 ‘Culture’와 ‘취향 있는’ 등을 강조합니다. '나는 이런 멋진 취향 활동에 큰돈을 지불하는 지적인 사람'이라는 기호 가치의 욕구를 충족했죠.
‘시간을 어떻게 쓸 것인가?’와 ‘나는 어떤 사람과 어울리는가?’는 소비자들이 자신의 지위와 정체성을 가늠해보거나 나타낼 때의 상징으로 사용합니다. 소비자들은 라이프에 입주하면서 자신이 어떻게 시간을 사용하는지, 어떤 사람과 어울리는지를 내보일 수 있습니다. 나와 어울리는 사람의 격이 높으면 나도 높아지는 것 같고, 내가 시간을 의미 있게 쓰면 나 자신의 격 또한 함께 높아지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라이프’는 이러한 점을 잘 포착했습니다. 즉, 라이프는 소비자들에게 상징적인 즐거움을 충족시켜주는 재화인 것이죠.
이제 마무리해야겠군요. 마지막으로 고객 데이터 분석을 통한 프로파일링과 디자인 씽킹, BX 디자인을 통한 '경험, 상징 강화'를 기업이 지녀야 할 마인드로 제시하며 시사점을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주력 소비층이 바뀌고 소비관까지 변화하는 시대, 기업의 고민은 점점 더 깊어집니다. 초 경쟁의 환경에서는 백년대계의 원대한 계획보다는 근원적 생존 방안부터 찾는 게 급선무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소비문화'를 다각적으로 분석하고 이해하는 노력은 생존전략의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는 소비관이 다릅니다. 밀레니얼, Z세대처럼 나를 위한 소비를 중시하는 세대에게는 기존의 매스 마케팅으로는 인정받기 어렵죠. 이럴 때는 개개인의 요구를 조사, 분석해 접근하는 초 개인화 전략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초 개인화를 시도하려면 빅데이터에 기반한 데이터 분석력과 통찰력을 갖춰야 합니다. 여기에 디자인 씽킹을 통해 문제를 더 폭넓게 생각하고 고객들에게 더 좋은 경험과 상징, 기호 가치까지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이렇게 소비자 행동과 소비 패턴에 대한 이해력을 높이면 초격차 고객 경험을 창조해 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제 물건이나 서비스를 사는 것보다는 경험하는 데서 더 큰 행복을 느낍니다. 그러므로 기업들은 이제 물건을 팔려 하기보다는 물건을 둘러싸고 있는 아우라에 집중해야 합니다. 경험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소비자 연구를 철저히 병행하여 고객들에게 색다른 것을 제공해 줄 때입니다. 이럴 때 소비자들은 해당 기업이나 기업의 제품 및 서비스에 자연스럽게 호감을 보일 것입니다.
청소기를 판매하는 기업이라면 “우리 회사 청소기는 1분당 500회 회전력을 가지고 있고 3.15kg의 중량감과 JB2000 모델을 장착하고 있습니다.”라고 하기보다는 “우리 회사 청소기라면 당신의 일상이 달라질 거예요. 힘이 덜 들고 집은 더 깨끗해집니다. 왜냐면 우리는 강력하고 가벼우니까요.”라고 하는 게 더 좋겠죠. 특히 제품 구매 후 부조화를 느낄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다면 더욱 경험에 집중해야 합니다. 다른 물질적 구매와 쉽게 비교 가능한 기능 위주의 제품 정보보다는 말이죠.
스킨케어 브랜드라면 어떨까요? 여러분은 이제 스킨과 로션으로 상징을 팔아야 합니다. 이 브랜드를 쓰면 더 지적으로 혹은 젊어 보인다고 말이죠. 화장품 브랜드뿐만이 아닙니다. 김치냉장고, 화분, 그림, 클래스, 스포츠 등 모든 분야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모두가 제품과 서비스를 파는 데에 머물지 말고 '상징'과 '기호'를 연구해야 할 때입니다.
앞으로의 소비자들은 더욱 경험과 상징 소비에 관심을 둘 것입니다. 소비자들은 '무엇을 경험할 것인가?', ‘내가 쓰는 시간의 의미는 무엇인가?’, ‘나는 어디에 속한 사람인가?’와 같은 질문에 답을 해주는 경험, 상징 소비를 추구합니다.
사람들이 원하는 경험과 정체성을 확인, 확장하는 데에 도움이 될 소비재가 무엇이 될지 생각해보세요. 이를 제공하면 고객들은 기꺼이 지갑을 열 것입니다.
소비층의 중심이 된 밀레니얼, Z세대! ‘어디에서 살까?’, ‘무엇으로 공간을 채울까?’를 넘어, ‘어떤 사람들과 어떤 활동을 할까?’, ‘어떻게 나를 보여줄까?’라는 이들의 물음에 당당히 답할 수 있는 기업이라면 미래는 밝게 열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