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교다. 따로 믿고 있는 신도 없고, 신을 믿음으로서 내 삶이 바뀌리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물론 내가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된 이유는 내가 겪었던 각종 종교활동들이 내게 어떤 깨달음도 주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템플 스테이는 꼭 한번 가고 싶었다. 절이라는 공간이 주는 묘한 안정감을 몸소 느끼고 싶었다. 속세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 둘러싸여 조용하게 하루를 보내는 것이 절로 가능해지는 공간. 그런 공간이 내게 필요했다.
다행히 3월에는 시간적 여유가 있는 달이었다. 그래서 부담 없이 3월의 안 해본 일로 ‘템플 스테이’를 골랐다.
1박 2일을 할지 2박 3일을 할지 고민하다가 1박도 지루하다는 후기를 보고, 고민 끝에 1박만 해보고 나중에 좋으면 다시 오기로 결정했다.
차도 없고 면허도 없는 뚜벅이에게 가장 중요한 사항은 교통편이었다. 대중교통으로 방문이 가능한 절이 대한민국에 몇 개 없다는 사실이 너무 슬펐다.
경기권 절 중에서 체험형 숙박 말고 휴식형 숙박이 가능한 곳, 그리고 대중교통으로 방문이 가능한 곳을 골라 예약을 하고, 템플 스테이를 가는 날을 기다렸다.
외진 기차역에 내려 한참 동안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렸다. 마을버스에 타고 길고 굽이진 길을 따라 산을 올랐다. 산 끝에 다다라 버스에 내리자마자 안내를 담당해 주시는 나를 맞이해 주셨다.
묵을 방을 소개받고 간단한 투어를 권하셨는데, 그날 내가 온라인교육을 받으면서 이동 중이었던지라 갈 수가 없었다. 간략하게 말로 산책길을 안내받고 교육 종료 출석체크를 하고서야 절 위쪽에 있는 산책길을 걸을 수 있었다.
정말 오랜만에 개구리도 보고 벌어진 밤송이도 볼 수 있었다. 특히 무당벌레는 너무 오랜만이라서 마치 CG를 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내 기억보다 더 새빨갛고 영롱하고 작았다. 그 깜찍하고 앙증맞은 것을 이렇게도 오랜만에 본다는 사실이 더 자주 숲에 오고 싶게 만들었다. 더 자주 자연에 들러야겠다.
사실 절밥은 좀 기대했었다. 원래 채식을 하기도 하고, 병원밥처럼 간이 슴슴한 음식을 좋아하기도 해서 절밥에 대한 기대가 컸다. 하지만, 나의 절 선택이 좀 잘못됐던 것 같다. 생각보다 작은 절 규모와 적은 체험객 수는 절밥의 퀄리티를 보장하지 못했다. 절밥이 내 템플 스테이의 하이라이트였는데, 아쉬웠다. 이렇게 또 다음 절을 기약하게 만드는 요상한 구다리였다. 제대로 된 절밥을 먹기 위해서라도 나중에 또 템플 스테이 한다!
그리고 나중에 안 사실인데, 뚜벅이를 위해서 역까지 픽업 서비스를 제공하는 절도 존재했다. 나는 왜 늦게 이 사실을 알았는가. 내 손이 더 부지런하지 못했음에 통탄했다. 정보력 없는 뚜벅이는 웁니다..
그래도 아주 오랜만에 자연에 푹 빠져서 새소리, 물소리, 풀소리를 들으며 보낸 하루는 아주 싱그러웠다. 역시 인간은 자연과 가깝게 지내야 하는 게 맞다. 자연이 인간을 보듬어 안아준다는 것을 새삼 실감하는 날이었다.
다른 달에 기회가 된다면 ‘제대로 된 절에서 템플 스테이하기’로 한 달을 때워봐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