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만렙백수 윤준혁 Jul 05. 2019

그 시절 그 게임! 스타크래프트 추억팔이

#스타크래프트 인문학

지금 봐도 징그럽다.... 어디서 쓰리쿠션이 나가는 걸까?


  내가 처음 스타크래프트를 알게 된 건 몇 년도인지 기억도 안나는 초등학생 시절 들뜬 마음으로 놀러 간 사촌 형 집에서였다. 내가 모르는 게임도 가득했거니와 컴퓨터마저도 흔하지 않았던 그 시절의 스타크래프트라는 존재는 충격 그 자체였다.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RTS : Real Time Strategy)이라는 장르도 생소했지만 동년도에 그 정도 퀄리티를 가진 게임이 없었기에 스타크래프트를 소개해주는 사촌 형의 목소리도 들떠있었다. 나풀거리는 뮤탈리스크의 날개와 기괴한 뮤탈리스크의 음성, 그리고 조금 징그러웠던 뮤탈리스크의 입을 강조한 인게임의 유닛 화면이 스타크래프트와의 첫 만남이다.




지금은 찾을 수 없지만 정말 이런 테마의 노래방 or pc방들이 있었다... 저그보단 프레데터인가?


  다 커서도 어려운 조작이 어릴 땐 쉬울 리가 없다. 마우스를 가지고 몇 번 움직이다가 적 유닛을 몇 번 공격해보는 것으로 한동안 스타크래프트를 만날 일은 없었다. 어느 날 대한민국 곳곳에 광랜이 깔리기 시작하더니 지역 여기저기에 PC방이 만들어졌다. 사람들이 PC방에서  가장 많이 플레이하고 있던 게임은 당연 스타크래프트였다. 스타크래프트의 인기가 어느 정도였냐면 히드라와 마린을 테마로 한 PC방이나 노래방이 있을 정도였다. 또한 당시 컴퓨터를 구매하면 스타크래프트의 데모 버전을 플레이할 수 있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이 데모 버전에 맛들려 PC방으로 향하는 경우가 많았다.




다른건 다 참아도 그 말은 도저히 못참아!!


  교내 랭킹이 존재할만큼 스타크래프트에 대한 학생들의 인기도 대단했는데 방과후에 학원을 땡땡이치고 게임하러 PC방으로 향하는 친구들이 많았고, 그런 친구들을 잡으러 오는 부모님 역시 많았다. 귀를 잡혀 나가면서도 “제발 이 판만...”을 외치는 장면을 무수히 많이 볼 수 있었다. 학교에선 스타크래프트를 둘러싼 다툼이 일어나기도 했는데 당시의 열혈남아들은  “너 공부 못하지”라는 소리는 참을 수 있어도 “너 스타 허접이라며?”라는 소리에는 주먹다짐이 일어날 수 있었다. 실제 1:1경기가 일어날 때까지 상대의 실력을 비하하는 썰전이 벌어지는데 친구들이라는 래퍼리(Referee) 앞에서 경기가 벌어지고, 승부가 나면 의외로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는 학생들이 많아 스포츠맨십을 기르게 해 준 고마운 게임이다. 친구들 간의 전적을 바탕으로 교내 랭킹이란 것도 존재했고, 왜인지 모르게 게임이 아닌 모든 학생의 전적을 기록하고 랭킹을 매기는데서 희열을 느끼는 교내 Kespa역할의 친구가 항상 존재했다.


  당시 래더 게임을 할 피지컬이 안 되는 친구들도 유즈맵은 자주 플레이하곤 했는데 빨무, 포토 겹치기, 넥서스 뿌시기, 포켓몬스터 등 "이런 것까지 스타로 구현될 수 있는 건가?"라는 의문이 들게 하는 고퀄 유즈맵들이 많았다. 무엇보다 전문가, 초보자 할 것 없이 모두가 다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만드는데 유즈맵이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한다.





엄전김의 '보이스 팩'


  스타크래프트는 방송 콘텐츠로도 꽤 성공했는데 곰TV, OSL, 스타 프로리그 등 한 때 엄청난 시청률과 함께 '온게임넷'을 폭풍 성장시키기도 했다. 특히나 리그제, 게임방송 시스템의 도입과 함께 '엄전김(엄재경, 전용준, (구) 김캐리, (신) 김정민)'의 해설은 게임 해설계의 송해처럼 이들의 해설은 시청의 재미를 증폭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그 때문인지 최근에 이들의 해설을 담은 '보이스 팩'이 출시하기도 했다. '엄전김'은 지금도 스타크래프트 이외의 해설로도 활동하고 있다.


  리그의 인기는 선수들의 경기력에서 비롯된 개개인의 별명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는데 황제 임요환, 천재 테란 이윤열, 폭풍저그 홍진호, 투신 박성준, 사신 오영종부터 임진록(임요환 홍진호), 택뱅리쌍(김택용, 송병구, 이영호, 이제동) 등 쟁쟁한 라이벌 구도에 이름을 붙여가며 팬덤을 형성했다.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가 발매되어 다시 인기가 오르고 있다~ 스타2는 안습...


  지금은 90년대 아이들이 자라서 돈과 시간이 생기더니 다시금 친구들과 모여 스타크래프트를 즐기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친척이나 친구들이 명절날 고향에 모여 스타크래프트로 내기를 하는 모습이 명절의 민속놀이를 연상시켜 인터넷상에서 스타크래프트를 우리나라의 민속놀이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을 꽤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스타크래프트에 대한 추억을 나열하자면 밤을 새도 모자라다. 얼마 전 우연히 스타크래프트라는 추억을 꺼내고 그것을 글로 헌사하며 어릴 적 친구들과의 추억을 곱씹어보고 싶었다. 특히 몸과 마음이 다 자라서 플레이한 스타크래프트는 치열함은 덜해졌지만 인간사와 닮은 세종족의 이야기에 애착이 생겼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게임 속 스토리와 설정을 연구하듯 공부해보려 한다. 학문의 분야로는 생소하면서도 익숙한 주제와 내용에 즐기며 할 수 있지 않을까? 원고가 완성된다면 희소성 있는 대중강연도 가능할 것 같다. 이름도 벌써 '스타크래프트의 인문학'이라고 지어봤다. 우선 스타크래프트의 배경이 되는 캠페인 스토리를 따라가며, 테란과 프로토스 그리고 저그의 인물과 사건을 중심으로 세 종족의 체제를 분석해보려 한다. 평소에 시도해보지 않은 헛짓인 만큼 개인적으로 즐거운 공부가 될 것 같다.






#만렙백수윤준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