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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멜 혜은 Feb 21. 2022

코로나 확진자가 싼 김밥

가족이 아니라면 불가능할 일들

 오늘 코로나 확진 문자를 받았다.

이로써 나는 우리 가족의 마지막 확진자가 되었다.



지난 일요일, 둘째 다니는 유치원에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긴급 메시지가 떴다. 우리 가족은  제주 여행을 앞두고 있었다. 모처럼 일주일 통으로 휴가를 잡았는데 코로나 확진자라니… 예감이 좋지 않았다. 내일 당장 비행기를 타야 하는데, 자가진단 키트라도 해야 마음이 놓일 것 같다. (그게 공공에 대한 예의지…)


같은 반 친구에게 간신히 키트를 구해, 밀접 접촉자인 둘째부터 검사해 본다.

결과는 두둥~ 두 줄이다.



첫째는 울음을 터트리고( 제주도 여행은 물 건너갔다고 울고불고 난리다) 둘째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엄마. 나 코로나야? 나 죽어?



“아니야. 괜찮아. 괜찮을 거야.”


별다른 증상이 없었던 둘째, 자가진단키트 상 양성이 나오니 다음 날, PCR 검사에서도 영락없이 양성이더라.

둘째의 확진 문자를 받고 나머지 가족들도 검사를 하러 간다. 그 사이 첫째와 남편도 열이 오른다. 목은 칼칼하고, 으슬으슬 춥고 말로만 듣던 코로나 증상이다. 남편도 첫째도 확진, 나만 홀로 음성이다.


이틀 사이 멀쩡 했던 나마지 가족들의 확진을 겪고 오미크론의 빠른 전파력을 실감했다. 물리적으로 막을 수 있는 놈이 아니겠구나 싶더라. 다만 증상이 심하지 않으니 견딜만하다는 것이 그나마 위안이다.


우리가 지켰던 건, 다른 이가 남긴 음식 먹지 않기, 기침할 때 입 가리고 할 것, 코 푼 휴지는 변기에 버리고 물을 내릴 것 정도이다.


둘째의 자가격리 해제일 하루 전날, 유일하게 음성이었던 내가 추가 PCR 검사를 하고 왔다. 검사 전 날부터 목 칼칼하더니 나 또한 몸살 기운이 올라왔다. 끝까지 버티나 싶었는데 뒤늦게 확진이다.


하루를 푹 자고 나니 오늘은 좀 개운하다. 오랜만에 창문을 활짝 열고, 청소를 해본다. 깔끔하게 정리된 집을 보니 기분이 좋다.


점심으로 김밥을 싸 본다. 깻잎을 품은 참치 김밥이 먹음직스럽다. 동시에 문득 든 생각은~


코로나 확진자가 싼 김밥


이거 코로나 확진자가 싼 김밥 아닌가?



우리 집에서 맨 처음 확진 판정을 받은 둘째는 오늘 날짜로 격리 해제다. 내일은 남편과 딸이 해지 통보를 받을 것이다.

이 말인즉슨 나만 확진자, 다른 가족들은 이제 완치자라는 뜻이다. 완치자들을 위한 코로나 확진자가 싼 김밥이라니? 뭔가 아이러니하다.

내 가족이 아니라면 들 수 없는 점심이다.



그러고 보니, 지난 일주일간 나 역시 코로나 확진자들과 뒤 얽혀 살았다. 이 역시 가족이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02.21 코로나 현황>

-신규 95,362명
ㅇ총 확진자 : 2,058,184명

  *전주 동일(54,619) 대비 +40,743명

ㅇ재원 중 위중증 환자 : 480명(+41명)

  *전주(2.13.~2.19.) 평균 : 343명

ㅇ 총 사망자 : 7,450명(+45명)

  * 치명률: 0.36%


코로나 확진자 200만 명 시대다.

이젠 코로나에 감염돼도 이상할 것 없는 상황이라지만 코로나 확진자가 싼 김밥을 알고 먹을 사람은 내 가족 밖에는 없을 것 같다.


코로나 확진자 엄마가 싼 김밥을 맛있게 먹는 가족들을 바라보며, 새삼 가족의 의미를 떠올려본다.

든든한 울타리 우리 가족, 서로가 아플 때 보살 필 수 있는 사람, 때론 미울 때도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편인 사람,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걸 김밥 한 줄을 통해 깨닫는다.


고맙고 사랑한다. 우리 가족 ^^

온 가족 확진 임도 불구하고 큰 이벤트 없이

지나가 정말 다행이다. 마지막 확진자인 나도 무탈하게 잘 넘어가길 ^^ 제주 여행은 꽃피는 봄에 다시 잡아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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