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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멜 혜은 Feb 22. 2022

집 잘 사고파는 법

매도를 위한 두 가지 팁


1. 주도권을 잡을 것


집을 내놓고 무엇보다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은 집을 보여주는 일이었다. 시도 때도 없이 걸려오는 부동산 방문 전화에 응하다가는 집을 팔기도 전에 몸져누울 것 같았다.

나는 아이들이 없는 오전 시간을 활용하여 여러 가지 강의를 듣고 있었는데, 이 시간을 방해받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고 집을 보여주는 일도 게을리할 수 없었다. 대책이 필요했다. 그래서 생각한 방법이 집 보여줄 시간을 부동산이 아닌 내가 정하는 것이었다.


"오전에는 집을 보여줄 수 없어요. 대신 오후 5시~7시 사이에는 집에 항상 있어요. 이 시간에는 언제든방문해도 됩니다."


집을 내놓았다면 매일 보여줄 수 있는 고정 시간을 정해두는 편이 좋다. 내 일도 방해받지 않으며 집을 보여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우리 집에서 저녁 5~7시는 하루의 2라운드가 시작되는 시간이다. 하원한 아이들을 씻기고 식사를 준비하고 다 같이 식탁에 앉아 저녁을 먹을 시간. 그때 누군가 우리 집을 방문한다면 어떨까? 어찌 보면 이 시간이 하루 중 가장 바쁜 시간이고, 내 생활이 그대로 노출될 수 있는 시간이다.


나는 오전 개인 스케줄을 포기하는 대신 이 시간에 우리 가족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을 택했다. 정신없이 바쁠 시간에 집을 보러 온다면 정갈하게 정돈된 모습만 보여줄 수는 없다. 전략이 필요했다. 나는 할 일을 하면서 집을 보러 온 사람도 편하게 볼 수 있는 '윈윈 전략' 말이다.





2. 내가 사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홍보' 할 것


"실례합니다. 잠시 집 좀 구경할게요."


저녁 준비를 하다 말고 앞치마 차림으로 손님을 맞는다. 나는 다시 주방으로 돌아와서 내 할 일을 한다. 집을 보러 온 손님은 편하게 구경하고 집에 대한 설명은 부동산 사장님이 대신한다. 집을 몇 차례 보여주면서 터특한 내 나름의 집을 보여주는 방식이다.


처음에는 집 보러 오는 한 분 한 분께 우리 집의 장점을 설명하느라 바빴다. 내 집이 너무 소중해서, 좋은 가격에 팔고 싶다는 욕심이 나를 집 파는 '쇼 호스트'로 만들었다. 하지만 몇 차례 집을 보여주면서 내 행동이 집을 파는데 썩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일단 내가 너무 피곤했다. 하루에 두세 번 집을 보여줄 때도 있었는데, 그때마다 하던 일을 멈추고 집 보여주기에 집중하려니 스트레스가 상당했다.


무엇보다 내가 열심히 설명하는 내용에 사람들은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괜한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자는 생각이 들었다. 내 집에 방문하는 모두가 매수 희망자는 아니지 않은가?


좋은 것은 말하지 않아도 알아본다. 그리고 매수자는 내가 열심히 설명하는 장점에 환호하지 않는다. 처음에 이런 태도에 상처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과 나의 입장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그들은 조금이라도 집을 싸게 사고 싶은 매수 희망자고, 나는 조금이라도 가격을 더 받고 싶은 매도자인 것이다. 아무리 마음에 드는 것을 발견했어도 내색하지 않는 편이 그들에게 훨씬 유리하다. 이를 통해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것 또한 전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같은 맥락으로 매도자가 집에 대해 너무 적극적으로 설명하는 것도 집의 가치를 떨어트릴 수 있다. '저 사람 급하구나'라는 뜻으로 보일 수 있다. 거래에서 급한 사람이 지게 마련이다.


내 집을 홍보하고 싶다면 자신이 일상적으로 하는 행동을 최대한 우아한 태도로 하면 된다. 여기서 포인트는 '척'이 아닌 '진짜' 여야 한다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이 집에서 생활하고 있는 나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는 거다.


부동산에 오픈했던 오후 5~7시 사이에 우리 집에서는 이런 풍경이 펼쳐진다. 아이들은 영어 시디를 들으며 책을 읽고, 나는 저녁 준비에 한창이다. 실제로도 이것이 우리 집의 평상시 풍경이었는데, 내 의도는 다음과 같았다.


이 집에 사는 사람은 이렇게 살아요.

- 아이들은 TV보다 책을 좋아해요.

- 영어 스토리를 음악처럼 들어요.

- 엄마는 건강한 재료로 직접 요리해요. (평소에 난 늘 생협에서 장을 보는데 식사 준비를 하다 보니 그날의 재료가 자연스럽게 오픈된다.)


물론 내가 의도한 바가 집을 매도하는 데 도움이 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누군가는 오직 수익률과 경계적 가치에만 관심을 가지겠지만 또 누군가는 나의 라이프 스타일이 좋아 우리 집에 호감을 느낄지도 모를 일이다.

분명한 것은 집에 대한 호감과 그 집에 살고 있는 사람에 대한 호감까지 더해진다면 거래가 성사될 확률은 더 높아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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