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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플로 Feb 18. 2021

매리 애닝

고생물 TMI

2021-01-22


요즘 보고 있던 자료들이 이리저리 매리 애닝과 연결되고 있었다. 생각난 김에 미뤄두었던 과학과사람들의 격동 500년 매리 애닝 편도 완주. (아.. 격동 500년이 겨우 2시간?)


곽재식 작가님이 격동 500년에서 영화 프랑스 중위의 여자 이야기를 하셨는데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마을이 라임 레지스, 바로 매리 애닝이 살던 동네다. 존 파울즈는 라임 레지스 인근에 살면서 소설 프랑스 중위의 여자를 썼고 라임 레지스 박물관에서 10년 동안 큐레이터로 일하기도 했다고. 프랑스 중위의 여자 영화에서 제레미 아이언스가 연기했던 남자 주인공은 아마추어 고생물학자.


영화 덩케르크에서는 덩케르크에서 퇴각한 영국군이 영국 해안으로 돌아올 때 도셋의 쥐라기 해안을 보여준다고 하는데, 덩케르크 작전을 잠시 검색해보니 실제로는 도버 지역으로 돌아왔던 것으로 보인다. 도버 지역이라면 백악기의 이름이 유래한 흰색 바위로 된 절벽이 있는 곳이고, 라임 레지스가 있는 도셋 지역의 절벽은 쥐라기 암석들. 쥐라기나 백악기가 그게 그거 아니냐.. 라고 하실 수도 있지만 쥐라기가 시작된 것이 대략 2억1백만년 전이고, 백악기가 끝난 것이 6천6백만년 전이니 최대한 차이가 많이 나는 것으로 고른다면 쥐라기 암석의 나이가 백악기 암석 나이의 세 배를 넘을 수도 있다.


매리 애닝은 아시다시피 어룡과 수장룡을 발견하여 고생물학 (그리고 지질학) 의 초기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긴 인물로 영어권에서 tongue twister 로 유명한 "She sells seashells down by the sea shore" 의 주인공이 매리 애닝이라는 이야기가 있으나, 확실하지는 않은 것 같다.


작년에 매리 애닝을 주인공으로 한 프랜시스 리 감독의 영화 암모나이트가 제한적으로 공개되었다. 극장 개봉은 아마 코로나 때문에 올해로 밀린 것 같고, 영화제에서 보신 분들은 좀 있는 모양. 스트리밍 서비스를 찾아보니 미국에서는 아마존 프라임에서 상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블루레이를 주문했으니 2월에는 나도 볼 수 있겠지. 케이트 윈슬렛과 시얼샤 로넌 주연. 케이트 윈슬렛이 매리 애닝이고 시얼샤 로넌은 샬롯 머치슨. 둘 사이를 (근거는 별로 없음에도 불구하고) 로맨틱한 관계로 그렸다고 해서 논란이 있다고 한다. 어.. 그런데 상대역의 이름이 샬롯 머치슨이라구요?


샬롯 머치슨은 로드릭 머치슨의 아내였다. 로드릭 머치슨은 19세기에 활발히 활동했던 유명한 지질학자/고생물학자 중 한 명. 고생대를 여섯 개의 '기(Period)'로 나누는데 그 중 절반(실루리아기, 데본기, 페름기)은 로드릭 머치슨이 이름붙인 것. 머치슨과 같이 연구도 하고 데본기(Devonian Period)의 이름을 같이 붙였던 사람은 아담 세지윅. 세지윅은 찰스 다윈에게 지질학을 가르치기도 했다. 웨일스 쪽 지질을 연구하여 머치슨이 실루리아기를, 세지윅이 캄브리아기를 각각 이름붙일 때만 해도 관계가 좋았던 두 사람은 머치슨이 실루리아기와 캄브리아기를 모두 실루리아기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크게 틀어졌다.


검색을 해보니 로드릭 머치슨은 유럽 각지를 다니면서 실루리아기에 대한 추가 정보를 많이 모았던 모양이고, 여기에는 샬롯 머치슨의 도움이 매우 컸던 것으로 보인다. 컬렉션을 관리한다든가, 논문에 들어갈 그림을 그린다든가 하는 식으로. (첨부한 그림이 로드릭 머치슨의 논문에 실린 샬롯 머치슨의 그림)


태어난 것은 아담 세지윅이 1785년, 로드릭 머치슨 1792년, 매리 애닝 1799년. 죽은 연도는 역순으로 매리 애닝 1847년, 머치슨 1871년, 세지윅 1873년. 매리 애닝은 50도 안 되어 죽었고, 세지윅과 머치슨은 80, 혹은 그 이상 살았던 걸 보면 계급의 차이가 건강에 큰 영향을 끼친 것 아닌가 짐작해보게 된다. 샬롯 머치슨도 80까지 살았음.


이상, 오늘의 T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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