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알면 안 되는 오픈런과 웨이팅에 숨겨진 심리적, 과학적 비밀
소비문화: 심리적, 과학적 효과와 기업의 대응 전략
젊은 세대들 중심으로 오픈런과 웨이팅이라는 새로운 소비문화가 어느 새부터 자주 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오픈런, 웨이팅 과정은 새로운 소비 세대에게는 단순히 물건을 사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놀이’ 문화로 인식됩니다. 유행과 트렌드를 빠르게 습득하고, 한정판 상품을 얻는 것에서는 희열감을 느끼며, 이를 통해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젊은 세대들의 이러한 소비 행동은 어떤 심리적, 과학적 근거가 있을까요?
한 가지 가능한 설명은 ‘희소성’의 효과입니다. 희소성이란 무엇인가 드물거나 한정되어 있으면 그것의 가치가 높아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이는 인간의 뇌에서 일어나는 일종의 인지 편향(bias)으로, 심리학자들은 이를 ‘Scarcity heuristic’이라고 부릅니다.
Scarcity에 미치게 하라
Scarcity heuristic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다이아몬드가 바위보다 가치 있는 이유는 희귀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경향은 인간의 뇌에서 자동적으로 일어나는 인지 과정의 일부로, 심리학자들은 이를 휴리스틱(heuristic)이라고 부릅니다. 휴리스틱이란 인간이 복잡하고 모호한 상황에서 빠르고 쉽게 판단을 내리기 위해 사용하는 단순화된 규칙입니다. 쉽게 말해 DNA의 단순한 명령이죠.
Scarcity heuristic은 인간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가지 휴리스틱 중 하나입니다. 인간이 어떤 것의 수량, 희귀성, 시간 등을 평가할 때 사용됩니다. 어떤 제품이 한정 수량으로 판매되거나, 판매 기간이 곧 만료되거나, 다른 사람들이 많이 구매하고 있으면, 그 제품에 대한 욕구와 만족감이 증가하는 것입니다. 인간은 드물거나 한정된 것을 놓치면 손해라고 생각하고, 그것을 얻으면 보상받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인간의 뇌에서 일어나는 도파민(dopamine)이라는 신경전달물질(neurotransmitter)의 작용과 관련이 있습니다. 도파민은 인간의 행동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특히 보상(reward)과 관련된 행동에 영향을 줍니다. 도파민은 인간이 보상을 기대하거나 받을 때 분비되어 기분을 좋게 하고, 다시 보상을 받기 위해 행동하도록 유도합니다. Scarcity heuristic은 인간이 드물거나 한정된 것에 대한 보상을 기대하게 하고, 그것을 얻기 위해 행동하도록 유도하는 도파민의 작용과 연결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인간이 브랜드 가치를 평가하고, 욕구와 만족감을 느끼고, 브랜드를 얻기 위해 행동하는 방식에 영향을 줍니다. Scarcity heuristic을 적용한 브랜드 예시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원소주는 출시 이후 하루 판매 수량을 2000병으로 제한하였습니다. 375ml 기준 1만 4천900원으로 기존의 희석식 소주보다 훨씬 비싼 편이었습니다. 이는 소비자들에게 원소주가 희귀하고 고품질이라는 인식을 주었고, 놓치면 다시 구매할 수 없다는 긴장감을 유발과 더불어 가격이 비싼 만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게 하였습니다. 온라인 자사몰에서 판매된 원소주는 연일 1분 만에 완판 될 정도였죠. 한편 한정된 기간 동안만 소비자들과 만났습니다. 갑자기 한 달간 판매 중단을 하면서 소비자들에게 원소주가 일시적이고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는 인식을 주었고, 놓치면 다시 맛볼 수 없다는 두려움을 유발하였습니다. 이에 박재범의 셀럽 효과(퍼스널브랜드)와 결합하여 원소주를 구매하는 것이 일종의 사회적 지위를 나타낸다고 생각하게 하였습니다.
나이키의 에어 조던 스니커즈도 마찬가지입니다. 나이키는 1984년부터 전설적인 농구 선수 마이클 조던의 이름을 딴 에어 조던 스니커즈를 출시하였습니다. 이 스니커즈는 나이키의 가장 인기 있는 제품 중 하나로, 매년 새로운 디자인과 컬러로 출시됩니다. 에어 조던 스니커즈는 수요가 공급을 월등히 초과하는 상황으로, 많은 소비자들이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거나 추첨에 참여하거나 인터넷에서 경매에 입찰하기도 합니다. 이 스니커즈는 일반적인 스니커즈보다 가격이 비싸고, 수량이 제한되어 있으며, 판매 기간이 짧습니다. 이는 소비자들에게 Scarcity heuristic을 활성화시켜, 그 스니커즈에 대한 욕구와 만족감을 증가시킵니다. 소비자들은 그 스니커즈를 신으면 성공하고 유명하다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거나 자랑하기도 합니다.
비교하게 하라
오픈런과 웨이팅의 또 다른 가능한 설명은 ‘사회적 비교’의 효과입니다. 사회적 비교란 자신의 능력이나 성취를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여 평가하는 과정을 말합니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social comparison theory’라고 부릅니다. 즉, 브랜드 상품을 구매함으로써 다른 사람들보다 우월하거나 독특하다고 생각하고, 그로 인해 자신감이나 자존감이 상승하는 것입니다. social comparison theory를 적용한 브랜드 예시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박재범은 음악적인 능력과 인기, 그리고 외모 등에서 많은 사람들이 존경하고 부러워하는 대상입니다. 원소주는 박재범을 연결(링크)시켜서, 소비자들이 박재범과 비교하도록 만듭니다. 이런 박재범과 연관된 원소주를 구매하거나 마시는 것은 소비자들에게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 박재범과 비슷한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줄 수 있습니다. 일종의 상향적 사회비교로, 자신보다 더 나은 사람과 비교하여 자신의 상태나 능력을 개선하고자 하는 비교욕구를 말합니다.
한편 원소주는 일반적인 소주와 구분 짓기 위해 고가의 가격과 한정된 수량, 그리고 특별한 팝업스토어 등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원소주가 희귀하고 독특하며, 고품질이고 프리미엄 한 술이라는 인식을 주고, 원소주를 구매하거나 마시는 것이 일종의 사회적 지위를 나타낸다고 생각하게 합니다. 이런 원소주와 비교하여 자신의 가치를 인식하고 표현하는 것은 수평적 사회비교라고 부르며, 자신과 비슷한 수준의 사람과 비교하여 자신의 정체성이나 소속감을 강화하고자 하는 비교욕구를 말합니다.
기존의 희석식 소주는 저렴하고 쉽게 구할 수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즐겨 마시는 술입니다. 원소주는 자신의 제품을 기존의 희석식 소주와 대조시켜서, 소비자들이 원소주가 더 나은 선택이라고 생각하도록 만듭니다. 이런 희석식 소주와 비교하여 원소주 구매는 소비자들에게 자신의 가치가 높다고 느끼게 하고, 자신보다 낮은 수준의 사람들과 구별하게 합니다. 이것은 하향적 사회비교라고 부르며, 과시하고자 하는 비교욕구를 말합니다.
젊은 소비문화, 심리학을 이용하기
그렇다면 브랜드들은 이러한 소비 심리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요? 한 가지 방법은 한정판 상품을 출시할 때, 그것의 희소성과 독창성을 강조하는 마케팅 전략을 적용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제품의 수량이나 판매 기간을 제한하거나, 제품에 고유한 넘버링(numbering)이나 시그니처(signature)를 부여하거나, 제품과 관련된 스토리(story)나 컨셉(concept)을 제시하는 등의 방법이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젊은 세대들은 한정판 상품에 대한 호기심과 욕구를 더욱 강하게 느낄 수 있으며, 구매 후에도 만족감과 자부심을 더욱 강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또 다른 방법은 한정판 상품을 출시할 때, 그것의 사회적 가치, 의미를 강조하는 마케팅 전략을 적용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제품의 일부 수익을 기부하거나, 제품과 관련된 사회적 이슈나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제품과 관련된 커뮤니티(community)나 네트워크(network)를 구축하는 등의 방법이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젊은 세대들은 한정판 상품을 구매함으로써 자신의 가치관과 취향을 표현하고,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사회에 기여하는 등의 긍정적인 효과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인간은 오픈런과 웨이팅이라는 행동으로 한정을 구매하며 희열감과 만족감을 느끼고, 사회적 비교와 본능을 실현합니다. 모두 심리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더 똑똑한 안목을 가져야할 때 입니다.
명재영 cody@wedidi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